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현 작가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 스튜디오
우리에게 도서관이란 어떤 곳일까? 윤송현 작가는 도서관을 북유럽 나라들이 복지국가라고 불리는 출발 지점이라고 보는 인물이다. 2015년부터 북유럽 국가의 도서관을 쭉 둘러보면서 복지와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삶의 근원을 찾아낸 그를 만나 책과 도서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윤송현 작가를 만난 곳은 청주시에 위치한 초롱이네도서관이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초등학교와 빌라 틈새에 자리잡은 채 한눈에 봐도 지역사회 사랑방 역할을 하기에 적당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이니 곧 하나둘 모여들겠지, 예상했는데 어쩐지 인터뷰 하는 내내 도서관을 찾아드는 사람들은 어른들뿐이다.
“요즘 애들은 학교 끝나면 다 학원에 가잖아요. 도서관에 올 시간이 없어요. 학원을 몇 개씩 다니니까요.”
윤송현 작가가 빈 웃음을 짓는다.
그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청주시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인물이다. 2013년 처음 스웨덴을 방문한 이후 북유럽 복지국가 이행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는데, 이후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회원들과 함께 북유럽 도서관을 둘러본 후 오랜 시간 복지와 민주주의 관점에서 도서관을 바라보며 고민해왔다.
현재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정책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나라의 독서는 근원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비판적 사고와 다양한 사고를 키우는 독서가 아닌,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한 학력·학습 위주의 독서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대하는 자세가 왜곡된 채 좋은 성적을 받아 사회로 나간 이들은 필연적으로 포용성이 적고, 대립적이며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된다. 다양성의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옳다, 그르다로만 재단하는 습성이 생긴 것이다. 이는 윤송현 작가가 가장 크게 우려하고 또 고민하는 지점이다.
“문제는 그렇게 시험공부를 마치고 나면 더 이상 책을 안 읽는다는 거예요. 학창시절에 (학습용 도서를) 질리도록 읽었다는 거죠.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입니다. 혹여 책을 읽어도 편식이 심해요. 실용서, 자기개발서, 재테크, 부동산… 이런 책들이 압도적으로 팔리니까요.”
복지국가들이 많은 북유럽 나라들은 윤송현 작가에게 호기심을 일으켰다. 무엇이 이 나라들을 복지국가로 만들었나? 무엇이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을까? 스웨덴을 비롯 북유럽 국가들을 수시로 찾아았던 윤송현 작가는 그 답을 마침내 ‘도서관’에서 찾아냈다.
“북유럽의 정치, 역사, 교육, 현장들을 다니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이 복지국가가 된 데는 사회 지도자들이 스스로 독서모임을 만들어 책을 많이 읽고 대중을 대상으로 책 읽기 운동을 굉장히 폭넓게 한 덕분이었습니다. 이는 리터러시에 대한 각성을 불러일으켰어요. 저는 북유럽의 독서 문화가 지금 북유럽의 복지, 행복을 만든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마을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열람실이 아니라 ‘미팅 플레이스’예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공유하면서 사고의 차이를 알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어느 마을에나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아이 때부터 쭉 이어 온 거지요.”
윤송현 작가는 어린 시절의 독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입식으로 머리가 굳어지기 전에 독서를 통해 생각의 폭을 넓히고 세상의 다양함을 이해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자라서 사람들은 다 다르다는 걸 이해할 수 있고 다름을 수용하며 결과적으로 편협하지 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니 어쩌면 지금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상들의 해답은 여기서 길을 찾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한전에는 젊은 직원들, 혹은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님들이 많을 거예요. 본인이 추구하는 행복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고 내 삶을 사랑하셨으면 좋겠어요. 부모 자식이 함께 책을 읽고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