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인생사진관

결혼이라는
행복한 무대,
우리가
주인공이에요

송변전운영처 윤현덕 차장 조지혜 씨 부부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인생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연극무대에서 만난 연상연하 커플 윤현덕 차장 부부는 현실적인 문제로 숱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결혼하고 사랑스런 아들, 딸을 낳았다. 그리고 지금 사이좋게 희극으로 가는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서로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부부가 모처럼 아이들 없는 나들이에 나선 오늘, 연애시절로 돌아간 듯한 행복에 부부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연극 무대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나다

저 멀리서 윤현덕 차장 부부가 총총거리며 달려온다. 8년차 부부가 아이들 없이 둘이서 뛰는 모습이 더없이 가볍고 이채로워 보인다.

“오늘은 저희 부부만 사진을 찍어 보기로 했어요. 도준이와 래하는 모두 학교와 유치원에 갔고요. 아이들이 태어난 뒤 이렇게 둘만 사진을 찍어 보는 건 처음이네요.”

저마다 자신들의 사랑이 가장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이지만 그중에서도 윤현덕 차장 부부의 인연은 아주 특별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곳은 부산의 연극무대였던 것이다. 연상인데다가 연극판에서는 대선배이기도 한 아내 조지혜 씨와 공대생 출신으로 연극이 좋아 뛰어든 윤현덕 차장이 운명적인 연애를 시작한 계기다.

“공대생이었던 저는 우연히 연극에 빠지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극을 하게 됐어요. 보수적이고 완고하셨던 아버지는 그런 저를 받아들이지 못하셨고 집에서 나와 절연한 상태로 아내를 만났습니다. 집에서 나와 극단에서 먹고 자고 하는 생활을 하는 와중에 아내의 눈에 제가 띄었다고 해요.”

조지혜 씨는 극장과 극단 연습실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었던 남편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당시 대학동기였던 극단 대표에게 “잘 좀 챙겨 주라”고 당부했고 두 사람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어갔다.

2년이라는 연애를 거쳤지만 이들이 부부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결혼이라는 엄연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아버지를 다시 찾아간 윤현덕 차장은 “너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자격이 없다”는 말에 연극을 접고 부지런히 공부해 그 어렵다는 한전에 단번에 합격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조지혜 씨 역시 대학강사 자리도, 마음껏 재능을 펼치던 무대도 접은 채 두 아이와 배우자를 살뜰하게 챙기는 삶으로 돌아섰다. 양보함으로써 서로라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이었다.

결혼이라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다

“아내에게 늘 고맙습니다. 연고도 없는 나주까지 와서 뛰어난 적응력으로 저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만들고 애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제게 안도감과 에너지를 함께 주거든요. 제가 좀 감정기복이 있는 편인데 아내는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지 않아요. 아내 덕분에 제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남을 느낍니다.”

조지혜 씨 역시 “남편이 금세 후회할 걸 알기 때문에 속으로 아, 지금 많이 힘들구나, 하면서 그냥 넘깁니다. 그럼 또 금세 마음을 가라앉히고 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네요”라며 미소 짓는다.

지금은 잠시 무대에서 내려 왔지만 윤현덕 부부에게 연극은 잊을 수 없는 첫사랑 같은 존재다.

“저는 언젠가 우리 가족이 연극 무대에 오를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아내에게도 아이들이 엄마 손을 덜 타는 나이가 되면 연극 경력을 다시 이어가고 박사과정에도 도전해보라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한전에서도 연극동아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윤현덕 부부는 지금 관객이 없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남편이 끌면 아내가 따라가고 아내가 빙글빙글 돌면 남편이 흔들리지 않게 받쳐 준다. 각자가 주연배우로서 가정이라는 무대를 꽉 채우고 있는 두 사람. 촬영 내내 연애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한 두 사람에게 오래도록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오늘 하루, 잊을 수 없는 시간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잘 살겠습니다!”

“아내에게 늘 고맙습니다. 연고도 없는 나주까지 와서
뛰어난 적응력으로 저보다 더 많은 친구를 만들고
애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제게 안도감과 에너지를 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