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본부 동대구지사 사우들의 꽃꽂이 클래스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혹독했던 동장군이 저만치 물러서는 기미가 보이는 지금, 우리는 그 자리를 채울 봄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봄을 상징하는 근사한 꽃들을 만져볼 시간! 대구본부 동대구지사 사우 4명이 한자리에 모여 종종걸음으로 봄을 미리 마중 나가 보았다.
꽃꽂이의 역사는 유구하다. 먼 옛날 신을 모시는 제례의식에서부터 시작된 꽃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교와 문화, 생활양식 속에서 나름의 형식과 유행을 타며 발전해왔다. 똑같은
꽃으로 똑같이 배워 꽂아도 백인백색(百人百色), 제각각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꽃꽂이의 매력은 저마다의 개성이 중요한 지금,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감각적인 취미생활로 손꼽힌다.
결혼식, 졸업·입학 시즌, 승진, 개업, 합격, 생일 등 수많은 축하자리에서 당연한 듯 보아왔던 꽃꽂이지만 취미로 삼기에는 진입장벽이 제법 높다. 원재료비와 강습시간, 교육까지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기까지 성의를 보여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 한자리에 모인 대구본부 동대구지사 직원들에게 그래서 오늘은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4명 모두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는 받아봤어도 직접 꽃꽂이를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모두의 표정에 웃음과 설렘이 가득한 이유였다.
오늘 모인 사우, 김지현 대리, 정예진 사원, 손기현 사원, 김정훈 사원은 모두 고객지원부 동료들이다. 김지현 대리가 몇 개월 앞선 선배고, 남은 세 명은 415기 동기들이다.
연령대도 비슷하고 기수도 비슷해 든든하면서도 죽이 잘 맞는 사이다. 꽃꽂이는 모두 처음이지만, 함께 용기를 내 클래스에 도전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꽃꽂이 수업이 시작됐다. 오늘 수업은 대구 동구에 위치한 쿠루플라워의 박은주 강사가 맡았다. 준비된 꽃재료들은 편백나무, 마트리카리아, 거베라, 헬레부르스, 스타크
등이다. 모두 봄기운이 물씬 나는 재료로 보는 것만으로도 입 꼬리가 올라간다. 특히 김지현 대리는 평소 꽃꽂이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이뤘다며 누구보다 눈빛을
반짝거린다.
모두가 제일 먼저 물을 듬뿍 머금은 플로랄폼을 네모난 꽃바구니에 밀어 넣는다. 모두가 손바닥을 이용해 꾹 밀어 넣는데 김정훈 사원이 의외로 어쩔 줄 모른다. 힘으로 밀어 넣다가
플로랄폼을 행여 망가뜨릴까봐 겁을 집어먹은 것. 그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제 야무지게 자리 잡은 플로랄폼 위에 편백나무를 꽂을 차례다. 가지를 톡톡 잘라 숲을 표현하듯 자유롭게 꽂으라는데 다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행여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인데 박은주 강사는 수습이 가능하니 걱정 말라고 계속 독려한다.
편백나무 가지를 둘러 꽂은 것만 해도 이미 작은 숲을 보는 듯 꽤 근사한 느낌이다. 이어서 마트리카리아를 꽂아 사랑스러운 느낌을 듬뿍 낸 뒤 오늘의 메인 꽃인 거베라를 꽂았다.
강렬한 붉은색이 꽂히자 푸릇푸릇한 꽃바구니의 느낌이 확 달라진다. 길이가 다르고 꽂은 위치가 다르니 마치 네 명 모두 다른 꽃을 꽂은 것 같다. 모두 초반의 긴장은 어느새 잊은 채
집중하느라 입이 나오고 미간에는 ‘내 천(川)’자가 잡힌다.
오늘 꽃꽂이는 초급자용이지만 완성을 위해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꽃이 고개를 숙이지 않게 할 것, 높낮이를 다르게 꽂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할 것, 바구니 4면 어디를 봐도
꽃 모양이 잘 보일 것 등등이다. 무심하게 꽂힌 듯 보이지만 이렇듯 다양한 주문 속에서 비로소 아름다운 바구니가 완성되니 네 명의 사우 모두 강사의 설명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한다.
크리스마스장미라고도 불리는 헬레부르스와 분홍색 스타크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처음보다 여유가 생긴 동료들이 비로소 서로의 꽃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칭찬을 하고 의견도 주고받는다.
차분하게 그림 그리듯 꽃바구니를 만들어가는 김지현 대리, 한 송이, 한 송이 신중하게 꽂는 손기현 사원, 작은 바구니 안에서 공간미를 살리는 정예진 사원, 꽃바구니도 뭔가 터프한
매력이 넘치는 김정훈 사원, 같은 바구니에 같은 꽃을 꽂는데도 네 개의 꽃바구니가 제각각 다른 매력을 뽐내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손기현 사원의 표정이 제일 밝다. 오늘 클래스를 앞장서 주도한 탓에 동기들이 제대로 즐기는지가 걱정됐던 것. 마침내 완성된 꽃바구니! 모두가 이곳이 직장임을
잠시 잊고 감탄사와 함께 신나게 사진을 찍고, 찍어준다. 나만의 꽃잎을 만지고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이 시간, 모두의 가슴속에 이 순간이 지워지지 않는 향기로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라본다.
꽃은 존재 자체가 힐링이에요. 자연스러운 향과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색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힘을 줍니다. 꽃꽂이를 통해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다보면 잡생각도 잊게 되죠. 가끔 시간을 내어 아파트 화단이나 거리의 꽃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그 자체만으로도 쉼의 시간을 갖게 되실 거예요.
저는 손으로 조물조물 뭘 만드는 걸 워낙 좋아해서 정말 꽃꽂이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현 사원이 권했을 때 두말할 것 없이 좋다고 했습니다. 생각만 하다가 실제로 해보니까 꽤 어려워서 깜짝 놀랐지만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러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냉장고 음료수도 줄 맞춰 세우는 제게 정형화되지 않는 꽃꽂이는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이번 꽃꽂이를 통해 용기를 냈고, 제 틀을 깬 듯한 성취감에 뿌듯했어요. 무엇보다 동기들과 이렇게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저희 업무가 민원인을 대하는 것이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한 시간이 넘도록 꽃을 만지면서 작업을 하다 보니 잡생각이 사라지고 굉장히 힐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예쁜 꽃을 만진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동기들과 일과 후에 만나면 밥을 먹거나 보드게임을 주로 했는데 이렇게 함께 모여서 꽃바구니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니 우정까지 돈독해진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같이 종종 이런 클래스에 참여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