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본부 제물포지사 라탄 조명스탠드 강좌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김민정 MSG스튜디오
무더운 여름이 되면 함께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팥빙수, 휴가, 해수욕장…. 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라탄 공예이다. 등나무를 이용해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과 생활 소품을 만드는 라탄 공예는 특유의 시원한 질감과 자연의 느낌으로 특히 여름에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제물포지사 가족들과 함께 한 라탄공예 클래스 현장을 공개한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봤음직한 것이 바로 라탄 공예작품이다. 나무줄기를 성글게 짜 가방부터 의자, 장식장, 주방도구, 조명 스탠드까지 무한대의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라탄 소재 물건들은 팍팍한 현대인들의 일상에 자연의 느낌과 실용성을 더하면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라탄 공예의 역사는 길다.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자생하는 라탄이라는 식물을
이용한 덕분에 이 라탄 공예품은 수세기에 걸쳐 발전되어왔는데 특히 라탄이 가진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속성, 우수한 내구성은 이 공예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오늘은 이렇듯 사랑받는 라탄 공예작품을 제물포지사 직원들이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 날이다. 시원한 질감과 촉감으로 인해 여름에 더욱 인기 좋은 라탄 공예에 도전할 사람은 전희란
차장(고객지원부 요금팀), 김유선 대리(고객지원부 수요관리팀), 박시원 대리(전력공급부 내선계기팀) 그리고 강동은 대리(전력공급부 배전보수팀) 총 4인이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오늘 수업의 청일점인 김유선 대리다. “취미는 게임이고 여자친구와 원데이클래스로 마카롱을 만들어본 게 전부예요.” 쑥스럽게 웃지만 어쩐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하다. 차례대로 도착한 직원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공통점은 4명 모두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만들기’와 담쌓고 살았다는 사실이다.
오늘 라탄 공예 강의는 영종도에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지혜 강사가 맡았다. 라탄 공예품 중에서 가장 난도가 낮으면서도 완성했을 때 뿌듯한 아이템으로 스탠드를 선정했고 직원들은
미리 스탠드에 씌울 갓도 골라놓은 상태이다.
테이블에 가득 펼쳐진 준비물부터가 범상치 않다. 동그랗게 말린 등나무줄기들, 물이 담긴 그릇과 분무기, 가위, 송곳 등 모두 라탄 공예시 꼭 필요한 것들이다.
“오늘 만드실 스탠드는 어렵지 않습니다. 줄기를 엮으실 때 ‘위’ ‘아래’만 잘 기억하시면 돼요. 라탄은 건조해지지 않도록 계속 물을 적셔가면서 만드셔야 하고요 반대로 완성품은
물이 닿지 않는 게 좋습니다.”
드디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됐다. 라탄 공예는 기둥 역할을 하는 날대와 그 기둥을 감싸서 형태를 잡아주는 사릿대가 기본 형태이다. 날대라는 뼈대에 사릿대가 위아래로 번갈아
지나가면서 엮으면 면이 되는 형식이다. 시작 부분은 강사가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직원들은 바로 사릿대를 위로 한번, 아래로 한번 통과시키면서 면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된다. 다들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강사의 시범과 설명을 듣는다.
“위, 아래를 잘 생각하시면서 하셔야 해요. 잠시 딴생각을 하거나 헷갈리면 위위, 아래아래 같은 실수가 나옵니다”
설명을 듣던 전희란 차장이 “작업을 하다가 줄기가 부러지면 어떡하죠?”라고 걱정 섞인 질문을 하자 남은 3명의 직원 모두가 일제히 강사를 쳐다본다. 똑같은 의문과 근심을 품고 있던
탓이다. 하지만 “물만 잘 적셔주면서 하면 절대 부러지지 않는다. 걱정마시라”라는 강사의 격려에 모두가 이내 이마의 미간을 편다.
다들 열심히 배운 대로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 아래, 위, 아래… 스마트폰 아니면 사무실 전화기, 컴퓨터 자판 등 온종일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만지던 손으로
촉촉하면서도 부드러운 나무 재질을 정성스럽게 매만지기 시작하자 이른바 촉감의 즐거움이 직원들에게 배어들기 시작한다. 입꼬리를 끌어올리면서 다른 동료들의 작업을 곁눈질하기도 하고
두런두런 수다도 오고 간다. 원래 라탄 공예를 할 때는 옆자리에 친한 사람이 앉는 게 좋다고 강사가 팁을 준다. 줄기를 빼내면서 작업할 때 옆사람을 치거나 줄기가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러나 가족이나 다름 없는 제물포지사 직원들은 누구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괜찮냐, 하면서 서로를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우왓!” 한창 작업하는 도중에 김유선 대리가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아차하는 순간에 위, 아래 법칙을 잊고 위, 위를 만들어버린 것.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며 동시에 긴장한
표정으로 자기 작품도 들여다본다. 손으로 눌러가면서 촘촘하게 등나무 줄기를 엮다 보니 손가락이 꽤 아프지만 완성되어가는 게 눈에 확연히 보이니 모두가 신나는 표정이다. 어느 정도
작업을 진행하고 나면 송곳을 이용해서 엮은 줄기의 간격도 예쁘게 정리해준다.
