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포커스

한국전기설비규정(KEC) 배전선로 접지기준 개정에 따른 접지관리의 패러다임 전환

글. 강준혁 기술품질처 기술표준부 차장

한국전기설비규정(KEC)이 현장의 실정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됐다. 이는 오랜 역사적 배경으로 형성된 접지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이번 호에서는 KEC 개정의 내용과 의미, 과제를 짚어본다.

미리 알고가기

KEC는 무엇이며, 이 규정을 따라야 하는 이유는?

우선 ‘전기설비기술기준’(이하 기술기준)에 대해 설명하겠다. ‘기술기준’은 ‘전기사업법’ 제67조에 근거하여 원활한 전기공급 및 전기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기술기준을 규정한 것이다.

전기사업법 제67조 (기술기준)

  •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원활한 전기공급 및 전기설비의 안전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기술기준을 정하여 고시하여야 한다. (이하 생략)

한국전기설비규정(Korea Electro-technical Code, 이하 KEC)은 이 ‘기술기준’의 하위 규정으로 안전에 필요한 성능과 기술적 요건을 상세하게 기술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술기준’의 제4조 1항에 따라 전기사업자, 전기공사업체, 전기사용자들은 KEC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전기설비기술기준 제4조 (적합성 판단)
이 고시에서 규정하는 안전에 필요한 성능과 기술적 요건은 다음 각 호의 기준을 충족할 경우 이 고시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한다.

  • 1.

    대한전기협회에 설치된 한국전기기술기준위원회(이하 이조에서 “기준위원회”라 한다.)에서 채택하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한국전기설비규정"

KEC는 2022년부터 본격 운영되고 있다. 이전에는 ‘전기설비기술기준의 판단기준’(이하 판단기준)이 있었다. ‘판단기준’은 일본의 규정을 차용한 것이 많아 국제 기준인 IEC(International Electrotechnical Commission)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대한전기협회 주관으로 IEC에 부합화하고 국내 실정에 맞게 KEC를 제정(2018년 최초 제정)하였다. 그리고, KEC는 수년간 심의를 통해 보완이 되어, 2022년에 판단기준을 대체하게 되었다.


접지란?

접지는 고장으로 인한 이상전류가 발생 시 대지로 해당 전류가 빠져나가도록 접지극(접지동봉 등)을 대지에 매립하는 것이다. 접지의 목적은 인체 감전 예방 및 전기설비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접지극과 대지 사이의 접지저항을 충분히 낮추어야 한다. 왜냐하면, 옴의 법칙에 따라 접지저항이 낮으면 전류가 대지로 통과 시 해당 전압이 낮아져 접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 접지(전)극: 접지도체로도 불리며, 대지에 직접 매립 되어 접지전류를 대지로 흘러가게 하는 역할(보통 접지동봉 사용)
· 접지전류: 접지선과 접지전극을 거쳐 대지로 흘러들어가는 전류
· 접지저항: 접지전극과 대지와의 접속 상태를 나타내는 정량적인 지표
· 접지선: 기기와 접지전극을 연결하는 선


중성선 다중접지 기준이란?

중성선 다중접지는 각 전주의 개별 접지가 중성선에 연결되어 배전선로를 따라 접지망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은 접지에 대해 KEC에서는 그 기준을 정하고 있다. 다중접지에서 분리하여 개별 전주의 접지저항 값은 ‘300Ω 이하’ 이고, 1km 마다 합성 접지저항 값은 ‘15Ω 이하’이다. 이 기준은 1972년 당시 일본에서 적용 중인 다중접지 기준을 준용하여 우리나라에서 최초 제정이 되었지만, 현재 그와 관련한 명확한 기술적 근거는 확인할 수가 없다.

22.9kV-y 배전선로의 중성선 다중접지 구성 개략도

역사적 배경

지난해 12월, KEC 內 배전선로 중성선 다중접지기준 개정(안)이 심의에서 최종 통과됨에 따라 배전선로 접지는 합성접지저항을 기반으로 단독접지를 관리하도록 변경되었다.

