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인터뷰

연탄으로 빚는
그리움과 추억

나백 작가

글. 김현정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 스튜디오

나백 작가는 연탄에서 그리움을 꺼내는 화가이다. 연탄을 잘게 부수고 진주가루를 섞어 어둡지만 은은한 빛을 내는 그의 작품은 독특한 그의 이력만큼이나 이채롭고 궁금하다. 아트콜렉터에서 화가로 커다란 간극을 껑충 뛰어 넘어 지금 자리에 선 그를 만나 보았다.

아트컬렉터에서 화가로

나백 작가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웹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수많은 작업물을 세상에 내놓았고 건축디자인과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 직접 공사를 진행하며 건축물을 쌓아 올리고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벤처 키즈로 사업체를 차렸다가 접기도 여러 번, 나백 작가의 파랬던 젊은 시절은 수많은 경험과 깨달음, 상처와 회복으로 중첩된 ‘금’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 나백 작가는 화가로 불린다. 아트컬렉터로 미술계에 입문해 그림을 보는 안목을 키우던 그는 어느 날 나도 그림을 그리겠다고 선언하고 화가로 전업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를 몸소 보여주었다.

“저는 자유롭게 제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경제적 자유도 그래서 제게는 굉장히 중요한 목표였지요. 저는 쉴 새 없이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사업을 하면서 경제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서 투자 공부를 하고 경제시장을 공부했지요.”

나백 작가가 아트컬렉터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당시 막 문을 열였던 미술NFT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였다. 새로운 도전과 웹은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지만 그림을 직접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에 공허함을 느낀 그는 결국 실물그림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때부터 경매 공부는 물론, 갤러리를 다니면서 관장들과 대화를 하고 화가들을 연구하면서 컬렉터로서 안목을 키워 나갔다.

그림으로 추억을
부르는 작가

나백 작가는 “내가 저 그림을 소장했을 때 훨씬 큰 행복을 느낄 것 같으면 샀다. 집 안에 그림을 걸어두면 갤러리에 온 듯 행복했고 그림값이 오르면 내가 작가를 알아봤다는 사실에서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그림을 보는 기준도 점점 달라졌다. 초기에는 밝고 행복한 그림에 끌렸다면 점차 회화적인 작품이 눈에 들어왔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추상적인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려보겠노라고 마음을 먹었다. 언제봐도 않으면서도 동시에 어디에 걸어도 잘 융화되고 어울리는 그런 작품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한 것이다. 이는 어쩌면 목욕탕 타일벽에 벽화를 그렸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의 잠재적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백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연탄을 담기 시작했다. 연탄난로를 썼던 어린 시절의 추억, 그에게 수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이 같은 자신의 작업이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선물을 하기를 바랐다. 그림에 진주가루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캔버스 위에 삶을 상징하는 연탄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추억의 길을 상징하는 진주가루를 사용하여 불규칙한 선으로 빛나는 추억을 화폭에 담고 있어요.”

연탄은 그의 손에서 부서지고 화폭에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구현된다. 그리고 진주가루를 통해서 또 한번 빛나는 그리움으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AI가 득세하는 세상에 연탄을 그리는 나백 작가, 그가 보고 싶다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서울 강남구 페이퍼아트전, 일본 후쿠오카 페어, 세부아트페어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다.

“제가 60살쯤 되면 제주도에 작은 제 전용 뮤지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고 기쁨을 느낀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은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