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처 산업기획실 김형준 차장 가족
글. 이은정 자유기고가 사진. 김정훈 포비드스튜디오
연애 8년+결혼 13년 = 21년. 김형준 차장 부부가 신입생과 복학생으로 만나 두 아이의 부모가 되기까지의 시간이다. 풋풋한 첫사랑이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웠던 시간을 건너 단란한 가정을 키워오기까지 서로의 힘이 되어준 행복 가득한 가족의 여정을 따라가본다.
“저희 집으로 오세요~”
전화기 넘어 경쾌한 목소리가 전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인생사진관 역사상(?) ‘집으로 오라’는 말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황스러움도 잠시,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불안감은 이미 저 멀리로 가있었다. 고즈넉한 단독주택 사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예쁜 삼층집 앞에 서 있었으니 말이다.
시작 전부터 취재진을 놀라게 한 이번 주인공은 안전보건처 산업기획실 김형준 차장 가족. 자상한 아빠 김형준 차장과 열혈맘 아내 성은경 씨, 밝고 씩씩한 아들 도훈(10세),
애교만점 딸 재이(6세)까지 단란한 네 가족이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가족사진은 몇 번 촬영해봤는데, 전문 사진가 앞에서 포즈도 잡고 자연스레 웃는 게 쉽지는 않네요. 그래도 이렇게 모여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카메라 등장에 어색해하던 김형준 차장의 말에 아내 성은경 씨가 “원래 부끄러움이 많아요. 부끄럼쟁이~”라며 장난스레 웃었다. 투닥투닥거리면서도 서로 살뜰히 챙겨주는 부부에게서 왠지
모르게 오래된 연인의 내공이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부부는 연애 8년, 결혼 13년 함께한 시간만 21년째다.
김형준 차장과 아내 성은경 씨가 처음 만난 것은 대학교 테니스 동아리. 운동을 좋아한 두 사람은 테니스 동아리에서 당시 군 제대 후 복학한 지 얼마 안 된 복학생과 갓 입학한 스무
살 신입생으로 만났다. 캠퍼스 커플로 8년의 열애 끝에 2011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평소에는 잘 세어보지 않아 몰랐는데, 벌써 21년이나 됐네요.(웃음)”
“스물에 만났으니 제 인생의 반 이상을 남편과 함께 했다고 할 수 있죠. 와, 근데 다시 생각해도 오래됐네요.(웃음)”
햇수를 세어보더니 ‘이렇게 오래됐냐’며 놀란 눈치의 두 사람.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보니 만난 지 얼마 됐는지 조차 잊고 있었을 정도로 오랜 시간
함께해왔다. 그 사이 둘은 셋이 되고, 어느새 넷이 되며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밖에서부터 감탄을 자아내던 집은 안에 들어서면 또 다른 놀라움을 선사한다. 탁 트인 높은 층고 덕분에 개방감 넘치는 거실 곳곳에는 미술 작품들은 물론, 다양한 식물들과 독특한
오브제가 어우러져 갤러리를 방불케했다. “미술관 속 식물원에 사는 것 같다”고 하던 김형준 차장의 뿌듯한 얼굴이 새삼 이해됐다.
김형준 차장 가족이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지는 2년 남짓. 본사 발령으로 나주에 내려오면서 잠시 살던 아파트를 뒤로하고 택한 주택살이였다. 편리한 아파트와 달리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의미는 남달랐다.
“아파트에 살 때는 층간소음 걱정에 “뛰지말라”고 잔소리도 많이 하고, 계속 반복되니까 좀 신경질적으로 얘기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서는 아무리 뛰어도 괜찮으니까 아이들도
좋고, 저희도 스트레스 안 받아서 좋아요.”
옆에서 듣던 아내도 남편의 말에 힘을 보탰다.
“이곳에서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정취를 다 느낄 수 있어요. 봄에는 정원 가득 새싹이 돋고,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 또 겨울에는 주변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눈도 많이 와요. 무엇보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훨씬 많아졌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아이들도 정말 좋아하고요. 풀 뜯어서 놀고, 갈대 엮어서 돈으로 가게 놀이 하는 걸
보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한층 더 밝아진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성장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부부 역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행복감에는 좋은 이웃의 덕도 크다.
“좋은 이웃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밖에 나가 놀아도 걱정이 덜해요. 집에 없다 싶으면 동네 아이들과 여기저기 탐험을 하러 간다든가 옆집에 가서 놀고 있을 때가 많거든요.(웃음) 마치
옛날에 마을에서 함께 애들을 키우는 느낌? 공동육아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지난 1년은 아내 성은경 씨에게 큰 변화의 시기였다. 미술교육 관련 일을 하던 전공을 살려 미술학원 운영에 도전한 것이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보람도 컸다.
“이사 오고 미술수업 좀 해달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어요. 고민이 많았지만, 자연과 맞닿아있는 저희 집이라면 아이들이 미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노력한 만큼 많은
사랑을 주셔서 감사할 뿐이죠.”
아내의 변화에 김형준 차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미술학원 외에도 주말마다 서울로 강의를 나가는 아내를 대신해 두 아이를 혼자 돌봐야 하기 때문. 하지만 아내도 엄지 척을 날릴 만큼
‘좋은 아빠’로 소문난 김형준 차장에게 아이들과의 시간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평일에는 업무가 바빠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했는데, 이런 기회로 점수 좀 따고 있는 중이에요.(웃음) 아이들이 점점 크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늘어나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생기는데 그런 순간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죠.”
아내 성은경 씨는 “지난번에는 도훈이랑 같이 탄다며 스케이트보드를 2개나 샀다”며 “몸으로 놀아주는 건 1등”이라면서 남편 자랑에 광대가 한껏 올라갔다. 아내의 칭찬에
쑥스러워하면서도 입가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떠나질 않던 김형준 차장. 아이들의 부름에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마지막으로 꼭 할 말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아내에게 항상 고마워요. 사실 제 근무지를 따라 서울이며 부산, 나주까지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나주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다
보니 많이 외로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잘 따라 와주고, 오히려 ‘고생했다’고 말해주는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함께한 시간이 함께하지 않은 시간보다 많은 김형준 차장 부부. 처음 품었던 설렘은 세월에 흘려보냈어도 서로를 향한 사랑의 크기는 점차 커지는 두 사람 사이로 두터운 온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