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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제3의 공간이 열린다

글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메타버스, 이미 시작된 미래> 저자)

메타버스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가 2021년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마치 유비쿼터스, IoT, 4차 산업혁명 열풍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메타버스 역시 하나의 마케팅 용어이자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는 거품일까? 미래일까?

메타버스는 가공과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말로, ‘초월 세계’를 뜻한다. 이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특수한 고글을 쓰고 이어폰을 끼면, 가상의 세계인 ‘메타버스’에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메타버스는 VR과 AR로 이어지는 가상현실 세계와 유사한 의미다.

메타버스는 언제 현실화가 될까?

언젠가 사람들은 각자가 있는 자리에서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진짜 같은 사이버 세상에 모일 수 있겠지만, 그때가 오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생한 현실을 경험하기 위해 가상현실을 구축하는 기술, 우리와 같이 생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아바타를 만드는 기술, 전 세계 사람들이 접속해도 빠르고 안전한 네트워크 서비스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최소한 2030년은 지나야 현실 같은 가상현실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 관건은 삼성, 애플, MS, 구글, 페이스북 등의 IT 기업들이 개발 중인 VR/AR 글래스가 얼마나 가볍고 저렴하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 9월 페이스북은 레이밴과 함께 스마트 글래스인 ‘레이밴 스토리’를 출시했다. 비록 가상현실 기능은 없으나, 눈으로 보는 것들을 그대로 촬영하고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차후에 페이스북이 출시할 AR 글래스의 성능도 기대가 높다. 1992년에 예고됐던 메타버스가 2021년에 이슈가 된 것은 그만큼 IT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해외의 릴 미켈라, 국내의 로지 등 사이버 휴먼은 실제 사람처럼 행동하며 SNS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퀘스트 2 VR 기기는 아직 어색하긴 하지만, 실제 같은 가상현실을 보여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여기엔 의문점도 하나 있다.

제2의 유튜브가 온다고?

최근 이슈가 되는 로블록스나 제페토와 같은 게임은 엄밀히 VR도 AR도 아니다. 개발 중인 게임 영상을 공개하자마자 주가가 25%나 상승한 펄어비스의 ‘도깨비’는 게임 요소가 더 특화돼 있다. 이들 서비스가 모두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생각해보자. 여러분은 어떤 SNS를 사용하는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밴드, 카페, 카카오스토리는 물론, 어떤 사람은 틱톡이나 유튜브 역시 동영상 기반의 SNS를 사용한다. 메타버스 역시 어느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플랫폼으로 나뉘어 성장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메타버스는 VR로 발전하는 VR형 메타버스, SNS를 기반으로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춘 SNS형 메타버스, 다양한 게임 요소가 바탕이 되는 게임형 메타버스, 업무와 회의 등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업무형 메타버스 총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어찌 보면, VR형 메타버스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가장 우위에 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다른 분야의 메타버스는 활발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먼저 SNS형 메타버스는 국내 네이버 Z에서 출시한 제페토가 대표적이다. 제페토는 자신의 아바타를 꾸며서 다른 사람의 아바타와 함께 사진을 찍거나 특정 월드에 접속해 음성과 문자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공원, 교실, 쇼핑몰, 편의점 등 다양한 공간을 가상세계에 만들고, 구찌, 나이키,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들과 제휴를 맺으며 광고와 홍보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게임형 메타버스의 예시로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이 있다. 그중 로블록스는 미국의 10대가 하루 2시간 이상을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뿐 아니라 누구나 로블록스의 제작자가 되어 자신이 만든 게임을 판매해 수익을 볼 수도 있다. 이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로블록스 안에서 메시지를 보내고 만나서 함께 놀기도 한다. 만약 이런 아이들이 4~5년이 지나 성인이 된다면 어떨까? 메타버스의 성장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 회사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업무형 메타버스는 SKT의 이프랜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이프랜드는 제페토와 유사한 서비스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했다. 130명 이상이 한곳에 모일 수 있고, 채팅방을 만들듯 고민 상담 방, 역할극을 하는 방, ASMR을 들려주는 방 등의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 있는 서비스들은 메타버스라는 이름 안에서 새롭게 변화되고 있다. 1차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은 모든 것을 연결했고, 2차 혁명인 스마트폰은 연결된 모든 것들을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제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가 거품인지를 판단하기 전에 일단 뛰어들어 체험해보는 것도 좋겠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눈으로 각각의 서비스들이 가지는 장점과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이미 시작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