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인포 칼럼

비만과 만성염증의
불편한 관계

글. 윤성중 한의학박사(경희장수한의원 원장)

미국 여행을 하다보면 엄청난 볼륨의 엉덩이와 뱃살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보여 놀라게 된다. 액상과당이 풍부한 음료와 인스턴트 음식이 주범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했다.

지방세포와
염증성 물질의 관계

실제 미국, 독일 등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인구의 1/3이상이 비만에 해당된다고 한다. 흔히 비만은 체형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비만은 다양한 질병을 부른다. 비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관상동맥질환 발생이 1.5~2배, 고혈압이 2.5~4배, 당뇨병은 5~13배 높아지고, 대장암과 방광암, 자궁내막암, 유방암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고 한다.

아울러 비만은 체내에 만성적인 조직염증을 일으킨다. 살이 찌면 지방세포가 커지는데 어느 한계까지 눌리면 혈액공급이 차단되고 세포사멸이 발생한다. 지방세포의 사멸 후에 면역계의 대식세포와 림프구가 지방조직으로 이동하여 청소를 시작함과 동시에 TNF-α, IL-6, IL-1β와 같은 염증성 물질을 대량 방출하게 된다.

염증 물질의
과다 생산과 지방 축적

만성염증은 다양한 질병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염증 물질의 과다 생산은 신진대사가 저하되고 잉여 칼로리는 지방 축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방은 다시 만성염증을 일으키게 되며 염증증가와 지방생산 고리의 악순환이 이어지게 된다. 우리 몸에 염증 물질이 과다하게 만들어지면 아래와 같은 증상이 유발된다.

이러한 만성염증을 의학용어로는 ‘만성 저등급 염증(chronic low-grade inflammation)’이라고 부른다. 한의학에서는 ‘기허(氣虛, 기가 허약해짐)’ 상태에서 기체(氣滯, 기의 흐름이 나빠짐), 담어(痰瘀, 노폐물의 배출이 어려움), 열독(熱毒, 과다한 독소로 발열 반응이 생김)이 수반된 상태로 본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염증은 아니지만, 염증 유발 물질들이 염증과 조직 파괴를 일으키는 것이다. 만성염증을 줄이면 대사증후군이나 암 등의 발병 위험이 현저히 감소된다.

칼로리 섭취 줄이면
만성염증 수치도 감소

만성염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섭취 칼로리를 줄여야 한다. 부피가 큰 저칼로리 음식이 포만감을 주는데 유리하다. 또 땀을 흘리는 수준의 운동이 필요하다. 우리 몸은 근육의 포도당과 간의 글리코겐을 소모시킨 이후에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최소 30분이상의 운동을 하여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를 줄이고 육체 활동을 늘려서 체중을 5%정도 감소시키면 만성염증 수치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고 한다.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한약이나 음식도 만성염증을 줄이는데 유익하다. 과당이 많은 음료나 과일은 피해야 한다. 주로 하엽(연잎), 결명자, 차류 및 녹차 폴리페놀(tea polyphenols), 강황, 영지, 상엽, 산사자, 복령, 의이인, 구기자 등이 비만 치료에 효과적이다. 이러한 한약에 함유된 다양한 폴리페놀 성분들은 뛰어난 항산화작용으로 프리라디칼을 제거하여 염증을 제거한다. 또 스트레스를 줄이면 폭식 경향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숙면은 진정작용이 있어 소염작용을 하여 염증을 줄이고, 부기를 감소시키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이처럼 다양한 방법들이 만성염증을 줄여서 비만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끈기 있게 꾸준히 실천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어려운 과정인 만큼 그 결과는 클 것이다.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건강과 행복의 지름길로 안내해줄 것이다.

체내 염증물질 많아질 때 생기는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