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희경 법무실 윤리법규부 차장
국회를 통과한 ‘전원개발촉진법’과 ‘한강수계법’의 일부 개정 법안이 공포되었다. 입법이 완료되기까지 전력그리드본부 산하 송변전건설단과 신송전사업처, 그리고 법무실이 1년 가까이 발로 뛰며 공을 들였다는데 그 이유는 뭘까? 개정된 법률이 우리 회사 전력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전원개발촉진법은 전력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78년 제정된 법이다. 우리 회사는 송변전설비 설치 및 개량을 위한 전원개발사업자로서 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전원개발 실시계획 승인을 받고 전력설비를 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 다른 법령과의 관계, 계획 승인 시 부여되는 권한 등을 규정하였으니 이 법의 개정사항 하나하나가 우리 회사가 추진하는 전력 사업에 많은 영향과 변화를 주게 된다.
송전선로 건설 시 사업자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내용이 법제화되었다.
그동안 입지선정위원회는 우리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운영되다 보니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참여가 저조하여 실질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는 곧 입지선정 과정의
투명성과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지며 전력 설비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저하시키고 사업 기간이 지연되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송변전건설단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8년간
12건, 최대 14개월까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지연되었다 하니 얼마나 업무적인 어려움이 컸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이번 개정으로
입지선정위원회의 구성, 심의·의결사항, 위원 참석 의무화 등이 법률에 명시되며 지역주민과 원만하고 효율적인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전원개발사업에 대한 행정기관과의 협의 절차가 개선되었다. 전원개발사업 계획의 승인 전에 관계 행정기관에 의견을 요청하여 해당 기관으로부터 의견을 회신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에 대한 회신이 지연되는 경우 전력망 건설을 위한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은
전원개발사업 계획에 대한 의견요청을 받은 행정기관이 30일 이내에 의견회신이 없는 경우(행정기관은 필요에 따라 10일의 연장기간을 1회 가질 수 있다.) 협의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불필요한 사업 지연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강수계법은 환경부가 한강의 수질보전을 위해 지정한 지역의 상수원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상수원 상류 지역의 주민 지원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한강수계법은 우리 회사 중요 추진사업인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을 위해 꼭 준수해야 할 법률 중 하나이다.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은 신한울원전, 석탄화력, 양수발전 등 동해안의 대규모 발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신가평에서 동서울로의 지중경과지 중 6.3㎞ 구간이 한강 수변구역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구 공사에 필요한 임시 폐수배출시설을 설치할 법적 근거가 없어 본격적인 설계
확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존의 한강수계법은 도로. 철도 건설을 위한 지중터널 공사 시 임시 폐수처리설비 설치는 허가하고 있으나, 전기설비는 이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 공사가 시작되면 일 평균
500∼1,000㎥의 폐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폐수처리설비 없는 공사 진행은 불가능하다. 당초에 검토된 경과지는 남양주, 하남 등 수도권 인구 밀집지역에 가공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시나리오였다. 이는 현실적으로 추진이 더욱 어렵다고 판단되자 남아있는 답지는 한강수계법의 제약 요소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한강수계법이 허용하는 임시폐수배출시설 설치 대상에 지중 송전선로(전기설비) 터널 공사를 추가하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동해안-수도권 HVDC 건설사업은 대규모 전력송전 뿐만 아니라, 기설 송전선로 고장 및 발전기 정지 등 비상사태 발생 시 광역정전을 예방하는 국가 중요 전력망으로서 안정적
계통운영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내용이 담긴 법 개정안이 발의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단추다. 전력그리드본부와 법무실은 사전에 법 개정을 위한 의원 발의 추진 TF를 수립하고 여러
의원실을 방문하여 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명·설득했다. 그 한강수계법은 2022년 10월, 전원개발촉진법은 2022년 12월에 의원입법을 통하여 개정 법안이 발의되었다.
다음으로는 각 개정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되고 의결되기까지 집중적인 입법 활동을 전개하게 된다. 전원개발촉진법의 경우, 산자중기위원회 소속 전 의원실을 방문하여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국회 심사 중에 개정안의 협의 간주제와 관련한 관계 지자체의 이견을 해소하라는 임무가 주어졌는데, 산업부와 함께 7개 시·도 기관
방문 회의를 통해 설득에 성공하였다.
한강수계법의 경우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법안으로 산자중기위 소속 위원들보다는 다소 낯선 의원실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모든 활동이 긍정적인 결과일 수는 없었지만, 다수 의원실
관계자들은 한강수계법 내 도로와 철도 건설 공사는 허용되는데 유사한 SOC 사업은 전기설비를 위한 공사도 추가로 포함되어야 한다며 공감을 표하기도 하였다.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단 1회로 의결되어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을 격려하는 듯하였다.
개정안 심사 단계마다 새로운 이견이 등장하며 국회 최종 의결까지의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법제사업위원회에서 체계 자구 심사를 거쳐 모든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산자중기위와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사위에서도 이견이 존재했는데, 새로운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관련 부서 간 팀
구성을 꾸리고, 자료 작성 및 방문일정을 잡으며 의원실을 설득해나갔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2023년의 상반기가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상반기 마침표를 찍는 6월 30일, 국회
본회의장에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두 법안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7월 18일 대통령의 공포로 ‘입법 완료’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뜻대로 안 되면 법을 바꿔라”라는 말은 가능성 없는 일이라도 한 번 시도해보라는 농담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 요구가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받을 정도로 합리적이고, 법의 개정을 통해 사회에 득이 되고 공익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법치사회의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개선해나갈 수 있다. 2050년까지 2배 이상의 전력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전력사업의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현재진행형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