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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의식하면
갈등이 생긴다

김병철 신안지사 고객지원팀장

사실 **세대라는 명칭 자체가 불필요한 세대 갈등을 유발하며 특정한 소비문화의 구축이나 정치적인 편 가름이라는 불쾌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Z세대와 같은 명명엔 큰 관심이 없다. 소위 ‘MZ세대’가 전쟁과 같은 크나큰 분기점에 의해 그 이전과 단절된 세대도 아닐뿐더러 기성세대와 함께 한국의 압축적 경제적 성장과 사회적 변화의 도상에서 급격한 변화를 체감한 세대이기 때문에 공통점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7명의 20대 직원들과 함께 사용하는 사무실의 풍경은, 예전 내가 그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와 차이가 있는 듯하면서도 다르지 않다. 동료 직원 간의 조용한 대화, 가끔 들려오는 웃음소리, 외부인과의 통화 시에 들려주는 공손한 목소리 등은 내가 입사한 이래 보아 온 사무실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동시에 과장되지 않은 고객 응대와 고객에게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모습 등은 왜인지 신입사원 시절의 나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인다. 약관과 같은 공식화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업무 관련 SNS를 통해 절차를 확인받는 것을 보면 수직적인 도제식 교육보다 수평적인 정보의 공유와 상호 간 인증을 통해 정당성을 확인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인 중 80세 이상의 고령자는 그들의 생존 기간 내에 국가의 경제 수준이 1단계(1인당 일 소득 1달러)부터 4단계(1인당 일 소득 64달러 이상)로 발전하는 것을 경험한 세대라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기성세대는 다양한 형태의 결핍을 경험하였고, 가부장적 사회경제 체제하에서 권위에 대한 복종과 근면함 그리고 자발적 희생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이런 가치들은 미래에도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가치들 역시 경험치일 뿐이며 사회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맞을 것이다. 과거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무릎을 꿇고 주문을 받는 것을 서비스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갑질일 뿐인 것처럼 말이다. 또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성세대의 행동을 먼저 요구하는 것은, 그들이 잘못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기성세대가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힘을 보유한 쪽이 그렇지 않은 상대방을 포용했을 때 더 다양한 합의점이 나오기 마련이다.

내 개인적인 역량 부족 때문일 테지만, 기성세대라고 할 만한 나의 경험은 그 깊이가 얕고, 일부 젊은 직원들의 상상력은 생각만큼 견실하지 못하다. 하지만 깊이가 얕은 경험이라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나아갈 방향을 짚어주는 데 쓸모가 있을 테고, 상상력이란 견실하지 않아도 원래의 틀을 깰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질 수 있다. 언론에서 MZ세대는 그전과는 다르므로 무엇인가를 바꿔야 할 것처럼 떠들지만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80년대 이전 세대들 역시 많은 정치·경제적 난관을 극복하며 발전하고 자신을 변화시켰던 세대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세대와 세대가 아닌, ‘우리’라는 틀로 묶였으면 한다. 한 세대는 그들이 사는 시대를 반영하고, 그들이 사는 시대는 앞선 세대의 영향 아래서 만들어진다. 윌리엄 포크너의 말처럼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심지어 지나가지도 않았다.
갈등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우리가 서로에 대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