등 형태가 위아래는 좁고 가운데는 볼록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줄기를 바짝 엮거나 조금 느슨하게 잡아줘야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이 이치를 터득, 점점 노련한 솜씨를
보여준다. 분무기로 물을 칙칙 뿌릴 때는 제법 프로의 냄새까지 난다.
“생각보다 너무 잘하시는데요?” 속도도 꼼꼼함도 남다르다며 강사가 칭찬하니 직원들 표정에는 더욱 뿌듯함이 돈다.
오늘 가장 칭찬을 많이 받은 인물은 전희란 차장이다. 제2의 직업을 고민해 봐야하는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든 과정을 꼼꼼하고 깔끔하게 해낸 것. ‘손재주’가
없다고 손사레를 치지만 강사가 들고 온 라탄 공예 가방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조만간 뭔가 하나를 또 만들어낼 것 같은 분위기다. 박시원 대리는 쭉쭉 진도를 잘 뽑아내다가 막판
마무리 작업에서 등나무 줄기를 똑, 하고 잘못 잘라내는 바람에 작업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작업하던 옆자리 강동은 대리까지 화들짝 놀랐다. 다행히 강사의 도움으로 수습했지만 “한 번
더 이렇게 자르면 마무리가 힘들 수도 있다”는 말에 모두가 다시 마지막 코스에 집중한다.
직원들이 미리 골라 놓은 갓은 근사하기 짝이 없다. 세련된 브라운체크 무늬를 고른 김유선 대리. 모던한 느낌의 주름 갓을 고른 박시원 대리, 사랑스러운 꽃무늬 패턴을 선택한 강동은
대리, 결국 민무늬 갓을 고른 전희란 차장이 뒤늦게 부러운 표정으로 후배들 갓을 바라봐 모두가 다시 한번 웃음이 터졌다.
각자 고른 갓을 씌우고 전등을 조립하니 그야말로 화사하고 어여쁜 나만의 라탄 스탠드가 찬란히 빛을 발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을 들고 돌아가는 직원들의 발걸음
또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들 못지않게 흥겹다.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어주셨는데 이렇게 근사한 완성품까지 잘 가져 갑니다. 이런 자리가 있으면 또 불러 주세요!!”
라탄 공예는 여름용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 사계절 모두 사랑받는 아이템입니다. 소재가 나무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연스러운 색깔로 변하고 만들 때도 그 결과물이 미묘하게 달라서 각각 다른 매력을 보여주지요. 라탄 공예품은 관리만 잘하면 오래오래 사용할수 있는 제품인데요. 습기에 취약하므로 너무 습하거나 그늘진 데에 보관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건조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면 금상첨화랍니다. 혹여 물에 젖으면 햇빛에 충분히 말려주시고 곰팡이처럼 보이는 거뭇거뭇한 게 보이면 꼼꼼하게 제거해준 뒤 락스 희석액이나 일광소독 등으로 마무리를 해주세요.
“만드는 매 순간이 힐링이었어요”
이 좋은 걸 왜 여태 안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걸 만드는 순간만큼은 업무며 집안일이며 모두 잊고 몰입할 수 있어서 굉장히 힐링되는
시간이었어요. 참석자 명단을 보니까 전부 젊은 친구들이어서 제가 주책없이 끼었나 했는데 막상 시작하니 모두 하나가 되어 너무 즐거웠어요. 오늘 만든 스탠드는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는 오빠 방을 쓰게 된 딸에게 인테리어 소품으로 선물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잊지 못할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신청할 때부터 제가 청일점이 될 것 같다는 강렬한 촉을 느꼈는데 평소에도 친하게 지내는 동료와 선배님이어서 마음 편히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취미로 주로 게임을
해왔는데 이렇게 뭔가가 남는 취미활동을 했다는 게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에요. 나무줄기를 만지는 것도 손가락이 좀 아프긴 했지만 생소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었고요.
손재주가 별로 없는 제가 직접 만든 기념으로 (여친은 주지 않고) 잘 써보겠습니다.
“신혼집에 이쁘게 놓고 쓸게요~”
마지막에 실수를 해서 좀 놀라긴 했는데(웃음)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잡생각 없이 온전히 만들기에만 집중하니까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기분까지 참
좋았어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신혼생활 중인데 안방 협탁 위에다가 놓고 사용하고 싶어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하자고 권해주신 동은 대리님께
감사드려요. 안방에 놓고 잘 쓸게요!
“동료, 선배님과 함께 해서 더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내가 어떻게 만드나 싶었는데(웃음) 따라하다보니까 제법 그럴듯한 결과물을 만들게 돼서 정말 좋았어요. 사실 동료, 선배님과 함께 이런 취미시간을 갖는
게 흔치 않은 기회인데 실제로 해보니까 리프레시되고 너무 좋네요. 시원 대리님한테 같이 하자고 강권한(?) 보람이 있어요. 사실 코로나19 이후 직원들끼리 모일 일이
줄어들었는데 이렇게 타부서 분들과 함께 하니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 방에다가 놓고 잘 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