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심층칼럼

기술패권의 시대,
경쟁력 있는 지식재산을 창출하라!

글. 장영태 변리사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증가와 함께 해외에서의 지식재산권 분쟁 또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에서 제기된 특허 소송 사건 중 가장 많이 피소 당한 기업은 한국의 삼성일 정도로, 한국 기업은 해외 특허분쟁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실질적인
특허의 경쟁력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내에서 국내 기업이 연루된 특허분쟁은 전년 대비 33.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긴 하나, 미국 원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신형 원자로에 대해 자사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 등과 같은 차세대 기술 분야의 경우, 특허 확보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지식재산 강국이다. 2021년 기준, 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약 23만 7천여 건이다. 이는 전 세계에서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은 4위에 해당하며, 유럽 내 39개 국가가 가입된 유럽특허청(EPO)의 전체 출원 수보다 많은 수치다. 미국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 혁신 정책센터(GIPC)가 발표한 ‘2022년 국제 지식재산권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특허권 분야에서 94.44점(100점 만점)으로 세계 2위, 상표권 분야에서는 93.75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특허의 질적 측면을 포함한 실질적인 특허의 경쟁력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국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2021년 처음으로 반짝 흑자(1억 6천만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다시 적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허와 상표, 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은 만성적인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허출원 건수는 증가했지만, 이것이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경쟁력 있는
특허의 확보

점점 격화되는 글로벌 기술 전쟁에서 국내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특허의 확보가 필수다.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의 도약이 수반되어야 한다. ‘많은 특허’가 반드시 ‘좋은 특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좋은 특허를 창출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기업이 속한 기술분야의 특허 동향에 대한 정확한 이해다. 기업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자사의 기술을 특허화하는 데만 관심이 있고, 해당 기술분야의 특허 동향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본격적인 특허 출원에 앞서 기업이 속한 기술분야의 특허 동향을 조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특허 동향 분석(Patent Landscape Analysis)’라고 한다. ‘특허 동향 분석’을 통하면 해당 분야의 특허출원을 주도하는 선도 기업은 어디인지, 경쟁사는 주로 어떤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지, 최근 특허출원이 활발한 주제인지 등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포지션은 어떤지, 향후 어떤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개별 특허가 아닌 ‘포트폴리오 관점으로의 전환’이다. 특허에서 포트폴리오란 특정한 기술적 주제에 대해 기업이 보유한 특허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특허권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할 수 있는 강력한 독점권이지만, 의외로 약한 권리이기도 하다. 어떤 기술에 대해 특허를 받았더라도 경쟁사가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대체기술을 개발하거나, 또는 무효심판 등으로 특허 자체가 무효가 되면 더 이상 독점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한두 건의 특허만으로는 경쟁사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기술의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경쟁사의 입장에서 한두 건의 특허라면 회피설계나 무효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십 건에서 많게는 수백 건이 넘는 특허 포트폴리오 전체를 회피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다. 다시 말해, 좋은 특허 포트폴리오는 그 자체로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즉, 기업의 특허 활동은 단순히 연구개발의 결과물을 특허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향후 어떤 분야가 유망할지, 그 중에서도 어떤 기술에 기업의 특허 역량을 집중해야 할지 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특허의 활용

마지막으로 특허 출원 단계에서부터 특허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특허의 활용은 크게 특허 분쟁 등을 통한 경쟁사의 특허기술 사용 금지, 또는 기술 사용료(로열티) 징수를 통한 수익화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특허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특허권자에게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출원 과정에서 침해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형태로 권리화가 이루어졌다면, 향후 분쟁 또는 라이센싱(licensing) 협상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특허 출원 및 심사 단계에서부터 특허가 경쟁사의 어떤 제품을 타겟팅한 것인지, 침해 입증은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등 특허등록 이후의 활용에 대한 계획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특허는 연구개발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기도 하다. 기술 동향/기업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한 전략에 기반하는 것, 좋은 특허를 하나씩 쌓아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