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인생사진관

연인에서 부부로
인생 제2막
1장을 엽니다

커뮤니케이션처 박대영 대리 &
에너지신사업처 이채리 대리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부부의 의미가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은 삶을 함께 하겠다고 두 손을 굳건히 맞잡은 예비부부의 모습은 숭고하고 아름답다. 오늘 인생사진관의 주인공은 9월 결혼을 코앞에 둔 한전의 사내커플 커뮤니케이션처 박대영 대리(KEP-CN 기자)와 에너지신사업처 이채리 대리이다. 촬영 내내 차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자랑한 이채리 대리와 그런 예비 신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했던 박대영 대리의 시간을 공개한다.

동기에서
커플로

‘첫 인상이 좋다’의 샘플 같다. 박대영 대리와 이채리 대리를 촬영장소인 스튜디오에서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타고난 웃상인 듯한 박대영 대리는 마주한 상대까지 미소 짓게 만드는 위력을 가졌고 이채리 대리는 ‘체리’처럼 상큼하고 옹골찬 매력이 팡팡 풍겨나온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제 정말 ‘결혼식’만 남겨둔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전형적인 결혼식 사진보다 자연스럽고 이쁜 사진을 선호하는데 마침 그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이렇게 신청을 하게 됐다”며 활짝 웃는다.

박대영 대리와 이채리 대리는 2019년에 한전에 함께 들어온 입사동기다. 입사동기라고 무조건 커플이 되지는 않을 터, 두 사람이 연인이 된 것은 함께 강원도 지역에 발령을 받으면서부터였다.

“강릉, 속초, 정선 등이 포함된 영동지역으로 남자, 여자 각 2명, 딱 네 명 동기가 함께 발령을 받았습니다. 춘천, 원주가 있는 영서에 비해 아무래도 좀더 갇힌 느낌의 지역이라 네 명 동기가 서로에게 굉장히 큰 위안이 됐어요. 업무 고충도 나누고 동기다 보니 서로 편하게 대할 수 있어서 돈독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절로 만들어진 거죠.”

박대영 대리가 살짝 들뜬 표정으로 설명해준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바다도 보러 가는 일상은 네 명 모두에게 큰 낙이었다고.

그러던 중에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은 박대영 대리였다.

“대부분 넷이 만났는데 둘이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주말에도 만나고 싶고, 다른 동기들을 만나러 간다고 하면 질투도 좀 나고요. 또 같은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결국 박대영 대리는 용기를 냈다. 거절 당하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어느 정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고백이었다. 이채리 대리 역시 이심전심이었기에 두 사람은 2020년 12월 24일부터 ‘1일’을 맞은 연인이 되었다.

여자, 남자에게
프러포즈 하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느 부분에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것일까?

“대영 기자가 굉장히 말을 잘해요. 제가 영동에 있는 동안 힘든 일이 좀 많았는데 그때마다 위로와 조언을 정말 많이 해줬고 덕분에 무사히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대영 기자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

이채리 대리의 말에 박대영 대리의 눈이 돌연 커진다. “처음 듣는 얘기”라는 것이다. 쑥스러워서 마주 보고 못했던 이야기도 제3자가 낀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리니 아무래도 좀 더 수월하게 나온 듯 싶다.

“동기지만 채리 대리는 저보다 2살이 어려요. 그런데도 옆에서 지켜보니 배울 점이 많은 친구더라고요. 경제관도 그렇고 인생관도 굉장히 멋있어요. 자기 주관도 굉장히 뚜렷하고 힘든 중에도 본인에 대한 자존감, 긍지를 잃지 않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스스로 자존감이 좀 낮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런 채리 대리를 보면서 덩달아 힘을 많이 얻었지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활짝 웃는다. 애정에 더해 서로에게 배울 점을 찾아내고 그로 인해 스스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두 사람을 더욱 견고하게 묶어줬다는 생각이 통한 듯한 웃음이다.

이쯤되면 프러포즈 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박대영 대리를 향해 “프러포즈는 어떻게 하셨냐”고 묻자 깜짝 놀랄 만한 답변이 돌아온다. 프러포즈를 한 게 아니라 ‘받았다’는 것이다.

“저는 준비가 되었을 때, 결혼 생각이 들 때, 프러포즈를 하겠다고 계속 대영 기자한테 말해왔어요. 그리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이패드를 선물로 주면서 결혼하자고 말을 했습니다.”

이채리 대리의 이야기를 박대영 대리가 이어받는다.

“그때 선물과 함께 편지도 같이 받았거든요. 선물도 물론 기뻤지만(웃음) 편지를 읽는데 정말 너무 감격스럽고 기쁘고 고맙고 글씨도 예쁜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프러포즈 모습과는 반대되는 상황이죠. 하하.”

그때의 시간이 잠시 되돌아온 듯 박대영 대리가 살짝 울컥하면서 다시 한번 활짝 웃는다.

좋은 아내, 좋은 남편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결혼 준비는 두 사람이 시간 차를 두고 차례차례 본사로 발령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주변에 결혼 소식을 알리니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태반이었다고. 두 사람은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살 집을 구하는 등 중요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이쯤해서 드는 또 하나의 궁금증이 있다. 보통은 결혼준비를 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싸운다는 데 두 사람은 괜찮았던 걸까?

“저는 평소에도 채리를 굉장히 계획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MBTI에서 ‘J’의 특징이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세운 계획이 틀어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하더라고요. 채리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아하고 잘 세우는데 제가 그걸 못 따라갈 때 아무래도 좀 부딪치는 게 있었죠. 저는 좀 늘어지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하하.”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두 사람이 찾아낸 것은 ‘선’이었다.

“싸우다보면 상대방이 파악이 돼요. 그리고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지금은 감정이 상해도 서로 그런 부분은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퉈도 끝까지 가지 않으려는 거죠.”

두 사람이 주거니받거니 이야기를 하며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모든 사람에게 탄생이란 자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하물며 부모도 형제도 환경도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때로는 핑계가 생기고, 때로는 남탓도 생긴다. 그러나 결혼은 다르다. 온전히 나의 의지로, 나의 안목으로 고른, 나의 반려와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책임도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