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간이 허락하면 한 시간 이내의 거리는 걸어서 이동하기를 좋아합니다. 이곳 나주에서도 호수 공원을 따라 걸으며 출퇴근하는 길이 제게 큰 행복이 되었습니다. 본사 뒤편으로 이어진 개울을 따라 걸으며 길가의 봄꽃들과 인사를 나누고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지요. 모두가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단장하고는 나를 반기며 말을 건넵니다. 나주를 걸으며 어느새 나주와 사랑에 빠졌고 이곳에 있음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 자동차가 깊이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걸으며 살아갑니다. 걷기가 육체와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실 걷기는 건강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기예찬』이라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온몸으로 걸으며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을 되찾는다
저는 걷기가 우리의 인생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길을 걸으며 기쁨과 슬픔, 고단함과 평안을 누리고, 길을 걸으며 아픔을 딛고 일어나기도 합니다.
걷기엔 남다른 기능이 있습니다. 다리를 쭉쭉 뻗으며, 손을 힘차게 흔들며 걸으면 건강한 심폐기능과 근육을 얻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걷기를 통해 우리는 사색할 수 있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삶을 돌아보고, 내일을 꿈꾸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위해 기도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있습니다. 우리는 단숨에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어 하지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그 과정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오늘 아침, 새삼스럽게 내가 이렇게 걷고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저는 혹독하게 코로나19에 걸린 경험이 있는데, 숨쉬기도 힘들고 무기력해진 가운데 한 달가량 힘겨운 싸움을 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몸을 회복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가족과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벽을 타고 올라가는 넝쿨 잎과 악수하고 하늘을 향해 노래하는 가로수와 화음을 맞추었습니다. 저는 그저 감탄이 흘러나왔지요.
“이렇게 숨 쉬고 있음이, 이렇게 맑은 공기 마시며 걷고 있음이 축복이군요!”
걷다 보면 인생의 묘미가 마음의 욕심을 비우는 것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나의 내면을 바라보며 스스로 겸손하게 됩니다.“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구절이 무슨 뜻인지 되새기게도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외쳐봅니다. “걷는 자는 복이 있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