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곽지혜 신성장사업개발처 수소재생e개발실 제1담당
1990년대 이후 극심해진 지구온난화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 발전원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이다. 우리 회사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으로 수소·암모니아 사업 개발을 추진, 진행하고 있다.
1997년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규정해 탄소저감 의무를 부여한 ‘교토의정서’를 시작으로, 2015년에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를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겠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세계 각국에서 지구의 안녕을 위해 이를 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으로, 1990년도 대비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149% 증가하였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슬로건을
내걸고,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 달성 목표(NDC,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발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탄소배출 절감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그 중심에 ‘수소’가 있다. 수소는 탈탄소화와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시장 또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수소는 생산방식과 CO2
배출량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수소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그린수소는 청정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성된 수소로,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친환경 수소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 대응 강화, 관련 기술의 혁신, 생산비용 감소 등에 따라 수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수요량은 2050년 최종에너지의 무려 13%를 차지하는 5.3억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수소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미래 에너지 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한편, 암모니아(NH3)는 수소를 운반하기 위한 Carrier로서 역할뿐만 아니라 저탄소 연료로서 석탄 발전소 혼소발전에 활용이 가능하다. 수소와
함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암모니아는 수소에너지의 저장 및 운송 방식 중 가장 현실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다른 방식과 비교해
동일 부피 대비 1.5배 더 많은 수소를 저장할 수 있어 경쟁력 있고, 수소보다 쉽게 액화되고, 인프라도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따라 우리 한전도 2021년, ‘탄소중립 Zero for Green’을 선언했다. 전력산업 밸류체인 전 과정에 걸쳐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과감한 혁신성장
주도를 도모할 계획이다.
특히, 전환(발전)분야는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분야로 국내 수소수요의 약 50%를 차지할 것이라 정부는 예상한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예상 소요량을 충당하기 위해 정부는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을 제정하고 수소법 개정(2022.8)과 시행령
개정(2022.12)을 통해 CHPS(Clean Hydrogen Portfolio Standard,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를 시행하여 국내 수소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전력을 수소발전량 의무구매자로 하는 수소발전입찰시장(*23년 수소발전사업자의 발전량을 대상으로 경쟁입찰 개시 예정)을 개설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제는 수소발전입찰시장 도입에 따른 값비싼 청정연료(수소, 암모니아)를 활용한 전력 구매비용은 한전이 시장 의무구매자로서 구매해야 하며, 이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때문에 수소연료 조달물량과 가격에 대한 통제력 확보가 시장운영 시 한전의 사업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국내 수소 수요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전은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해외사업을 통해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쌓아온 글로벌 유틸리티 기업이다. 그린수소의 경우 재생에너지 설비에 수전해 및 암모니아 생산 설비를 추가하는
구조로, 기존의 민자발전사업(IPP)과 유사하여 한전의 해외사업 역량을 녹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해외 수소사업 직접개발을 통해 연료조달의 안정성 확보, 수소 도입가격 관리를 통한 안정적인 수소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수소 관련 전후방 국내산업을 육성하는(Korea
Fleet 진출) 등 소비자 편익증진과 공기업으로서 한국전력의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자 한다.
수소·암모니아 사업은 생산에서 활용까지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며, 사업의 규모도 매우 크기 때문에, 개별기업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따라서 한전은
발전5사와
국내 민관기업과 협업을 통해 동반진출을 추진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우선 수소사업 협력을 위한 한전-발전5사간 공동 사업개발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한전은 다년간 해외사업 개발 역량을 쌓아왔고, 발전사는 수소·암모니아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 수소시장 도입에 따른 시장초기 리스크를 그룹사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고자 지난 2월 22일,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에서 <한전-발전5사간 실무협의회>가 열렸다. CHPS 정책공조 및 청정연료 해외 공동조달 방안 마련을
주제로
시장, 정책 및 조달 분야에 대해 전력거래소, 한전, 발전5사간의 입장과 계획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화석연료는 기존 산유국에 집중되어 에너지 안보에 취약한 반면, 그린수소·암모니아 사업은 재생에너지, 항만 인프라, 정책 등 사업환경이 좋은 지역(중동, 북아프리카, 호주, 북미 등)으로 확장이 가능해 ‘자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원칙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양질의 지역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정되어 있으며, 글로벌 개발사들이 이미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한전도 공격적인 사업개발을 통해 우량 사업을 발굴하고 양질의 부지를 선점하고자 한다.
정부는 오는 2027년부터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실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본 사업은 약 130만 톤의 암모니아와 4만 톤의 수소를 활용해 국내 노후 석탄발전소와 가스발전소에 혼소할 예정이다. 이 실증사업은 시장 미성숙 상황에서 수소 조달가격 및 기술검증 등에 참조사업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성공적인 실증사업을 통해 수소시장의 안정적인 정착과 수소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전은 현재 전 세계 6개 국가를 대상으로 9개의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8개 사업이 태양광, 풍력 등 100%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암모니아 생산인
‘그린 암모니아 사업’이다.
대표적으로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와 협력하고 있는 ‘PIF 그린 암모니아 사업’과 중동의 전문 개발사인 ACWA Power와 협력하는 그린 암모니아 사업 등이 있다.
이에 멈추지 않고 호주 시장도 개척중이다. 호주 또한 지리적, 기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자원이 풍부하고 항만 인프라가 잘 갖춰져 한전이 목표로 하는 또 다른 개척지이다. 호주 유클라
그린 암모니아 사업, 머스웰브룩 그린 암모니아 사업 등 여러 사업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도 안정적 수소 조달을 위하여 칠레, 모로코 등 다양한 국가에서 수소 사업을 발굴,
개발하고 있다.
그린수소 뿐만 아니라 블루수소 사업도 병행해 개발하고 있다. 블루 암모니아는 천연가스를 통해 암모니아를 생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하여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방법이다. 현재 한전은 사우디 국영석유공사인 아람코와 협력하여 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 세계 24개국에서 46개의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민자발전사업(IPP) 경험을 토대로 2021년 ‘UAE HVDC 해저송전망 사업’에 이어 2022년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열병합 발전사업을 수주하는 등 쾌거를 이뤘다(총 발전설비용량 28GW).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정부의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정에너지를 확대하고 동시에 국내 전력산업의 전후방 기업들과 동반진출하여 수출을 확대하는 정책 방향에 일조하고자 한다.
한국전력은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밸류체인 전주기에서 전력그룹사 및 국내 민간기업들과 함께 경쟁력 있는 솔루션들을 발굴·제안하는 동반성장 모델을 구축하여, 모두가 이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