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전개발처 박홍선 차장 가족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에너지가 넘치는 두 아들을 키우는 박홍선 차장 부부는 회사의 지원과 선후배, 동료들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지금까지 온 가족이 건강하게 달려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서로의 다른 성격을 상호보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감사의 마음으로 사는 부부와 사랑스러운 두 아들이 모여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 하루를 뷰파인더로 만나보았다.
비가 억수 같이 내리던 주말, 박홍선 차장과 아내 정봄 씨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작은 아들 주안(2세)이를 품에 안고 의젓한 큰아들 유진(5세)이도 함께 약속한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인형과 풍선,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커다란 파티룸을 보자 눈과 입이 둥글게 커지는 두 아이. 유진이가 주안이 손을 꼭 잡고 잔뜩 신이 나서 이곳저곳을
탐색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그런 두 아이의 모습을 박홍선 차장 부부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쫓는다.
“지난 7월 6일이 둘째 주안이가 만 두 돌 생일이었습니다. 기념으로 가족사진을 찍을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사보를 통해 찍는 것도 기념이 될 것 같아 용기를 내 신청하게
됐어요.”
박홍선 차장이 사연을 보내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편안한 분위기 덕에 친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생김새가 닮아 남매처럼도 보이는 박홍선 차장 부부는 올해로 만 5년차 부부다. 친구 소개로 6월에 만나 이듬해 2월에 결혼했으니 꽤
서둘러 결혼한 셈인데 이 스피드는 순전히 박홍선 차장의 의지 덕분이었다고.
“제가 아내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밀어붙였습니다. 지금은 저희가 좀 살이 쪘지만 만났을 때만 해도 아내가 굉장히 예뻤어요. 성격도 유머러스하고 긍정적인데다가 배려심까지 많아서 이
여자라면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했던 거죠. 아내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제가 계속 결혼 얘기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식장에 들어온 경우였습니다. 하하.”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해보니까 생각보다 꽤 괜찮았던 거죠.”
옆에서 차분히 남편의 말을 듣던 아내 정봄 씨가 급작스레 말을 보태는 바람에 웃음이 터졌다. 이게 바로 남편이 반한 아내의 유머감각인 듯싶었다. 그러고 보니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
남편과 시종일관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는 아내가 썩 잘 어울려 보인다.
박홍선 차장 부부는 지난 5년이란 시간 동안 그림처럼 이쁜 가정을 꾸려왔다. 특히 아직 한번도 목소리를 높여 다퉈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크게 싸워본 적은 없지만 사실 부부가 살면서 부딪치는 일이 없다는 건 있을 수 없잖아요. 저희는 일단 서로 감정이 상하면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잘못한 쪽에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끝냅니다.”
남편의 말을 아내가 이어받는다.
“살아보니까 남편한테 서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제 기준이더라고요. 제 기준에서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저렇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남편은 나와 다른
사람이잖아요. 이 부분을 인정하니까 제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서로의 스타일을 인정하고 존중하려고 노력해요.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는 거죠. 또 연애 때부터
계속 존댓말을 써왔는데 이것도 감정이 격해지지 않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요즘은 조금 풀어지긴 했는데 그래도 존댓말은 저희 부부에게 중요한 원칙이에요.”
육아관도 그랬다. 아내는 하나하나 챙기면서 세심하게 아이들을 돌보려고 하고 남편은 남자아이들인 만큼 방목 속에서 좀 강하게 자라길 바랐던 것. 하지만 이 부분 역시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고 대화를 나누면서 세심함과 방목의 중간 어디쯤에서 기준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한다. ‘존중과 배려’의 힘이 화목한 가정을 만드는 데 얼마나 큰 지분을 차지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엄마, 아빠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진이와 주안이의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이제 두 살이면 한창 자의식이 생기고 고집도 나타나는 시기라 형과 뺏고 뺏기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 게 당연한데 뜻밖에도 너무 사이가 좋다. 특히 유진이가 동생을 얼마나 살뜰하게 챙기고 돌보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가만히 바라보니 형의 공로가 크다.
“유진이 덕분에 제가 육아가 훨씬 수월해요. 아기 때부터 순했고 또 동생하고도 잘 놀아주거든요.”
유진이가 주안이 입에 과자를 하나 넣어주니까 주안이도 형 입에 고사리손으로 과자를 욱여넣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지켜보는 모두의 광대가 한껏 올라간다.
박홍선 차장 부부는 현재 부부생활에 중대한 시간에 직면해 있다. 박홍선 차장이 서울로 발령을 받으면서 서울과 나주를 오가는 주말부부를 시작하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남편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저는 퇴근 후에 쉬면 되지만 주중에는 아내가 육아를 전적으로 전담하게 되어 걱정이 많습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데 아내가 광주시 북구로 1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혹여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해서 조퇴를 해야 할 경우 광주에서 나주까지 급하게 오고 가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서 더 걱정이 커요. 두 아이들이 아직
잔병치레가 많은 상황이거든요.”
박홍선 차장은 친정이나 시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두 아들을 이만큼 무던하게 키워낸 것은 직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저는 운 좋게도 좋은 상사분들과 동료들을 만나서 많은 배려를 받고 있습니다. 첫째를 낳은 5년 전만 해도 사실 남자가 육아 휴직을 하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당시 부장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었고, 동료분들이 제 업무를 커버해 주셔서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나서도 그대로 제 자리에 복귀할 수
있었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내의 출퇴근 거리가 꽤 되는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지금 부서의 실장님과 부장님께서 육아기 단축근무 사용을 허락해 주셨고 동료분들은 업무를 도와주고
계십니다. 덕분에 저는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맞춰서 4시에 퇴근하고 있어요. 본사 남자 차장으로 육아기 단축근무를 사용하는 게 아마 제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홍선 차장은 지면을 빌려 ‘도움을 주셨던 모든 상사와 동료들께 꼭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고 거듭 인사를 전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싸울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도, 상대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어도 서로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박홍선 차장 부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씨줄로, 애정을
날줄로 삼아 튼튼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이 가족이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행복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