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아이템
christmas : 겨울의 낭만
바이닐부터 필름 카메라까지…
낭만 듬뿍! 크리스마스 선물로 추천해요
터치 한 번으로 손쉽게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시대, 바이닐이 되돌아왔다. 할머니의 시골집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력도 젊은 디자인을 입었다. 현상소를 찾기 어려워진 필름 카메라도 힙스터의 필수품. 조금 더 ‘편하게’, ‘빠르게’ 변화 중인 세상에서 낭만의 아이템은 뜻밖의 선물이 되고 있다.
허미담(아시아경제 기자)
아재·할매 감성 솔솔~ 뜻밖의 작은 낭만
반짝인기로 끝날 줄 알았던 ‘뉴트로(New-tro)’ 트렌드. 공간부터 패션, 일상생활 아이템에까지 확장되며 뭉근하게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복고(Retro)’를 색다르게 즐기는 뉴트로 감성에 열광하는 이들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한정판 바이닐을 구입한다. 모든 것이 편리해졌지만,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을 잠시 뒤로 하고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즐긴다. 느리고 번거롭다는 아날로그의 단점이 힙한 매력이 되는 것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주변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 고민된다면 뜻밖의 낭만과 느림의 미학을 품은 선물은 어떨까?
‘지지직~’ 소리마저 매력인
‘바이닐’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물건으로는 바이닐(LP)를 꼽을 수 있다. 바이닐로 음악을 듣기 위해선 약간의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바이닐을 빳빳한 종이 커버에서 꺼낸 뒤 턴테이블에 조심히 올리고, 그 위로 바늘을 내려놓고, 때가 되면 뒤집기도 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과정은 누군가에겐 되레 신기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스마트폰 터치 몇 번이면 전 세계 모든 곡을 감상할 수 있었던 청년들에게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이닐은 음악을 ‘소유’하는 기쁨을 알려준다. 또 완벽한 음질의 디지털 음원과 달리 특유의 ‘지지직’거리는 잡음은 음악에 집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바이닐의 매력에 이끌려 이를 수집하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중장년층이 과거의 향수를 느끼기 위해 바이닐을 모았다면, 젊은층은 좋아하는 음악을 귀로 듣는 것에서 나아가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껴 이를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루하루의 특별함을
일깨워주는 ‘일력’
시골 할머니 집 벽에 걸려있을 법한 일력이 최근 핫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날의 날짜와 요일 등이 적혀있어 매일 한 장씩 뗄 수 있도록 만든 일력은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알려주는 물건이었다. 일력의 재미는 하루가 지나면 종이 한 장을 떼어내는 데 있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서서히 줄어드는 일력을 보면 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음을 알게 된다.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하는데 익숙한 젊은 세대도 일력에 반응한다. 일력을 뗄 때면 느껴지는 시간의 소중함이 신선한 감상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력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투박한 디자인 대신 예쁜 그림이나 좋은 글귀가 가미된 것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각사각’ 손맛 느낄 수 있는
‘다이어리’
스마트폰 하나면 무엇이든 기록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다이어리의 인기는 여전하다. 스마트 기기 활용에 익숙한 젊은 층도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졌다. 이들은 스티커나 마스킹 테이프 등 다양한 꾸미기 용품을 이용해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다이어리를 완성한다.
펜보다 스마트폰 자판이 더욱 익숙한 젊은 층이 다이어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손맛’ 때문이다. ‘사각사각’ 써 내려가는 손글씨에는 스마트폰이 담을 수 없는 사람의 온기가 담긴다. 손수 펜을 쥐고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하루 일과를 기록하다 보면 온전히 나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선 지금, 지난날 써온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며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해보는 건 어떨까.
특별한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면 ‘필름 카메라’
언제 어디서든 원하기만 하면 모든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시대. 그래서일까? 너무나도 쉽게 찍히는 만큼 사진 한 장에 대한 소중함도 무뎌졌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의 사진을 수백, 수천 장 찍어도 기억 속에서는 빠르게 잊힌다. 그렇기에 소중한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필름 카메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름 카메라는 찍을 수 있는 사진 수가 제한돼있어 신중을 기해 셔터를 눌러야 한다. 한번 찍고 나면 수정도 삭제도 할 수 없기에 한 컷 한 컷 정성들여 찍을 수밖에 없다.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고 사진을 기다리는 과정 또한 디지털 시대에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설렘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필름 카메라로 찰나의 순간을 기록해 보는 건 어떨까. 필름 카메라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이 크리스마스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