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간 융합이 품은 가능성
아름다운 음악, 새로운 화성 등의 구성과 구조를 이해하는 음악이론은 낯선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하향식 접근을 하는 공학 분야의 사고법을 닮았다. 슈만의 ‘어린이를 위한 앨범’ 중 제21곡의 18마디 소품을 하나하나 분해해 진행과 모티프, 도입부의 불협화음, 독특한 울림과 주목해야하는 화음, 예상을 뒤집는 전조, 의외성의 카덴차 등까지를 분석해 예술의 자유로움과 모호함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뼈대와 구조를 배우는 식이다. 이는 어떤 패턴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단순한 체계나 구조를 도출하는 수학적 사고방식을 향상시키곤 한다.
“창조는 구조를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MIT의 네이슨 램 교수는 “플라톤의 저서에도 음악이론, 수학, 천문학이 같은 장에 묶여 있다”며 MIT에 앞서 고대 그리스에서도 음악이론은 과학의 일부로 분류됐다고 전한다.
인문학적 통찰, 예술적 영감을 바탕으로 한 기술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진다. 기술이 발전하고 최첨단화될수록 인문학과 예술의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음악을 비롯한 예술, 문화가 그렇듯 과학과 기술 역시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교류가 근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