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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그 특별하고 심오한
매력에 빠지다

김경민 경영개선처 그룹경영실 차장

해질녘 제주 바다와 LP, 그리고 위스키

위스키는 단순히 마시고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니다. 아버지가 장식장에 모셔두고 조금씩 아껴 마시던 독한 술도 아니다. 이제 위스키는 공부하고, 연구하고, 나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술이 되었다. 어쩌면 자신만의 취미를 드러내는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독한 술이라는 편견을 넘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위스키의 세상으로 함께 빠져보자.

위스키의 매력에 입문하다

언젠가부터 LP 감상에 취미를 붙인 남편을 따라 쉬는 날이면 종종 LP바를 찾아다녔다. LP바에선 음악 감상뿐 아니라 다양한 위스키를 맛볼 수 있었는데,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LP사운드와 달콤 쌉싸름한 위스키의 조합이 꽤나 매력적이었다.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커질 무렵,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스레 위스키로 즐기는 홈술에 빠져들었다. 때로는 위스키와 탄산수 종류에 따라 무한 변주가 가능한 나만의 하이볼을 만들어 먹는 것도 재밌었고, 같은 원재료이더라도 숙성 방법, 숙성 기간 등에 따라 향미가 확연히 달라지는 위스키의 향과 맛을 남편과 공유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사실 술을 그다지 즐기는 편이 아니다 보니 40도가 넘어가는 위스키에 대한 평소 이미지는 ‘아버지가 장식장에 모셔두고(?) 특별한 날 조금씩 아껴 드시던 독한 술’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막상 다양한 방식으로 위스키를 즐겨 보니 위스키의 깊고 풍부한 향과 맛처럼 그 매력도 끝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숙성연수별로 비교 시음해보기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

위스키는 발효된 곡물로 만든 술을 증류하고 나무통(오크 캐스크)에 넣어 숙성시킨 증류주다.

대부분의 위스키는 보리, 옥수수, 호밀을 주재료로 하는데 곡물의 종류에 따라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로 나뉜다. 그리고 다시 혼합방식에 따라 싱글몰트, 블렌디드몰트, 블렌디드위스키로 구분할 수 있다. 위스키는 숙성의 과정을 통해 향미가 더욱 깊고 풍성해지는데 위스키가 제조되는 지역의 기후, 위스키를 담아내는 오크통의 품종 및 컨디션 등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그리고 이러한 숙성 과정에서 전체 부피의 2% 정도가 증발되는데, 이는 ‘천사의 몫’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한다.

위스키는 취향에 따라 얇은 샷 글라스에 마시는 스트레이트, 글랜캐런과 같은 입구가 좁은 위스키 잔을 사용해 향과 맛을 천천히 즐기는 니트, 큰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부어 마시는 온더락, 위스키와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높은 도수의 위스키가 부담스럽다면 하이볼이나 온더락 방법으로 마셔보고 위스키의 본연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니트로 마시는 걸 추천한다.

집에서 위스키를 즐길 때는 보관도 유의해야 한다. 햇빛이나 전등의 직사광선은 위스키에서 풍미를 내는 화합물들을 더 작은 성분으로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위스키를 눕혀서 오래 보관하면 코르크가 오염되면서 위스키 맛을 해칠 수 있으니 세워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위스키 한 잔, 책 한 권

위스키 한 잔도 커피 못지않게 책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누군가 위스키와 어울리는 책 한 권을 추천해주라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을 추천하고 싶다.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아내와 함께 위스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를 여행하며 쓴 여행 에세이인데 책 곳곳에 위스키에 대한 하루키의 남다른 애정과 취향이 듬뿍 묻어져 나온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여행지의 풍경묘사와 더불어 하루키가 만난 위스키가 곧 삶의 일부인 현지 증류소 사람들과 섬 지역 사람들도 꽤나 인상적인데,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잠시나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 동행한 기분이 들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내 방식대로의 위스키 여행

최고의 위스키는 단지 값비싼 위스키가 아니라 내 취향에 꼭 맞는 위스키라고 한다. 물론 아직은 입문자 수준이라 확실한 내 취향을 알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탐험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위스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난생처음 ‘위스키 오픈런’도 해보고, 관련된 책도 찾아 읽고, 최근엔 산토리의 한정판 위스키 응모 행사에 당첨이 돼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일 테지만 이미 시작해버린 나만의 위스키 여행을 오래도록 즐기고만 싶다.

1952년 오픈해 2대째 운영 중인 오사카의 작은 위스키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