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찾아가는 현장강의

향수로 또 하나의
나를 표현하다

전북본부 전력관리처의 나만의 향수 만들기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김민정 MSG스튜디오

후각은 인간의 오감 중 대뇌에 직접 전달돼 기억에 오래 남는 특징을 가진 감각이다. 향수가 오늘날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패션 아이콘으로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오늘은 전북본부 전력관리처 직원들과 함께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을 찾아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를 만들어보는 시간이다.

향수는 최초의 화장품 중 하나다. 향수(perfume)는 ‘통해서(through)’라는 의미의 라틴어 ‘퍼(per)’, ‘연기(smoke)’를 의미하는 ‘푸무스(fumus)’에서 유래된 단어로 향을 피우면서 나는 연기, 즉 제례의식이 향수의 기원임을 알려준다. 근대적 향수가 유럽에 처음 등장한 것은 1370년경,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향수(향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인간의 삶과 향은 긴 역사의 궤를 함께해온 셈이다.

나의 인상과 느낌에
어울리는 향수란

대부분 사람에게 향수는 구매하는 것이다. 조향 클래스에 참여할 전북본부 전력관리처 4명의 직원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가 향수를 좋아하고 매일 혹은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모두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고르는 게 더 익숙하다. 오늘 수업의 참여자 성정하 과장(지역협력부)과 김민정 대리(토건운영부), 김유경 대리(계통기술부), 이준우 대리(지역협력부)에게 오늘 하루는 처음 맡아 보는 향기 같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다.

모여 앉은 네 사람 앞에는 수십 개의 유리병과 시향지, 반듯한 사각 종이가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오늘 강의를 맡은 전주시 ‘무드온제이’의 강소정 조향사가 본격적인 향수 만들기에 앞서 아이스브레이킹을 제안한다. 앞에 놓인 종이를 롤링페이퍼처럼 돌려가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인상을 체크하는 것. ‘고요한, 상쾌한, 힘찬’ 등 다양한 느낌이 적힌 종이를 보면서 직원 모두가 새삼스럽게 앞자리, 옆자리 동료들을 빤히 바라본다.

타인이 보는 자신의 느낌, 내가 원하는 향을 체크하고 나니 이제 본격적으로 시향을 할 타임이다. 강소정 조향사가 준비해온 원료는 총 25개. 모두가 원하는 만큼 향을 맡아보면서 그 느낌을 종이에 적기로 한다. 모두가 시향에 바쁜 와중에 문이 열리더니 동료들이 조심스럽게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오늘 조향클래스에 직접 참여는 하지 못하지만, 향수에 대한 정보를 듣고 동료들이 직접 향수를 만드는 모습을 참관하고자 모인 직원들이다. 반가운 눈짓과 미소에 또 하나의 향기가 공간에 덧입혀진다.

생각보다 어려운
나의 취향 찾기

향을 하나씩 맡고 일일이 느낌을 써보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향기에 오롯이 집중하고 그것을 정확히 글로 표현하는 게 의외로 간단치 않다. “꽃밭에 누워서 선잠 자는 향”, “멀미 냄새”, “화장실 디퓨저 향“, “와우껌 마지막 향”. 기상천외한 소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기도 여러 번.

“향료는 탑노트, 미들노트, 라스트노트로 나누어져요. 탑노트는 향수의 첫인상이라고 하는 가장 향이 강한 원료입니다.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처음 맡아지는 향입니다. 지속성은 10~15분 정도, 미들노트는 향수의 메인이 되는 향이에요. 지속시간은 1~4시간 정도입니다. 라스트노트는 향수를 뿌린 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은은하게 남아있는 잔향을 말합니다. 각 향료가 어느 파트에 해당하는지 잘 기억해서 배합해야 합니다. 향수는 처음 뿌렸을 때부터 잔향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하니 기억해주세요.”

