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운선 안전보건처 EHS총괄부 차장
산업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안전문화의 의식 제고와 참여 확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형식이나 타의적 관리가 아닌 ‘스스로 나서서 함께하는 안전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현장을 만나본다.
이 시대의 뜨거운 화두,
‘안전’
자주 들르는 동네 편의점에서 예전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문구가 눈에 띄었던 기억이 있다.
“길을 잃었다면 CU로 오세요” 전국에 주민센터보다 많다는 편의점 점포를 활용해서 길 잃은 아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보호자에게 인계한다는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캠페인 네이밍도
기발한 ‘아이CU’이다. 이뿐만 아니라 여름 휴가철인 요즘 하나투어는 질병관리청과 손잡고 ‘안전여행 레벨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는
자사의 라이더를 위하여 매월 15일을 “배민커넥트 안전의 날”로 정했다.
공사 현장이나, 제조업 공장에서나 익숙했던 ‘안전제일’, ‘안전 최우선’이라는 단어는 이제 지하철역이나, 라디오 방송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마디로 ‘안전의 노이로제’라 할
만한 시대에 살고 있다.
왜 하필 지금
‘안전’인가?
우리 회사도 최근 수년간 ‘안전’ 이슈는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모든 역량의 총아가 되어가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안전 이외에도 회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기요금 동결 장기화로 촉발된 엄청난 재무위기와 더불어 최근에는 TV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로 사업소
일선에서는 일상이 비상인 상황이다. 근래처럼 회사 경영에 복합적인 위기가 있었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100년의 저력에 빛나는 우리 회사가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내리라는 소망을
갖고 있으며, 또 그렇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어려운 시기에 ‘안전’은 잠시 내려놓고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맞는 것인가?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안전이라는 과업은 전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기’라는 치명적인 재화를 공급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우리 회사에게 ‘작업 안전’은 매우 중요한 문제였고,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1960년대에도 우리는 안전
슬로건을 붙였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를 불문하고 뉴스의 1면을 장식했던 재난들을 우리는 쉽게 기억할 것이다.
사고 후에는 안전불감증 또는 휴먼 에러, 안전기준의 부재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는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안전은
하필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우리에게 있었던 풀릴 듯 풀리지 않은 숙제와 같은 것이다.
특히 우리 회사는 전국에 공사 현장이 산재되어 있고, 소규모 협력사를 활용한 발주 형태의 공사 작업이 대부분이라서 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안전’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의 핵심가치가 되어가고 있다.
안전문화는
사람을 아끼는 문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안전문화’란 과연 무엇인가? 위키피디아 사전에는 ‘안전’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의 하나로서 안전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인식 가치관을
통칭하는 개념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념, 너무나 자연스러운 습관이 바로 안전문화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소개된 안전문화 성숙도를 보여주는 듀퐁-브래들리(Dupont-Bradley) 모델(1995년 듀퐁社의 베론 브래들리가 안전을 포함한 리스크관리 발전단계를 4단계로
구분/1단계: 본능에 의존, 2단계 : 관리감독자에 의존, 3단계 : 조직 구성원 스스로 준수, 4단계 : 조직적으로 상호 의존)에 따르면 안전문화의 최고 수준은 팀으로서 조직적인
책임을 가지고 안전수칙을 상호 독려하는 수준이라 하였다. 다시 말하면 개개인의 안전을 각자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고, 동료나 타인에 대한 안전도 조직적으로 지켜줘야 하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는 서로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만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옆 동료의 안전벨트도 착용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서 우리 모두 안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화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전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의 생명과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은 길에 버려진 고양이나 강아지의 생명도 소중하게 여기는 시대이다.
하물며 같이 일하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직장 동료의 안전은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 하루 속히 안전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안전혁신단’이 출동한다. 안전보건처는 안전문화를 우리 회사의 주요한 기업문화로 만들고자 새로운 패키지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일명 “출동! 안전혁신단”이다.
이번 활동은 2023년 산업안전보건강조기간(2023.7.1~31)을 맞아 전국 1차 사업소를 순회하며 진행되었으며, 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자연스러운 안전의식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사실 안전의식이나, 안전에 대한 관심도 제고를 위한 안전교육은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안전이슈’가 강조되면서 일선 사업소나 현업부서의 안전업무에 대한 피로도 증가로
좀 더 친근하고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였다. 이에 안전보건처는 새로운 형식의 교육방식을 통해서 교육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연극형식의 교육을 시도하기로 하였다. 디지털화 된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아날로그적 콘텐츠가 먹힐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안전 지식이나 상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도전 골든벨 형식의 안전 퀴즈대회를 기획하여
‘안전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고자 하였다. 실제 어린이 대상 안전교육에는 이런 형식의 퀴즈대회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도전 안전골든벨 시간에는 최근 제작된
안전송의 가사를 알아맞히는 패자부활전 문제, 소소한 경품도 준비하여 안전의식과 호응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여기에 안전업무에 필수적이지만 새롭게 변하는 정책(직영작업 작업계획서)을 소개하고, 교육하는 정책 세미나와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직장인들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근골격계질환 예방과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패키지로 묶어 말 그대로 ‘Benefit이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새로운 접근
안전연극은 4가지 스토리로 구성하여 너무 지루하지 않고, 다양한 안전관련 주제를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연극 교육을 기획하면서 고민했던 가장 큰 두 가지는 연극 내용이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어야 했지만,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도록 구현할 수 있는 배우 섭외와 한전의 안전업무에
부합되는 적절한 시나리오 구성이었다. 다행히 계약된 극단 배우들이 전직 개그맨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업교육 경험이 많아서 기획 의도에 맞게 많은 조언과 피드백을 주었다. 이 고민은
많은 부분 해소된 것 같다.
아직 15개 사업소 전체를 순회하지는 않았지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첫 번째로 도전 안전골든벨 문제 수준이 적정하지 못한 점이다. 다소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고, 이미
정형화된 자격증 시험형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리 회사 실무에 맞는 문제가 조금 더 많으면 좋았을 것 같다. 둘째로 동시에 진행되는 근골격계예방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아 사업소별로 참여자수가 차이가 난 점이다. 미리 사전 신청을 받긴 했지만 참여자가 너무 많으면 제한된 시간, 공간에서 진행이 어려웠고, 너무 적으면 추가
참여자를 현장에서 섭외해야 했다. 이런 점들은 다음에는 보완해야 할 것이다.
안전문화 확산,
우리가 먼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보다 현장의 반응은 좋았고, 참여한 모든 직원이 오랜만에 안전이라는 주제를 놓고 활짝 웃을 수 있어서 행사를 준비한 입장에서 매우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수 사업소에서 협력사를 상대로 재공연 여부를 문의하거나 극단 연락처를 원했고, 근골격계예방프로그램도 조금 더 길게 해줄 수 없냐며 애교스러운 불만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이 행사는 6월 28일 남서울본부에서 시작해 9월 1일 제주본부를 끝으로 사업소 순회 활동을 마친다. 또 9월 중순에는 본사에서 진행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특히 본사 행사에는
사업소 도전 안전골든벨 결선진출자를 대상으로 대망의 안전퀴즈 왕중왕을 선발하게 되는데, 근래 보기 드물게 상당한(?)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이 행사가 회사의 안전문화 확산에 작으나마 밀알이 되길 바라며, 많은 사우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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