현재 KEC의 다중접지 기준은 오랜 역사적 배경에 의해 만들어졌다. 1931년, 일제 총독부가 4대 권역별 배전회사를 합병 통합했을 당시 배전선로는 비접지 방식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개별접지저항 관리가 중심이었다. 1960년대 비로소 우리 회사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중성선 다중접지방식의 3상 4선식 22.9kV-y 계통방식’을 도입하였다. 중성선 다중접지방식은 개별 접지저항을 중성선으로 연결하는 합성 접지저항 체계이다. 하지만 KEC 내 중성선 다중접지 기준은 비접지 방식에 따라 여전히 개별 접지저항과 합성 접지저항 기준을 동시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KEC 중성선 다중접지 기준
개정으로 현장과의 괴리 좁혀

현재 KEC 중성선 다중접지 기준은 개별 접지저항 기준(300Ω 이하)과 합성 접지저항 기준(15Ω/km 이하)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개별 접지저항은 중성선 다중접지에서 분리하여 측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이번 KEC 개정을 통해 개별 접지가 다중 접지된 중성선에 연결되어 있고, 단독접지를 ‘분리하여 접지저항 측정이 곤란할 경우’,합성 접지저항 기준을 따르도록 변경하였다.

KEC 중성선 다중접지 기준 개정안

개별 접지저항*: 300Ω 이하, 합성 접지저항: 1km마다 15Ω 이하
* 접지도체를 중성선에서 분리 측정


여기서 ‘분리하여 접지저항 측정이 곤란할 경우’라 함은 신설되는 배전설비를 제외하고 이미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과 연결된 변압기 개소나 저압 설비에만 해당된다. 이때, 접지 측정을 위해 중성선에서 접지선을 분리할 경우 3상 불평형 전류 등으로 인해 고객 측에 이상전압이 유입되거나, 기기 손상의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접지저항 측정 시 감전이나 추락 등의 안전사고 우려가 많았다.이러한 문제 때문에 그간 우리 회사는 접지 신설 시 개별 접지가 다중접지에 연결되기 전에는 개별 접지저항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였고, 접지가 다중접지에 연결된 후에는 간이측정법(후크온-메타)으로 접지저항을 측정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마디로 현장에서 KEC 기준 준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또한, 합성 접지저항 기준은 1km마다 15Ω 이하인데, 현재까지 합성 접지저항을 측정하지 않고 단순 개별 접지저항을 옴의 법칙에 따라 산술 계산하는 방법으로 합성접지 저항값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현실과 규정의 괴리로 접지 측정과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2021년 8월에 개정(안)을 대한전기협회(KEC 관리기관)에 제출하였고, 1년여간의 노력을 통해 2022년 12월 15일에 개정안이 최종 심의 단계를 통과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이번 개정은 전력연구원과 기술품질처가 해외 대학과의 공동연구, 새로운 접지측정법 개발 등을 통해 중성선 다중접지의 안전성 및 측정 방안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세 차례 이상의 사외 전문가 자문을 통해 개정 근거를 마련하고 최종 개정안을 도출하였다. 이 결과를 가지고 KEC 위원들에게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설득하여 최종적으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었다.

중성선 다중접지 방식의 안전성 인정받아

KEC 중성선 다중접지 기준 개정으로 우리 회사에서 운영 중인 다중접지시스템에서는 합성 접지저항이 개별 접지저항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KEC에서 인정받았다. 개별 접지저항 측정이 곤란한 경우 합성 접지저항 기준을 따르도록 한 규정이 그것이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중성선 다중접지방식은 접지가 다중으로 시설될 경우 대지 전위에 수렴한다는 기본적인 전기이론에 근거한다는 것이 인정되었다.

접지 측정시 현장의 문제 해결

또한 우리 회사는 KEC의 규정을 위배하지 않고 접지저항의 유지와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개별 접지저항 기준은 최초 접지 신설시 준수하도록 하고, 개별 접지가 다중접지에 연결되어 운영되면 합성 접지저항을 통해 KEC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 개별 접지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접지저항 측정 면에서는 매 전주에서 접지저항을 측정할 필요없이, 1km마다 합성 접지저항을 측정하여 관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접지 측정 개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개정안은 산업부의 최종 승인만 남아있다. 이후 우리 회사는 합성 접지저항 측정을 위한 측정장치의 현장 검증과 접지 자재의 내구성 향상 등과 같은 유지보수 측면의 기술개발이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설비 관리가 가능하도록 접지기준도 재정비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