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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블링 썬캐처,
좋은 기운을 부탁해!

글 송지유 사진 박성희(Bomb 스튜디오)

무인 변전소를 점검하는 포항전력지사 변전부 예방정비파트 4인방이 유리공예 체험에 나섰다. 한 조각 한 조각 조심스럽게 유리를 자르고 형태를 맞춰 붙이다 보니 어느덧 활짝 피어난 벚꽃 썬캐처. 함께 해서 더 즐겁게 만든 썬캐처가 좋은 기운만 가득 데려오라고 소망을 담아본다.

포항전력지사 변전부 4인방의
유리공예 체험

(왼쪽 위부터)김소영 변전부 예방정비파트 대리, 이다현 변전부 예방정비파트 사원, 송혜진 변전부 예방정비파트 대리, 최유정 변전부 예방정비파트 사원

투명한 유리로 피워내는 벚꽃 썬캐처

햇살이 점점 강해지는 계절. 뜨거운 한낮의 활동이 벌써부터 부담되지만 언제나 씩씩하게 현장으로 출동하는 대구본부 포항전력지사 변전부 예방정비파트의 4인방이 유리공예 체험에 나섰다. 북포항순회진단팀 송혜진 대리와 이다현 사원, 포항순회진단팀 김소영 대리와 최유정 사원이 색색깔 유리 조각 앞에서 까다로운 설비를 살피듯 진지한 눈빛을 빛낸다.
“오늘은 유리로 벚꽃 모양의 썬캐처(suncatcher)를 만들 거예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썬캐처는 태양 빛을 통해 좋은 기운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 색색깔 유리를 선택하되 좀 투명한 게 좋다는 임은주 강사의 조언에 따라 각자의 취향대로 꽃잎 색을 매칭하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유리를 자를 때는 어깨로 힘을 주고 체중을 실었다 생각되면 유리칼을 밑에서 위로 향하면서 그대로 흘러가면 돼요. 칼로 그을 때 ‘찌지지직’ 소리가 나면 제일 좋은 소리에요.” 유리칼을 쥐고 약간 힘을 주어 볼펜으로 선을 긋듯 작은 조각 유리를 쓱 그어준 뒤 플라이어로 살짝 짚어주면 유리가 금이 간 선을 따라 쩍 하고 잘린다. “근데 생각대로 되지 않네요.” “이거 ‘땐석기’인데?”
힘 조절부터 긋는 감각을 잡기가 쉽지 않아 삐죽삐죽해진 모양새를 보며 웃음이 빵 터진다. 하지만 점차 감을 잡았다며 꽃잎 모양대로 곱게 잘라져 차곡차곡 쌓인다. 벚꽃을 연상케 하는 김소영 대리의 핑크톤 꽃잎, 그린톤과 엔틱한 유리로 맞춘 송혜진 대리의 꽃잎 사이에는 김소영 대리가 골라 준 노란색이 포인트가 되었다. 하얀색과 연푸른빛의 이다현 사원의 꽃잎은 목련을 닮았고, 최유정 사원은 핑크톤 사이에 푸른색과 투명 유리도 배치했다.
다음 단계인 샌딩. 글라인더에 유리 옆면을 대고 갈아내는 작업을 거치자 각이 졌던 단면도 깔끔하게 다듬어진다. 투박했던 조각들이 샌딩 후 꽃잎 모양이 되었다며 뿌듯한 모습들이다.

