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훈 제주본부 송변전운영실 HVDC부 과장
어느덧 50대에 접어드니, 밤낮의 온도 차가 심한 계절에는 등산과 같은 운동하기가 조심스러워진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선상낚시는 혼자 또는 벗,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라고 한다. 올해는 갑오징어 낚시에 도전하기로 했다.
매년 2월부터 5월까지, 이 시기는 낚시를 즐기는 이들에게 비수기다. 제주도에서는 참돔과 우럭, 갑오징어 정도가 잡힌다. 갑오징어 낚시는 처음 해보는 종류의 낚시라 장비부터 꼼꼼히
점검한다.
오징어 낚싯대에 0.8호 합사를 감은 릴, 갑오징어를 유혹할 인조 미끼인 애기를 챙기고, 나머지는 낚시점에서 물어보고 적당히 사면 끝. 그리고 배를 타려면 우선 멀미약과 선글라스,
선크림은 필수다. 음료와 먹을 것도 챙겼다. 구명복은 선장님이 준비하시니 걱정할 것 없다. 중요한 한 가지 더, 배를 타려면 신분증도 필요하다. 배를 타기 전, 미리 기상과 스케줄
확인과 함께 예약과 입금도 서둘러야 한다. 미리 안 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
오전 7시에 애월포구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니 ‘황홀한 눈맛’에 빠져든다.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는 일출과 에메랄드빛 바다, 복잡했던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거대한 자연 속에서
느끼는 해방감이 아릿하게 전해진다.
두 번째 맛은 낚싯대로부터 전해오는 짜릿한 손맛이다. 1시간가량 바다를 달려 멈춰선 곳. 태평양을 바라보는 남쪽 바다, 옆으로는 가파도가,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평소에 보는
한라산과는 다르게 유난히 웅장해 보인다. 너울이 넘실대는 바다 위에서 멈춘 배가 심하게 출렁인다. 나도 울렁거린다. 멀미약을 챙겨 먹은 한 시간 전의 나를 칭찬한다.
‘삑’ 신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낚싯줄을 내린다. 바로 초보 조사의 운이 터지기 시작한다. 갑자기 무거워진 낚시에 히트 소리와 함께 와락 낚싯대를 들어 챔질! 오오, 요것 보소!
만면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갑이’(갑오징어) 파워가 줄을 통해 온몸으로 느껴진다. 잠깐이라도 여유를 주면 갑이가 탈출한단다. 90m, 80m, 60m, 1m! 신발보다 큰 크기의
갑이가 물 위에 모습을 드러낸다. 선장님의 뜰채에 살포시 담긴다. 올려주시는 선장님 몸에다 성난 갑오징어가 먹물을 뿜는다. 엄청나게 큰 갑이를 들고 사진 한번 찍어본다.
집에 돌아와 깨끗이 갑오징어를 씻는다. 먹물과 점액질이 참 많이도 나온다. 한 마리 적당히 뜨고, 나머지는 찜으로 먹기로 했다. 수증기가 몽실 피어오를 때 꺼내어 손질하고 접시에
담는다. 온 가족이 모여서 내 손으로 직접 잡은 갑오징어를 나눠 먹는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색다른 맛에 다들 맛있다고 하니 하루의 고단함이 사라진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일몰과 함께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다. 새로운 내일을 위해 하루를 정리해 본다. 출조 전날 설렘과 함께 잠을 못 이루며 뒤척이던 순간,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고
도착한 항구에서 보던 일출, 망망대해를 보며 느꼈던 장엄함과 한 마리 한 마리씩 서로가 낚아 올린 갑오징어의 짜릿함, 서로를 축하하던 즐거움이 파노라마처럼 스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굴에 묻힌 먹물 한 방울에도 한껏 웃을 수 있던 많은 시간. 함께 감탄하고, 체험하고, 기쁨을 공유한 하루가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한 삶이 아닐까?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 벗들과 동료들과 함께하는 갑오징어 낚시, 나는 격하게 찬성이다!
갑오징어 시즌은 연 2회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8월 중순부터 가을철까지는 소형 급들이 잡힌다. 초겨울까지는 굵은 씨알로 자란 갑오징어를 낚을 수 있다. 남해쪽으로 내려가면 초겨울에도 갑오징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산란기를 맞이하기 직전인 봄철이 대물 시즌이다.
갑오징어는 오징어 중에서도 가장 손쉽게 낚을 수 있다. 무리로 나타나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아이스박스를 가득 채우는 행복이 가능하다.
자료: 책 <바다낚시 첫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