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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유목민의
티끌 모아
태산만한
행복 만들기

이정민 요금전략처 요금제도실

하루의 끝, 모든 일과를 마치고 숨을 돌리며 자연스레 휴대폰을 집어 든다. 알고리즘에 따라 철저히 나의 관심사 위주로 선별되어 있는 게시물들은 온갖 종류의 취미들로 가득하다. 취미 활동하면 떠오르는 각종 운동부터 시작해 베이킹, 마크라메 공예, 인센스홀더 만들기, 아이패드 드로잉, 필사 등등…. 가끔은 ‘세상에 이런 것도 있다고?’ 싶을 만큼 생소한 취미들도 있지만, 관련 영상 한두 개를 찾아보다 보면 어느새 온라인 장바구니에 준비물을 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 가지에 꽂히면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든 그것을 해봐야만 하는 성격 탓에 그 주 주말, 이르면 바로 다음 날 나의 새로운 취미는 첫 선을 보이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내 손에 들려 있는 결과물은 나를 그 취미에 입문하게 만든 SNS 속 ‘전문가’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촘촘히 뜨여 있어야 할 목도리는 올이 풀릴 대로 풀려 이미 10년은 쓴 듯 한 사용감을 보여주고, 귀여운 곰의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 쿠키는 공포영화에 나올 듯 한 괴생명체의 외양을 지니고 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동안, 곰이 어쩌다가 고릴라가 되었는지 되짚어 본다. 하지만 크게 낙담하지는 않는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다. 내가 베이킹을 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그 과정이 즐거웠다면 곰이든 고릴라든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또 설령 즐겁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피드를 점령한 무수히 많은 취미 중 나를 즐겁게 할 다른 무언가를 다시 찾아 나서면 되기 때문이다.

‘작심삼일도 10번이면 한 달이다.’ 내가 꽤나 좋아하는 말이다. 한 활동을 3일씩 10번 한다는 의미도 되지만, 나의 경우에는 취미 하나당 사흘씩, 총 10가지를 해보는 게 되겠다. 나에게 이것은 10번의 실패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차곡차곡 쌓은 한 달간의 행복이다. 여러 개의 작은 행복을 꾸준히 모은 덕에 내게는 몇 편의 글, 몇 십 점의 그림, 몇 백 장의 사진이 남았다.

유명 아이스크림 전문점 B사의 ‘맛보기 스푼’, 경험해본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맛보기 스푼으로는 아이스크림을 사기 전 원하는 맛을 한 숟가락 먼저 먹어볼 수 있다. 막상 맛보니 별로라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른 것들을 더 먹어보고, 그중 가장 내 입맛에 맞는 하나(혹은 그 이상)를 사면되기 때문이다. 어떤 것도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면, 다음 ‘이달의 맛’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