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심층칼럼

성공적인 수소경제
실현 방안

글. 박정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지구 온난화와
그린 수소의 필요성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위기로 인하여 전 세계가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기상 이변을 몸소 느끼고 있고 이로 인한 피해도 극심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 세계는 기존 화석 연료 활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는 특정 시간이나 기후에 따라 에너지 생산량이 달라지는 문제점, 즉 간헐성과 변동성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보완할 방안이 있어야 한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터리지만, 대량의 에너지를 저장하기에는 매우 큰 비용이 들수 있고 자가 방전과 같은 단점 때문에 장기간 에너지 저장에는 부적절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체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그린 수소가 대두되었는데,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때 이산화탄소, 질산화물과 같은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 운송연료로 활용하기 좋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에너지 저장 측면에서도 배터리보다 우월한 장점이 있다.

그린 수소는 재생 전력에너지를 활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한 후 수소를 생산해내는 수전해 기술이다. 수전해 기술은 대표적으로 알칼라인 수전해(AEL), 고분자전해질막 수전해(PEMEL), 그리고 최근 개발이 진행 중인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 등이 있다. 각 수전해 기술의 핵심은 스택이라고 불리는 장치인데 이는 다시 전극, 분리막, 촉매, 시스템 기술 등으로 세분화되며 각 세부 기술의 성능이 보장되고 잘 조합되어야만 올바른 성능을 낼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를 연동하는 경우 그 변동성을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적절한 전력변환장치나 저장 장치를 활용해야할뿐 아니라 스택의 내구성이나 압력 및 분리제어기술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특히, 기존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은 일정하고 안정적인 전력에너지를 활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므로, 변동성이 심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경우 상기와 같은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분자전해질막이나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뿐 아니라 비교적 역사가 깊은 알칼라인 수전해 기술도 재생에너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수소경제 사회 실현에 고려해야 할 점

이와 관련해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노력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연계하는 상용급 그린 수소 플랜트를 다양한 지역에서 계획 또는 건설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호주와 협력해 그린수소를 도입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에 비해 후발 주자이기는 하지만 기술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원천 기술과 상용화 기술 등의 개발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뿐 아니라 천연가스로부터 수소 추출 및 이산화탄소 포집과 저장 기술을 접목하는 블루수소, 천연가스를 고온으로 열분해해 이산화탄소 생성 대신 부가가치가 있는 고체탄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청록수소 등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동해에서 진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 수소 실증 프로젝트, 동해의 폐가스전을 활용한 블루수소 프로젝트 등이다. 이렇게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좀 더 성공적으로 수소경제 사회 실현에 다가가기 위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기술개발을 통한 핵심 기술 및 부품과 설비 국산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수소 생산 실증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관련된 핵심 설비나 부품은 여전히 해외에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리나라가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국산화를 통한 소재, 부품, 장비 등의 자립을 위해 관련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가 관련 산업을 성공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면 관련 시장, 그리고 기술 표준의 조기 선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술개발과 융합 필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상용화를 위한 스케일업 기술의 적용이다. 실험실에서 수행하는 작은 규모의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우수한 성능이 나올지라도 이를 키워 상용급 플랜트에 적용한 후 대규모 생산에 적용하는 경우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예로 들면 상용급 설계 패키지 개발, 컴퓨터 시뮬레이션 활용, 그리고 기술 경제성 분석을 들 수 있다. 상용급 설계 패키지 개발은 실제 대형 플랜트 설계 자료를 도출하는 것인데, 기술개발 초기라도 해당 요소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설계해 도출한다면 실제 구현되었을 때의 플랜트 형상, 규모, 생산량 등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 활용은 작은 규모에서 큰 규모로 기술을 키워 나갈 때 발생하는 문제를 사전에 확인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대표적인 기술은 공정 시뮬레이션 및 전산유체역학(CFD)과 같은 기술이다. 실제로 대규모 장치를 설계하고 건설하는 것을 대체해 컴퓨터로 그 성능을 예측해 볼 수 있으니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다. 즉 실제 대형 플랜트를 설계하고 가동하기 전에 미리 그 성능을 예측해 볼 수 있어 성공적인 스케일업을 도모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기술 경제성 분석을 함께 수행할 경우 실제 플랜트를 건설해 운영할 때 어느 정도의 경제성을 가지는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변수를 개선하면 경제성이나 효율이 좋아질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 방향 개선 측면에서 필수적인 방안이다.

수소경제 사회 실현은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 그리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관련된 다양한 기술개발 및 이들의 융합, 그리고 성공적인 상용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동시에 정부에서도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학계나 연구계의 핵심 기술개발뿐 아니라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각종 설비와 시스템을 생산하는 산업 육성, 그리고 전체적인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