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덕·백종민 부부
글. 김현정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 스튜디오
11년째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 중인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는 것보다 버리고 비운 자리에 오롯이 서 있는 ‘나’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없는 것이 없는 시대에 ‘없어도 불편함이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
김은덕·백종민 부부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여행이었다.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떠난 세계여행에서 총 24개 도시를 다니며 한 도시에 한 달씩 머물렀다. 2년의
경험은 많은 것을 변화 시켰다. 무엇보다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저는 옷이나 가방, 신발을 너무 좋아하는 맥시멀리스트였어요. 그런데 2년간 20인치 캐리어 두 개에 배낭 두 개만 갖고 다녔으니 뭘 얼마나 넣을 수 있었겠어요.(웃음)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 물건에 돈을 쓰는 것보다 경험에 돈을 쓰는 게 훨씬 더 오래 남고 가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2년의 경험은 부부의 삶을 재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더 적게 가짐으로써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기로 한 것.
“짐이 적어지니 행복이 자주 느껴졌어요. 그동안 물건에 갇혀 내 행복의 공간을 내줬다면 그 공간이 비워지니 되레 행복이 들어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긴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여행길에 오르며 여행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부부는 지금까지 <여행 말고 한달살기>, <없어도 괜찮아> 등 7권의 책을 썼다. 최근에는
‘띵크띵스’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니멀리즘, 여행 등의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장보기 원칙’, ‘미니멀리스트가 다이소에서 사는 제품 BEST’ 등 미니멀
라이프의 실천법과 알뜰 정보 등으로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글이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코로나19로 여행이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유튜브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을 갖게 된 거죠.
지금은 저희의 미니멀한 일상을 많이 보여드리고 있어요.”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면 세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짐은 계속 늘기 마련이잖아요. 이때 이 짐을 정리하겠다고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수납장을 사는 거예요. 하나씩 하나씩 늘리다 보면 방은 수납장 천지가 되는 거죠. 수납장을 하나씩 사는 게 아니라 넘쳐나는 물건을 정리하시고 수납장을 가급적 안 사는 게
미니멀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김은덕·백종민 부부의 하루는 꽤 바쁘게 돌아간다. 오전 5시 기상, 저녁 8시 취침이라는 큰 틀 안에서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수영을 배우고, 산책을 하는 루틴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하루 루틴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루하루 루틴을 잘 지키며 살다 보면 미래에는
내가 되고 싶은 나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인터뷰 막바지, 미니멀 라이프가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질문에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행복에 가까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쫓기듯 달려야 하는 삶에서
벗어나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늘은 또 어떤 행복한 날을 보낼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말이다. 김은덕·백종민 부부는 오늘도 채우고 비우며 행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다들 ‘현재에 행복해라’,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을 하잖아요. 저희는 앞으로도 좋아하는 여행 계속하면서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단단한 하루를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