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지사
전력공급부
박범기 차장
김해지사
고객지원부
문견희 대리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인연은 우연과 얼마나 닮아있을까? 취업 스터디그룹 안에서 만난 두 명은 나란히 한국전력공사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고, 부부라는 연까지 맺었다.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보물 정후를 얻은 이들은 같은 취미, 같은 꿈을 지닌 한 가족으로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온 가족이 야구를 사랑하고, 삼성라이온즈 열렬히 응원하는 광팬이라면 인생사진관 콘셉트는 어떨까. 촬영 콘셉트는 모두가 만장일치로 야구, 장소는 삼성라이온즈 볼파크경기장으로 정했다.
제대로 사진 촬영을 하고자, 일부러 경기 없는 날로 촬영날짜도 골랐다. 박범기 차장과 문견희 대리, 아들 정후까지, 그들에게 삼성라이온즈볼파크 경기장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엔돌핀이 솟는다.
카메라 등장에 수줍어 고개도 제대로 못 드는 정후이지만, 엄마아빠와 함께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으니 신난 마음은 감추지 못한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동갑내기
부부의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진다. 박범기 차장과 문견희 대리가 처음 만난 것은 회사에 입사하고자 취업준비생으로 서울에서 스터디그룹을 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회사에 합격하는 게 목표였고, 서로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둘 다 합격했고, 동기로 교육연수를 받으며 가까워졌습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문견희 대리와 차분하고 선하지만 반듯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박범기 차장이 마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친구로 지냈던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계기가 하나 있다. 취업준비생 내내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다니던 박범기 차장이 어느 날 라식 수술을 했다. 이후 안경을 벗은 채 등장하면서부터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년 연애하고, 28살 결혼에 골인했다. 워낙 결혼이 늦어지는 요즘 시대에 ‘28살 결혼’은 굉장히 빠른 편이라 할 수 있다.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뜻을
모아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저희는 동기 중에서도 첫 커플, 첫 결혼입니다. 덕분에 사귈 때도 정말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결혼식에 많은 지인과 동료들, 선후배님들이 와주셨습니다. 많은 이들의
축복을 받은 결혼식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정후다. 수줍어하면서도 주문대로 척척 포즈를 해낸다. 거기에 촬영 아이디어까지 내놓는다. 엄마가 들고 온 커다란 가방 안을 뒤지더니 장난감 배트를
꺼낸다. 능숙하게 타자 포즈를 흉내 내고, 번트 자세도 취한다.
온 가족이 삼성라이온즈 팬이 된 건, 바로 아빠인 박범기 차장 덕분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빠를 따라 정후도 자연스럽게 야구팬이 됐다. 아내 문견희 대리까지 야구 관련 책과 유튜브
영상을 보며 야구 공부를 했다.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하는 취미 생활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부부가 입을 모은다.
“저희는 지금 3년 차 주말부부입니다. 남편이 김포지사로 발령이 났을 때, 정후가 어려서 손이 많이 가는 시기였습니다. 육아를 전담하게 되니 정말 눈앞이 캄캄했죠.”
주중에는 가사와 육아를 온전히 아내가 부담해야한다. 박범기 차장은 주말이면 집에 와서, 정후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정후가 워낙 야구를 좋아해서 같이 캐치볼을 하거나 야구를 직관하러 갑니다. TV로 야구 중계를 보고 이야기도 나누죠. 야구에 관한 모든 걸 함께합니다. 아직 정후가 어리기에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자 나들이도 많이 다니는 편입니다. 눈 뜬 순간부터 목욕하고 잠자리에 들기까지 내내 정후는 제 전담이에요. 물론 야구를 중심에 놓고요.”
당연한 말이지만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연애 때는 싸워도 각자 집에 돌아와 풀고 다시 만나면 된다. 결혼 후에는 싸워도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한다. 연애 때 몰랐거나 귀여워
보이던 사소한 습관, 버릇들 때문에 심심찮게 충돌을 빚기도 한다. 때문에 화해의 기술은 어느 부부에게나 반드시 필요하다. 박 차장과 문 대리는 서로의 반대 성향 덕분에 부부 사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한쪽의 적극적인 성향, 또 다른 한쪽의 차분한 기질이 서로를 중립시켜준다고.
“저는 아내에게 영향을 받아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내 역시 제 영향을 받아 한 번 더 생각하면서 감정을 조절하게 되고요. 서로 고맙게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부부는 커다란 책임과 사명을 하나 갖고 있다. 바로 아들 정후를 잘 키우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정후에 대한 교육관은 아내와 남편이 일치한다.
“꼭 공부를 잘하지 않아도 돼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아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정후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는 건 부모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삶에서 좋은 동반자를 만나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부부가 같은 곳을 바라보며 2인 3각으로 걸을 수 있는 것은 더 큰 행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