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하면 행복해지겠지”
어린 시절 고된 수험생활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만 하면 행복해지겠지.’라는 생각이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학교만 졸업하면, 취직하고 돈만 벌기 시작하면…. 세상을 처음 배우는 시기에 집과 학교에서 듣고 자란 이야기였다. 우리는 대체로 그 말 하나만 믿고 삶을 견뎌왔다.
과거의 나는 ‘그렇게 견디면’ 뭐가 된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행복에 대해 잘 알진 못했지만, ‘그때가 되면 행복해질 거고,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렇게 믿었다. 사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이외에 삶의 다른 원칙을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번듯한 직업을 구하는 것은 ‘~만 하면’이라는 생각의 정점이었다. 명절이든 친구끼리의 모임에서든 더 이상 나의 삶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시점에서 행복은 내게 가장 멀게 느껴졌다. 사회 초년생인 나는 여전히 가난했고, 외로웠고, 두려웠다. 이 정도의 나이와 이 정도의 성과면 충분히 행복해야 하는데, 왜 아닐까? 막막하고 지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