좋은 기운 나누는 동료, 든든한 선후배

“순회진단업무는 무인변전소 설비를 진단하는 일입니다. 기본으로 하는 변전 설비 점검 외에 풍수피해나 침수 우려, 온도 많이 올라가는 하계에는 더 신경을 써야 하고 겨울에는 동파 대비도 해야 하죠. 무엇보다도 전기 설비라 언제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 어렵죠.”
김소영 대리가 업무의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하자 입사 3개월 차 이다현 사원은 “아직은 제가 설비를 만져도 되는지 매번 어려워요. 또 변전소마다 설비가 다르니까 조심스럽고요.”
“우리 업무상 그런 어려움은 계속 겪어야 하는 문제야. 늘 긴장감을 늦출 수 없지.”송혜진 대리가 조언을 덧붙이자 “그런 면에서 저희 업무가 유리와 비슷한 것도 같네요. 유리는 깨지니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고 설비도 늘 조심해야 하고 쉽지 않다는 면에서요.” 최유정 사원의 유리와 업무와의 비교에 정말 그렇다며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재미있는 일도 있어요. 포항전력지사에서 경주도 담당하는데 이번 봄에 경주 순회하면서 벚꽃 구경을 실컷 했죠. 또 밖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맛집 찾는 재미도 있고요.” 김소영 대리는 자신만의 맛집 리스트를 만들었다며 동료들에게 공유해주겠다고 한다. 사실 김소영 대리와 최유정 사원, 이다현 사원은 셋이 한 집에 사는 하우스메이트이다.
“타지에서 지내는 게 쓸쓸한데, 선배들과 같은 집에 있다 보니 위안이 되고 좋아요. 또 업무적으로 모르는 게 있을 때는 송 대리님이 다 알려주셔서 든든하고요.”
“팀에 여성 직원이 저희 4명뿐인데, 업무 특성상 밖으로 나가는 포지션이다 보니 모두 모이는 건 오랜만이에요. 오늘 썬캐처가 후배들의 회사생활에도 좋은 기운을 데려다주면 좋겠어요.”
선배들 덕분에 든든하다는 막내 라인에게 맏언니 송혜진 대리는 후배들과 함께해 즐겁다고 화답한다.

꽃잎 되는 조각, 관록으로 쌓이는 일상

유리 조각 테두리에 구리 테이프를 감는 섬세한 작업을 마치자 납땜으로 이어진다. 구리테이프를 따라 납이 녹으면서 조각 조각이던 유리가 이어져 한 송이 꽃이 되고, 세척까지 마치고 말끔해진 유리 조각들을 고리로 연결하자 드디어 색색깔 벚꽃 선캐처가 완성되었다.
“작은 유리 조각들이 모여서 이렇게 작품이 되는 게 너무 매력적이에요.”
“와~ 정말 신기한 게 햇볕에 비춰보면 그냥 보는 것과 또 다르게 느껴져.”
완성된 선캐처를 들고 창가에서 비춰보며 다들 보석처럼 예쁘다는 감탄의 연속이다.
“처음 해보는 거라서 못할까 봐 걱정도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설비 구조나 시스템도 계속 바뀌어서 항상 공부해야 하지만, 앞으로 업무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일 먼저 완성한 최유정 사원은 썬캐처를 만들며 자신감을 얻었다며 환한 미소를 띄웠다.
“저는 유리 고르는 게 제일 재미있었어요. 색 조합이 다 다르게 됐는데 각자의 취향이 드러나서 재미있어요. 좋은 기운 데려온다는 썬캐처가 ‘남친’도 데려다주면 좋겠어요.”
‘남친 급구, 사내 결혼 대환영!’이라는 김소영 대리의 농담에 송혜진 대리는 “사내 결혼이 최고야!”라며 추임새를 더해 또 한바탕 웃음꽃을 피운다.
“처음엔 잘 깨질 것 같고 이게 되나 싶었는데 결국 예쁘게 잘 나왔네요. 설비 업무도 늘 무섭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 되지만 오늘처럼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다현 사원은 어머니께 선물하려 했지만 완성된 걸 보니 자신이 갖고 있어야겠다고 급선회했다.
“유리는 자르고 붙이는 반복이지만 이렇게 조각이 모여 완성품이 되듯, 순회팀 업무도 매일 반복되는 업무이지만 차곡차곡 경험을 쌓으면 변전인으로서의 커리어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요. 아이도 잘 키우고 일도 잘하는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해 너무 즐겁다는 송혜진 대리는 체험을 통해 힐링할 수 있었다며, 모두에게 좋은 기운을 몰고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저마다의 소망이 담기면서 비로소 완성된 듯,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썬캐처들이 벌써부터 기분 좋은 바람을 몰고 오는 것 같다.

※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안전 수칙을 지키며 활동을 진행했고, 사진 촬영 시에만 마스크를 벗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