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홍석 경영연구원 시장규제연구팀 책임연구원
나는 마블영화를 좋아한다. 지금은 고등학생, 중학생이 된 두 자녀와 함께 유치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아이언맨,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마블영화를 줄기차게 보러 다닌 것이 어언 10여년이
돼간다. 어벤저스 인피니티워, 엔드게임이 나올 즈음에는 영화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찐팬이 되어 버렸다. 참고로 우리 집에는 아이들을 핑계 삼아 구입한 어벤져스 히어로 피규어가
다수 보관되어 있다.
2008년부터 계속된 30여 편이 넘는 마블 영화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시리즈를 뽑는다면 그것은 바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이하 가오갤)이다. 가오갤은 2014년에 1탄,
2017년에 2탄이, 이번에 6년간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3탄이 개봉됐다. 처음 가오갤 1탄을 보았을 때 ‘이렇게 정신없는 영화가 다 있다니’라고 생각했다.
우선 영화의 배경이 지구도 아닌 낯선 우주이다. 주인공도 외계-지구인 혼혈(스타로드)을 포함해서 다 외계인이다. 예로 나무괴물 그루트, 너구리 로켓, 초록 여전사 가모라, 근육질
바보 드랙스, 더듬이 요정 맨티스 등이 있다. 주인공의 캐릭터도 예상외로 바보 같고, 독특한 4차원 유머를 아무 때나 발산한다. 다시 말해 산만한 주인공들 때문에 웬만해서는
스토리에 집중하기 어려운 영화이다.
그럼에도 내가 가오갤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인공들이 은하계를 구하기 위해 좌충우돌 서로 부대끼면서 갖은 고생을 하지만, 친구를 넘어 가족이 되는 감동적인
‘가족영화’이기 때문이다. 가오갤 주인공들은 서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아껴주고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헌신을 한다. 가오갤 1탄의 나무 괴물 그루트가, 2탄에서는
스타로드의 양아버지 욘두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희생한다. 그리고 이번 3탄에서는 부상당한 너구리 로켓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가오갤 히어로들이 자신을
헌신하는 내용이 나온다.
3탄에 기억에 남는 명대사 “(친구들을 버리고)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아”가 생각난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사장님 이임식에 참석했다. 회사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이임식 중 가장
울컥하는 이임식이었고 이임사였다. 한전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많은 고생을 하신 사장님이기에 ‘사랑하는 한전 가족 여러분’이라는 이임사 첫 구절은 단순한 미사여구나 수식어가
아닌 진짜 한전인들을 사랑하는 가족으로 느껴지게 했다.
은하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하계의 수호자 가오갤과 같이, 지금 이 순간 한전에 근무하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아무도 알아주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묵묵히 우리나라 전력산업을
지키는 ‘가디언즈 오브 캡코 갤럭시’라 불리어도 무방한 히어로들이다.
이번 주말, 한국전력 은하계를 지키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우리 동료를 생각하면서 가오갤 영화 한 편을 함께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