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찾아가는 현장강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캘리그래피
머그컵 만들기

자재처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펜보다 키보드가 더 익숙한 세상이지만 약 10여 년 전부터 불어온 캘리그래피의 인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붓으로 한 자, 한 자 공들여 쓰는 아름다운 서체에는 어떤 힘이 담겨 있는 것일까? 머그컵에 직접 캘리그래피 작업을 더해 나만의 보는 즐거움은 물론, 환경까지 챙길 수 있었던 시간을 나주 본사에서 가져보았다.

자채처 가족들의
색다른 도전

국립국어원에서는 캘리그래피를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로스(κάλλος, kállos)’와 ‘글쓰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그라페(γραφή graphẽ)’에서 비롯된 합성어로서, 아름다운 서체를 고안하여 글씨를 쓰는 예술을 뜻한다.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시각 예술.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면서 일반 글씨와 달리 상징적인 의미, 글씨의 크기·모양·색상·입체감으로 미적 가치를 높인다”고 정의 내리고 있다.

이 문장만 보면 ‘우리 삶에서 캘리그래피를 얼마나 자주 접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의외로 캘리그래피는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화문 교보빌딩에 걸려있는 아름다운 글판, 우리가 매일 접하는 광고 속의 개성 넘치는 서체, 직접 배워 쓰는 멋진 글씨까지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담은 캘리그래피는 또 하나의 예술 작품, 감상 작품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현장강의는 머그컵에 직접 캘리그래피를 써서 세상에 하나뿐인 머그컵을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1회용 컵이 아닌, 머그컵 사용으로 환경까지 생각할 수 있으니 더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강의에 참여할 직원들은 이종진 차장(자재처 자재총괄부), 유다은 대리(자재처 자재총괄부), 최현길 대리(자재처 구매실), 박지원 대리(자재처 가격조사부), 임혜빈 대리(자재처 가격조사부)로 총 5명이다. 모두 같이 일하면서 쌓은 친분이 두터운 터라 시작도 전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캘리그래피 수업은 광주광역시에 캘리그래피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송희정 강사가 맡았다. 먼저 ‘캘리그래피 수업을 받아 본 사람이 있냐’고 묻자 뜻밖에 이종진 차장이 손을 든다. 강좌를 들어본 적이 있다는 얘기에 직원들 모두가 ‘오오오!’ 감탄사를 지른다. 출발부터 기세가 좋다.

강사가 캘리그래피의 어원과 정의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한 뒤 바로 글씨 연습에 들어갔다. 캘리그래피용 붓을 나눠주자 모두가 신기한 듯 요리조리 살펴본다.

“지금 나눠드린 건 쿠레타케 붓펜이에요. 낭창낭창하고 말랑말랑해서 우리가 평소에 쓰는 볼펜하고는 질감이 매우 다릅니다. 펜 안에 실제로 먹을 넣고 붓의 질감을 많이 살린 것으로 지금 드린 건 가격대가 있는 제품이지만 다이소에 가면 저렴하게 파는 붓펜들도 많습니다. 초보자들이 연습하기에 좋지요.”

기술과 감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연습을 해볼 차례. 모두의 얼굴에 약간의 긴장이 서린다.

캘리그래피는 단순히 잘 쓰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글자에 자신의 색깔, 개성을 담아내며 예술적, 미학적 부분까지 생각해야 하니 기본을 제대로 닦아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연히 선 하나를 그을 때도 방향, 굵기, 마무리하는 법까지 세심한 정성과 스킬이 필요하다. 연습을 위한 종이에 강사가 샘플로 써놓은 글씨만 봐도 그림인 듯, 글씨인 듯 감탄이 나온다. 직원들 모두가 강사의 가르침에 따라 한 획, 한 획, 열심히 긋는다.

“선을 마무리할 때 가려는 방향의 반대로 갔다가 앞쪽을 좀 더 두껍게 만들어주면서 붓의 느낌을 살려보라”며 시범을 보이는 강사의 붓을 모두가 뚫어질듯 바라본다. 붓을 눕히고 세우는 것에 따라 글씨의 굵기가 달라진다는 조언을 잊을세라 열심히 따라해 본다.

처음에는 다들 오리처럼 입을 내밀고 초집중하며 글씨 연습을 하던 직원들이 강사의 거듭된 칭찬에 조금씩 여유를 찾더니 옆자리 직원들 글씨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진짜 잘 쓰네!!” “송충이 아냐??” “오! 차장님, 느낌 있어요!”

서로에게 날리는 거침없는 평가에 여기저기서 폭소탄이 빵빵 터진다.

나의 문장을,
나만의 감상으로
머그컵에 담다

획에서 글자로, 글자에서 문장으로 연습이 거듭되자 그 짧은 시간에도 조금씩 글씨에서 자신의 개성들이 배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유경험자로 한껏 기대를 받은 이종진 차장과 최현길 대리는 선 굵은 글씨체로 남성미 가득한 필체를 보여주고 유다은 대리의 글씨에서는 통통 튀는 매력이 느껴진다. 박지원 대리는 소녀 같은 감성이 가득한 느낌을, 임혜빈 대리는 꼼꼼하고 디테일하기가 최고다.

