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심층칼럼

고전,
수백 년을 뛰어넘는
울림과 성찰

글.   이원재 문학평론가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고전이 가진 가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허균의 <홍길동전>이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수백 년, 수천 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류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담고 있는 고전이 가진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고전의 의미

‘고전’의 사전적 정의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 작품’이다. 예전에는 중국의 오경이나 그리스의 호메로스, 로마의 베르길리우스 등의 뛰어난 작품만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으나, 현재는 오랜 세월에 걸쳐 온갖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시대를 초월한 걸작을 일컫는다. 즉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미술 등의 예술 장르 중에서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성을 획득하면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을 뜻한다.

고전이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시대, 지역, 문화, 언어를 뛰어넘고 살아남은 고전문학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마치 내 세계를 견주어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이에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는 ‘과거는 현재를 비추어 보는 거울이다’라고 말했다.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매무새를 다듬는 것처럼, 고전을 거울삼아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누군가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내적 정체성을 찾게 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두 번째는 인생이라는 시험에서 같은 고민을 겪어온 선조들의 해결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이다. 고전은 언어가 생긴 이래 수많은 이들이 경험한 삶의 예지와 성찰이 녹아있다. 이는 익숙한 우리의 현실을 새삼 되돌아보게 하고, 상식처럼 믿고 있는 익숙함, 아무런 의심을 지니지 않고 존중하던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일깨우는 것이다.

마지막은 시대를 뛰어넘는 재미다. 지친 현실에서 잠시 떠나 책 속의 낯선 세계에 자신을 내던지며 여행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어 어느 시대의 어느 곳에서도 인간들에게 감정을 심어주는 고전의 놀라운 힘이자 가치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새롭게 태어나다

고전은 오랜 세월 동안 혹독한 검증을 받아 자리매김한 만큼 그 자체로서 무한한 사고의 깊이와 광대한 경험의 폭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고전의 힘 때문일까? 최근 고전은 영화, 드라마,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도 핵심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 책을 전면에 내세운 TV 프로그램의 역할도 한몫했다. tvN <요즘 책방:책 읽어드립니다>를 비롯해 EBS <발견의 기쁨, 동네 책방>, JTBC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등을 통해 고전문학은 어렵고, 두껍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벗어내고 문화적 감수성, 인문학적 자기계발이란 효용으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이나 SNS을 통한 정제되지 않은 각종 지식과 정보가 난무하고, 인공지능이 예술분야까지 발을 내딛고 있는 시점에서 고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얼마든지 새롭게 재해석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전의 대부분은 사랑, 우정, 복수, 분노, 슬픔 등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감정들을 사건으로 풀어낸다. 사건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고 고리타분할 수는 있어도 조금만 현대적인 시각을 더한다면 얼마든지 세련된 콘텐츠로 재탄생 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한때 <춘향전>, <홍길동전> 등과 같은 고전문학들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콘텐츠들이 유행했던 것도 그러한 이유다. 그만큼 고전은 인물, 사건, 배경 등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얼마든지 새로운 느낌으로 활용이 가능해 세월을 뛰어넘어 문화 콘텐츠의 핵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가치,
빛을 발하다

고전의 가치에 대해 ‘흔히 옛것을 익혀서 그것을 미루어 새것을 안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거론하곤 한다. 하지만 고전이라고 해서 절대 불변의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전은 경전(經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가치와 신념을 의심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경전이 아닌, 고전이 오늘날에도 고전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바로 시대에 따른 재해석의 여지를 온축하고 있을 따름이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며 내일은 오늘의 반복이라 한다면,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쉽사리 고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에 몸을 떨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