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정환 계통계획처 계통계획부 부장
향후 15년간 우리나라의 전력망 보강계획을 담은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 지난 5월 발표됐다. ‘국가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안정적 전력계통 구축’을 목표로 수립된 이번 설비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우리나라는 2년마다 향후 15년간 전력이 얼마만큼 사용될지 전망하고, 이러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지 계획을 수립한다. 이렇게 정부에서 수립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우리 회사는
전력의 발전에서 사용까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송전선로, 변전소 등을 언제, 어떻게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다. 이를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라 하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이행계획 역할을 한다.
장기 송변전설비계획 수립의 첫 번째 단계는 전국을 6개 권역 42개 세부 지역으로 나눠 전력수요를 전망한다. 이후 전력계통해석 프로그램용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전력의 수요와
공급의 시간적·공간적 불일치로 인해 전력계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분석한다. 분석 후, 문제점 해소를 위한 다양한 계통보강 방안을 도출한다. 여기서 도출한 여러 가지
방안들에 대해 ‘기술성, -얼마나 전력계통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지-’, ‘시공성,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경제성, -투자비용 대비 얼마나 합리적인 방안인가-’ 등을
종합 검토해 설비계획을 수립한다.
또 합리적이고 타당한 의사결정을 위해 학계, 산업계 및 관련기관 전문가와 함께 실무소위원회를 구성해, 의견 수렴과 자문을 받아 최종적으로 우리 회사의 이사회 의결과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하게 된다.
이러한 전력수급의 변화를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이번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이하 설비계획)에 어떠한 내용이 담겼는지 알아보자.
10차 설비계획의 핵심 과제는 ‘국가 에너지 믹스 적기 이행을 위한 기간망의 보강’이라고 할 수 있다. 10차 전기본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무탄소 전원은 토지의
가격, 주민수용성 등의 영향으로 비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보급되고 있으나, 이에 반해, 기업들의 수도권 입지 희망과 집중되는 택지·산단 개발로 인해 신규 전력수요는 계속적으로
수도권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발전력이 남는 지역에서 수요 집중지역으로 대규모 전력을 송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이번 10차 설비계획에서는 영동지역과 호남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융통할 수 있는 345kV 7개 루트 보강을 계획했다. 이와 함께 서해안-수도권 HVDC 기간망을
구축하여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력이 부족한 수도권으로 해저를 통해 직접 공급하고, 더 나아가 향후 빠른 속도로 세계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HVDC분야의 산업생태계를 견인할
예정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빠르면 2~3년내 개발이 되나, 전력망 보강의 경우 최소 7~9년이 소요되므로 재생에너지 집중지역의 경우 후행적인 계통보강으로 접속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9차 설비계획에서는 지자체 및 사업자 의향조사를 통해 선제적인 설비계획을 시범 도입하였으나, 장기간 사업 의향조사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이번 10차
설비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기반으로 토지의 가격, 전력망 보강 여건 등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재생에너지를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여 설비계획에 적용하였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예측기반의 설비계획으로 매몰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예측자료 재조사 및 건설 심의위원회 운영을 통해 설비계획 적정성 검토 후 확정할 예정이다.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전력공급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고덕산업단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적기·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관련 기업 협업으로 통합 전력인프라 구축계획을 수립하였다. 또 3기 신도시 등 택지개발사업에 대해서는 주민·환경 중심의 기존 전력설비 종합 재구성 계획을 수립하는 등
지역개발과 연계한 신규 345kV 변전소 14개 신설 계획을 이번 10차 설비계획에 반영하였다.
미래 전력계통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 전력설비에 대한 주민수용성 악화로 설비확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전력수요가 변화시
원전·재생에너지와 같이 발전기의 출력을 신속하게 조절하기 어려운 전원, 이른바 경직성 전원의 확대로 국지적·일시적인 전력수급의 불안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계통 불안정을 대응할 수 있는 설비를 우리는 ‘계통안정화설비’라고 부른다. 이번 10차 설비계획에서는 동해안지역 발전제약 완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호남지역 등의 전압 및
주파수 안정도 확보 등을 위해 유연송전시스템(FACTS) 6.8GVar와 에너지저장장치(ESS) 300MW를 신규 설치하여 최종적으로 FACTS 10.4GVar 및 ESS
1.3GW의 계통안정화 설비를 확보할 수 있게 준비하였다. 아울러 육지 최초로 동기조상기(600MVA) 설비계획을 반영하여 전력계통에서 고장이 발생할 때 이를 복원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는 ‘관성’ 저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내용을 종합하여 앞으로 15년간 22,491C-km 송전선로와 336개 변전소를 신설하는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번 설비계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56.5조 원의 투자비가 소요될 전망이고, 이 중 약 34.5조 원은 원전·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연계 관련 설비보강을 위해 투자된다. 발전기의 계통연계를 위한
투자비 규모가 전력공급을 위한 설비보강을 위한 투자비 규모를 넘어선 건 이번 10차 설비계획이 처음이다.
모든 전력수급의 문제점을 전력망 보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발전사업자들에게 맡겨온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전력망을 고려하지 않고 무질서하게
보급되어 국토의 난개발, 접속지연 등의 부작용을 낳았고,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 선점 경쟁은 수도권에 40GW가 넘는 전기사용 신청과 전기사용예정통지라는 터무니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전력계통 여건을 우선 고려하여 질서 있게 재생에너지를 보급하기 위한 ‘에너지 계획입지’와 전력수요를 계통여유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의 도입을 통해 지역별 전력수요와 공급 분산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이번 10차 전기본에 최초로 도입한 ‘先 전력망 後 발전’ 패러다임을 고도화하여 수요와
공급의 지역 분산을 고려한 전력망 보강 로드맵을 11차 전기본에 제시하고 정부의 지역별 수급균형 제고 정책을 적극적으로 제언할 예정이다.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정계·학계·산업계에서는 전력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 회사에 더욱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결코 녹록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은 우리나라가 국가 에너지 안보 확립과 탄소중립 달성에 기반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시간과 비용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협업과 역량 집중이 필요하며, 우리 회사가 이러한 위기를 딛고 이번 설비계획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