성정하 과장이 “그럼 집에 있는 향수들을 섞어서 써도 되냐”고 묻자 “집에 있는 향수로 또 다른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향수를 직접 섞는 게 아니라 두세 가지 향수를 같이 뿌려 레이어드하면 된다”고 팁도 전해준다.

내 취향 100%의
향수를 갖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료 숫자가 좁혀지면서 점차 향수 만들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원료 고르기가 끝나고 배합을 시작했는데 모두가 엄청나게 집중한다. 한 방울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가고에 따라서 향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모두가 실험실의 연구원처럼 신중하게 스포이드를 움직인다. 종이에 각 향료의 방울 숫자까지 기록하고 다시 향기를 맡아 본 뒤 좋아하는 향료를 추가하는 등 취향에 맞게 꼼꼼히 조절하는 모습이 프로페셔널 조향사 못지않다. 청일점으로 참여한 이준우 대리는 막판까지 가장 배합을 고민했다. 참관한 남자직원에게까지 의견을 구해가며 과자를 따라가는 헨젤과 그레텔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열심히 찾아가는 모습이 진지하다.

“향수도 유행을 탑니다. 요즘은 남녀 구분 없이 중성적인 향, 시원한 우디향 등이 인기가 좋은데 어느 자리에 가느냐에 따라 적절하게 향수를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사무실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일하는 경우 너무 진한 향수를 뿌리면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될 수도 있고요. 식당에 다녀온 뒤 가볍게 뿌려주는 향수는 좋은 매너가 될 수 있으니 적절하게 향수를 사용하면 센스있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조향사 조언에 모두가 더욱 신중하게 움직인다. 향수 만들기가 막판이 이르자 모두가 동료가 만드는 향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재미있는 것은 각자 자신이 가진 이미지와 썩 잘 어울리는 향수를 만들어 냈다는 것. 완성된 향수는 2주 정도 지나면 숙성되어 더 좋은 향이 난다. 하지만 다들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할 기세다. 마지막으로 각자 지은 향수 이름을 라벨링하는 것으로 향수 만들기 도전을 완료했다.

오늘의 향수 만들기 어땠나요?

전북본부 전력관리처 지역협력부 성정하 과장

평소 향기를 좋아해서 디퓨저와 향수를 즐겨 써왔어요. 오늘 직접 조향을 하면서 확실한 제 취향을 알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게 향수는 마무리이자 완성이고 또 우울할 때 기분까지 올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단체생활 시 매너 있게 향수를 사용할 수 있는 법까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후배들과 함께하니 공감대를 늘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런 기회를 더 많은 직원이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전북본부 전력관리처 토건운영부 김민정 대리

김유경 대리님의 강력한 권유로 오늘 조향 클래스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 취향을 잘 모르고 살았어요. 향수도 제가 고르기보다는 선물 받은 걸 그냥 사용했습니다. 오늘 여러 향료를 하나하나 맡아보면서 제 취향은 물론 자신까지 좀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유자향이 메인인 향수를 만들었는데, 올여름은 제가 직접 만든 향으로 좀 더 시원하고 기분 좋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행복합니다.

전북본부 전력관리처 계통기술부 김유경 대리

향수를 취향대로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공지를 보고 꼭 참여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향수를 좋아하긴 했지만 약간 유목민이라고나 할까? 딱히 정착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써왔거든요. 오늘 여러 향을 신중하게 맡아보면서 제가 좋아하는 향을 골라 직접 향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결과물에 더 애착이 가고 남다르게 느껴집니다. 동료들과 함께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전북본부 전력관리처 지역협력부 이준우 대리

제게 향수는 그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여행을 가서 향수를 뿌리면 돌아와 그 향기를 맡을 때마다 여행했던 그 장소와 시간이 떠오르니까요. 오늘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제 취향을 파악하는 게 의외로 어려웠습니다. 제가 MOSS 향을 좋아한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향을 통해 직장생활에 더 큰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향수 사용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어서 유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