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이유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나금옥 논산지사 고객지원부
‘부캐’로 성장하기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 역할은 다양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래의 캐릭터를 줄여서 ‘본캐’ 부수적인 캐릭터를 ‘부캐’라고도 부르는 등 ‘부캐 놀이’가 한창 유행하기도 했죠. 퇴근 후 나를 더 나답게 할지 더 재미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나요? 내가 더 잘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본업만큼 재미있고 잘하고 싶은 ‘부캐’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저의 ‘본캐’는 한 우물을 열심히 파왔어요. 회사에서는 내 시간, 내 에너지 다 갈아 넣어 일하고 있는 30년 차 직장인이자, 집에서는 출산 장려 정책에 이바지한 애국자(?)인 세 자녀의 엄마, 그리고 한 사람의 배우자입니다. 본캐 설명만으로 두 줄이 꽉 찰 만큼, 일상 대부분의 시간은 본캐를 위해 쓰고 있지만 저에게는 ‘나솜’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답니다.
반복된 일상이 따분할 즈음, 우연히 집 근처 대학 평생학습센터에서 직장인 대상 캘리그래피 강좌 개설 소식을 보고 신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지요.
마흔이 넘은 나이에 가방을 메고 야간 강좌를 들으러 가던 때엔 학교 다닐 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때의 열정은 꿈을 찾는 10대 아이들 못지않았습니다.
캘리그래피의 매력
캘리그래피는 손으로 직접 쓴 나만의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입니다. 정형화된 서체는 없습니다. 밋밋했던 일반 종이에 정성스레 쓴 손글씨 하나 만으로 훌륭한 디자인 효과를 냅니다. 액자나 벽에 붙이면 인테리어 효과 도 최고입니다. 엽서, 카페, 메뉴판 등 다양한 소품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요즘은 펜을 잡을 일도 많이 없어졌고, 필기도 컴퓨터 입력으로 하지요. 편지로 소통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온라인 메신저를 사용하고요. 주변 분들은 제게 “캘리그래피 어렵지 않나요?”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단연코 어렵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요, 사실 캘리그래피는 악필 교정에도 효과가 있어요.
처음 시작을 망설이는 분께 예전에 썼던 글씨를 사진으로 보여주면 깜짝 놀라기도 해요. 초창기 때 썼던 글씨를 보면 저도 부끄럽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좋은 문구의 단어나 좋은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달라진 실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하는 기쁨, 나누는 기쁨
캘리그래피는 글자의 자유롭고 유연한 선과 여백의 미, 먹의 독특한 번짐 등의 스킬을 훈련해줍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좋은 문구를 눈으로 한번 보고 글씨로 표현하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기쁨과 감동, 정서적 안정감도 함께 느낄 수 있어요.
이런 기쁨과 감동을 이제는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평생학습 수업 때 함께한 인연은 지금까지 주말에 틈날 때 만나서 글씨 쓰고 봉사활동도 함께하는 절친이 되었습니다. 봉사활동의 영역은 다양합니다. 지역축제 행사 때 무료 예쁜 엽서 써주기 봉사활동을 하고, 명절 때에는 지인들 용돈 봉투 써주기, 국방부 육군 소식지 표지에 문구 쓰기, 사내 독서 페스티벌 행사 때 직원들 좌우명 쓰기, 고객사랑 고객만족도 활동으로 출산 가구 축하 엽서 쓰기 등. 섬세한 활약을 펼치기에도 제격이에요. “배워서 남 주나? 남 주자!” 저는 배운 걸로 봉사하는 기쁨을 제대로 알게 됐어요.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6개월이라는 오랜 시간을 들여 봉사했던 “Dream With” 프로젝트였어요.
“Dream With”는 SBS, 한국타이어 나눔재단, 굿네이버스가 함께하는 희망 프로젝트로, 저는 5명의 직장 동료들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래피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정이었지만 봉사자 각자의 ‘본캐’도 있었기에 쉽지는 않았지요.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깨워주고 글씨로 감성을 더해주며 ‘좋은 이웃상’도 받으며 마무리했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이런 행사와 봉사활동을 통해 새삼 알게 된 것은 캘리그래피 작품을 멋지게 완성하는 데에도 보람이 있지만, 글씨를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마음의 위로를 전하는 기쁨과 보람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었어요.
누구에게나 있다, 열정의 심지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책상과 주방에는 여러 개의 붓펜과 엽서가 늘 준비되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끄적거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거든요. 일부러 시간 내어 글씨를 쓰려하기 보다 틈날 때 아무 때나 쓰기 위해서이지요.
캘리그래피는 연습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하는 둥 마는 둥 하기보다 매일의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많은 짐을 챙겨 다닐 필요도 없고 붓펜과 종이만 있으면 되니 준비는 어렵지 않습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어준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부족함을 채워가기 위해 매일 붓을 들고 있지만 붓을 잡는 순간은 마법 같은 열정으로 ‘나솜’이라는 나의 또 다른 이름이 성장해 감을 느낍니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저만의 부캐이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일과 보람을 찾아가는 열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하루의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바꾸기 위해, 사우 여러분들도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열정의 심지를 찾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부캐를 찾아나서는 멋진 하루를 위해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