강사로부터 물감과 붓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그림을 그리는 방법까지 배우고 나자 본격적으로 머그컵에 어떤 내용을 쓸지 각자 연습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5명 직원 모두가 저마다 의미 있는 문장을 고르기 위해 애쓴다. 이종진 차장이 대뜸 연습종이에 ‘테슬라’라고 쓰는 바람에 다들 테슬라 주식을 사셨냐, 테슬라를 구입하고 싶으신 거냐, 폭소가 터진다. 유다은 대리는 사내커플인 남편을 응원하는 문구 ‘힘내라 산차장’으로 정했고 최현길 대리는 ‘꽃을 피울 거야. 뿌리도 내리고’라는 문장을 연습한다. 옆에서 이를 보던 임혜빈 대리가 “영화 <레옹>에 나온 대사죠?” 묻는 바람에 최현길 대리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 대사를 한 번에 알아본 사람은 임 대리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씨익 웃어 보인 임혜빈 대리는 드라마 대사 중 하나인 ‘결과는 빛났고 과정은 아름다웠다’를, 박지원 대리는 아이유 노래 가사 중 일부인 “봄 한 송이, 여름 한 컵, 가을 한 장, 겨울 한숨”을 열심히 연습한다. 그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강사가 연신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드디어 머그컵에 직접 캘리그래피 작업을 할 순서다. 다들 세라믹펜이 아닌 붓펜을 이용해 한 글자씩 신중하게 써내려간다. 이미 보통 원데이 클래스에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열심이었는데 돌연 완성된 작품을 박박 지워내는 최현길 대리! 모두가 놀라 돌아보니 강사가 추천해준 세라믹펜을 이용해서 다시 잘 써보고 싶다는 열의를 내비쳤다. 너도 나도 수정을 반복하고 더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느라 애를 쓰는 바람에 원데이클래스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마침내 완성된 5인의 캘리그래피 머그컵! 짧게 배운 그림까지 곁들여 더없이 근사한 작품이 된 머그컵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동자에는 감탄과 애정이 퐁퐁 솟아난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머그컵, 잘 쓰겠습니다!!”

Tip. 캘리그래피 강사한테 듣는 초보자용

사실 원데이클래스에서 캘리그래피를 제대로 익히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4가지만 염두에 둔다면 꽤 그럴듯한 작품을 완성할 수있어요. 바로 획의 두께, 각도, 크기, 끼워 맞추기. 이 4가지이지요. 특히 완성된 문장이 테트리스처럼 잘 맞춘 한 덩어리로 보이면 굉장히 잘 쓴 것처럼 효과(?)가 있어요. 문장 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굵은 획과 힘 있는 붓질로 입체감을 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혹시 캘리그래피를 좀 진지하게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서예 붓으로 시작해보세요. 과정은 좀 어려워도 굉장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캘리그래피 머그컵 만들기 어땠나요?

자재처 자재총괄부 이종진 차장

꽃길만 걸으세요. 사랑합니다
부서원들과 함께 캘리그래피 원데이클래스를 하고 싶어 신청했습니다. 늘 업무로 바쁜 직원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오늘은 머그컵에 쓰는 거라 예전에 배웠던 캘리그래피보다 좀 더 어려웠는데 그만큼 재미도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다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업무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회사에 감사드립니다.

자재처 자재총괄부 유다은 대리

힘내라, 산차장!
여기 와서 힐링을 하게 될 거라고는 예상 못 했어요. 늘 비슷하게 흘러가는 직장인들의 삶에 뜻밖의 쉼, 선물 같은 시간이 되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뭔가에 몰입한 게 정말 오랜만이었던거 같아요. 컵에 직접 쓴 ‘산차장’은 제 남편의 이름과 직함을 조합한 말인데 직접 만든 컵으로 ‘힘내라’는 응원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오늘 동료들을 보면서 팔방미인들이구나 하는 생각도 했고요.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자재처 구매실 최현길 대리

예쁜 꽃을 피울거예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따로 짬을 내서 배우기가 쉽지 않은데 근무시간에 혜택을 주신 거잖아요. 차장님과 동료들과 함께 배울 수 있어서 더 의미 있었고요. 원래 배우고 체험하는 걸 좋아해서 그림도 그리고 피아노도 꾸준히 치고 있는데 캘리그래피는 나만의 필체를 만든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을 느꼈어요. 또 제가 쓴 문구를 혜빈 대리가 알아보는 걸 보며 동료들의 색다른 면을 알게 된 것도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자재처 가격조사부 박지원 대리

봄 한 송이로 충만하게~
취미부자로 불릴 정도로 다양하게 도전해보는 걸 좋아해요. 평생 지속할 수 있는 취미 2~3개는 갖고 싶어서 제게 맞는 걸 찾아가보려고 하고 있어요. 캘리그래피도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마침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과 함께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고, 일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에도 열정적이라는 걸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일과 승진시험 준비를 병행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충전이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재처 가격조사부 임혜빈 대리

과정은 아름답고, 결과는 빛났다
반복적인 일상에 익숙해졌지만, 일상 사이사이에도 아름다운 추억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과정은 아름답고 결과는 빛났던 시간’이었어요(웃음). 저는 헬스나 발레같이 활동적인 취미를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캘리그래피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선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니까 더욱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제대로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