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트렌드 칼럼

예술이 가져오는
치유와 변화의 힘

글. 김소율 미술치료사(플로리다 마음연구소 대표)

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힐링’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며 예술을 통한 치유적 접근이 다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술, 음악, 연극 등의 예술 활동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유’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예술이 주는 효과와 미술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미술, 어두운 마음에
등불을 켜다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예술 활동 중에서도 미술은 자신의 내면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모든 인류의 문화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소망, 환경 등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미술 작품으로 표현되어 왔다. 이는 현대사회 역시 마찬가지. 우리 삶의 모든 영역 속에 미술이 들어있지 않은 곳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큰돈을 들이지도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작가가 남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같이 읽고 공감하는 작업을 통해 의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미술이 참 재미있는 부분은 같은 그림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장배경과 환경에 따라 만들어진 태도와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림을 보며 느낀 감정들이 평소에 들여다보지 못한 값진 마음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림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 자신을 한 번 더 살펴본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마음으로 만나면
더 가까운 미술

여전히 미술작품의 감상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그동안 그림을 마음이 아닌 머리로 다가가려고 애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선 노란 원피스를 입고 있는 여성이 그려진 조지 던롭 레슬리의 <장미들>을 보자. 이 그림이 어떤 사조이고, 어떤 나라의 미술가가 그렸는지 알 필요는 없다. 그것은 미술사의 영역이다. 우리는 장미꽃 한 송이를 손에 들고 눈을 감고 있는 여성을 담은 그림의 분위기를 마음대로 느끼면 된다. 하루 종일 바쁜 시간이 지나고 혼자만의 소중한 시간이 생겼을 때, 주인공은 꽃내음을 맡으며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입가에 퍼지는 미소와 함께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지금 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푹 쉴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도 느껴진다. 그럼 우리가 이렇게 편한 감정을 느꼈던 때는 언제였을까.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는 어디이고, 또 누구와 있을 때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까. 그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프랑스의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의 <우린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도 살펴보자. 그림에는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행로가 아주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보는 이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고, 가려는 곳은 어디인가’라고 말이다. 우리는 모두 태어나고, 자라고, 또 시들어간다. 그림 감상은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어 나만의 세계에 몰입해 보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한다. 그림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시간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림으로
삶의 풍요로움을 채우다

그림에는 분명 작가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감상자는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권리도 가지고 있다. 비록 그림 속에 비극이 담겨 있더라도 자신에게 힐링이 된다면 그것은 충분히 충전의 역할을 하는 그림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그림 속에는 생명력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음이 채워짐을 필요로 할 때 마다 그림에 담긴 에너지를 자신에게 좋은 방식대로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줄 수 있는 마음의 보조배터리가 될 것이다.

조지 던롭 레슬리_ ‘Roses’ 폴 고갱_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