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은겸 자유기고가
먹는 즐거움은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묘미다. 튀르키예의 대표 관광도시 이스탄불은 <미쉐린 가이드>의 38번째 글로벌 여행지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튀르키예가 남다른 미식의 나라임을 보여준다. 다채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찾는 사람부터 새로운 식문화를 접하는 것이 여행의 가장 큰 기쁨이라 생각하는 식도락 여행객까지, 이들 모두에게 튀르키예는 최상의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점에서 지난 수 세기 동안 여러 민족의 조리법을 흡수해 자국의 식문화를 발달시킨 튀르키예의 맛을 찾아 떠나보자.
케밥 하면 튀르키예가 떠오를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케밥은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각 지방에서 즐겨 먹는 케밥의 종류와 특징은 조금씩 다르다. 흔히
숯불회전구이인 되뇌르 케밥, 꼬치구이인 시시 케밥, 요구르트 소스를 곁들이는 이스켄데르 케밥 등이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외에도 케밥은 1,000여 가지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케밥의 본래 뜻은 ‘불에 구운 고기’지만, 케밥이라는 단어는 고기뿐 아니라 구워 먹는 음식을 총칭할 때 사용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오래전 튀르키예 유목민은 건조한
기후 때문에 땔감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땔감을 아끼며 육류를 요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고기를 잘게 썰어 꼬챙이에 꿴 다음 돌려가며 빠르게 구워내는 시시 케밥은 그렇게
탄생했다. 또 튀르키예는 다른 중동 지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물 부족 국가이다 보니 끓이는 음식보다 불에 굽거나 기름에 졸이는 방식의 요리가 상대적으로 발달했다.
다른 나라에 튀르키예 요리가 전해지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로, 당시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각국에 정착한 튀르키예 이주민들이 튀르키예의 맛을 알리기 시작했다. 전 세계 튀르키예
전문 음식점의 모태 메뉴인 케밥도 이 무렵 알려졌다. 샌드위치처럼 빵 사이에 재료를 넣어 만드는 도너 케밥은 얇게 저민 양고기나 송아지 고기를 쌓아 올린 거대한 고깃덩어리를 꼬치에
꿰 세운 뒤 회전시키며 굽고, 익은 부위를 썰어 소스를 곁들이고 빵 사이에 채소와 함께 넣어 완성한다. 이처럼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는 방식은 1971년 베를린에서 한 튀르키예
식당의 점원으로 일하던 16세 소년이 최초로 개발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케밥의 역사에는 생존을 위해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했던 튀르키예인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튀르키예인들은 집에서 요리할 때 가지, 호박, 오이, 고추, 토마토, 감자, 양배추, 올리브 등 제철 채소를 주로 사용한다. 지방마다 주요 식재료는 차이가 있으며, 보통 그
지방에서 가장 수급이 용이한 재료를 주요 식재료로 쓴다. 내륙지방은 고기를, 에게해 지역은 해산물을 주로 쓰는 것이 특징이다. 샐러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식재료를 익혀 먹으며 주로
채소와 호박, 가지 등을 고루 썰어 올리브유나 버터에 넣고 졸여 빵과 함께 먹는다.
튀르키예의 주식은 빵이다. 튀르키예인들은 튀르키예 빵이 유럽에서 가장 맛있다고 할 정도로 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어느 식당에 들어가든 갓 구운 빵을 먹을 수 있다.
튀르키예인들은 매우 다양한 빵을 먹는데, 지역마다 주식으로 삼는 빵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서부지방에서는 바게트와 생김새가 비슷한 에크메크를 먹고, 동부지방에서는 피타라는
납작하고 둥근 빵을 먹는다. 라흐마준, 피데 등 간단한 토핑을 올린 빵 요리와 깨를 입혀 구운 도넛 모양의 시밋 빵, 부피가 큼직한 포아차도 튀르키예인들이 즐겨 먹는 빵이다. 때로
고기 요리에는 빵 대신 튀긴 감자나 튀르키예식 밥인 필라브를 곁들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일부 식당에서 공깃밥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듯, 튀르키예 로컬 식당은 대부분 빵 무한 리필이 가능하다. 따라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튀르키예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튀르키예 빵은 지역마다 종류가 달라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평소 자주 먹는 요구르트의 원산지는 튀르키예다. 농업과 축산업이 발달한 튀르키예는 유제품도 발달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유제품인 카이막은 우유의 지방을 모아 굳혀 크림처럼
꾸덕꾸덕하게 만든 것으로, 주로 꿀을 곁들여 빵과 함께 아침 식사로 먹는다. 우유로 만든 만큼 맛이 진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워 한 번 맛보면 잊히지 않는다. 방송인 백종원은 한
방송에서 튀르키예 음식을 소개하며 “튀르키예 여행을 다녀온 뒤 가장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카이막이며, 카이막을 먹으러 튀르키예에 간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카이막은 천상의 맛을
자랑하며, 이 방송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졌다. 카이막은 그릭 요거트와 제형은 비슷하지만, 버터 맛과 우유의 고소함이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이 조금 다르다.
튀르키예 요리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서양의 문화와 문물이 유입되면서 수많은 향신료가 들어왔기 때문인데, 튀르키예인들은 오레가노, 파슬리,
월계수잎, 큐민, 후추, 고추 그 밖에도 수백 가지 향신료를 요리에 사용한다. 매콤한 맛이 나는 아다나 케밥에는 수막이라는 이름의 향신료를 곁들이는데, 수막은 옻나무 진액을 굳혀
만든다.
요리에 쓰는 향신료는 지방마다 차이가 난다. 이스탄불, 부르사 등 에게해 연안은 오스만 전통 요리를 계승해 비교적 향신료를 적게 사용한다. 반면 남동부지방은 그리스 요리와
마찬가지로 월계수잎, 민트, 오레가노, 후추, 커민 등 허브 향신료를 사용해 음식의 맛을 다채롭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디저트 중 하나로 바클라바를 꼽는다. 머리가 띵하고 혀끝이 아릴 정도로 강렬한 단맛이 특징인 바클라바는 그 맛에 익숙한 튀르키예인들도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와
곁들여 먹는다.
바클라바는 모양과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주재료로 물, 밀가루, 크림, 버터, 그리고 견과류인 피스타치오 등의 재료로 만든다. 크림과 버터, 피스타치오의 종류와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고급 바클라바일수록 단맛과 피스타치오의 향, 버터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튀르키예에서 만드는 바클라바는 견과류를 분쇄해 넣는다. 우리나라에서 추석에 송편을 빚듯
튀르키예인들은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바클라바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보통 피스타치오 대신 호두를 사용한다. 튀르키예인들은 바클라바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를
즐긴다. 로쿰은 설탕에 장미수나 레몬즙을 넣고 전분과 견과류를 혼합해 만드는 튀르키예 전통 디저트다. 젤라틴이 아닌 전분과 설탕을 기본으로 만들기 때문에 젤리보다는 떡처럼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다. 우리가 흔히 튀르키예 아이스크림이라고 부르는 돈두르마는 야생 난초의 구근을 말려 가루로 만든 살렙과 유향수지를 넣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3대 미식의 나라, 튀르키예를 찾는다면 먹고 싶은 음식을 미리 적어 떠나보자.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며 추억을 떠올리는 것 못지않게, 맛으로 여행지를 기억하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로쿰은 설탕에 장미수나 레몬즙을 넣고
전분과 견과류를 혼합해 만드는 튀르키예 전통 디저트
바클라바는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디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