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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통찰지능’이
나아갈 길을 다진다
미래는 막연하고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감과 두려움은 때로 하나처럼 느껴진다.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다가올 날들을 계획하는 이 시기.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존재하지 않는 걸 상상하는 힘 ‘통찰지능’ 대해 알아보자.
최연호 (<통찰지능> 저자,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너머의 것을 바라보기
아마존 정글의 한 동굴 벽에서 상형문자가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해독에 들어갔고 삼각형은 분노, 원은 평화, 다각형은 변화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하지만 벽에 쓰여 있던 다음 문자들의 뜻을 풀지는 못했다. 무슨 의미일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은 ‘통찰지능’이 높다. 통찰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본다는 뜻이다. 예리한 관찰력은 사실 IQ의 영역이고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은 EQ의 영역이다. IQ만 좋다고 성공하지 못한다. EQ만 좋아도 마찬가지다. 통찰은 두 가지 지능을 합친 것인데 사실 그 합보다 더 큰 영역이다. 통찰지능, 즉 InQ (Insight Quotient, 통찰 지수)는 삶에서 훈련이 가능하기 때문에 노력에 따라 늘어나는 지능이다. 통찰력을 늘리는 가장 기본은 남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예를 들겠다. 발표할 때 똑 부러지고 요약을 잘 하는 동료의 보이지 않는 면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 사람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발표하지 않는다. 공부는 많이 했어도 보여주는 시각적 자료는 아주 적다. 핵심 키워드 몇 개만으로 좌중을 사로잡는다. 스티브 잡스의 발표를 떠올려 보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것은 철저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발표는 정말이지 남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는데 많은 이들이 자신의 노력한 바를 보여주고 싶어 준비한 걸 다 보여주고자 한다. 나보다 남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면 나에게 손해일까? 아니다. 결국 이득은 언젠가 나에게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걸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성공과 거리가 멀다.
통찰의 순간 열리는 새로운 세계
인간에게는 극복하기 어려운 세 가지의 태생적 한계가 있다. ‘시야 사고’를 한다.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한다는 의미다. 보이지 않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매우 귀찮아한다. ‘지식 사고’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거나 경험한 것만 가지고 세상을 판단하려는 경향이다. 남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마지막으로 ‘만족 사고’에 머무른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 위해 성찰하고 고민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판단한 수준에서 스스로 만족하고는 멈춰버린다.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고도, 더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이 세 가지 한계를 자주 드러내는 사람에게 동료들이 가까이 갈 리는 만무하다. 자신만 모른다. 이 한계를 스스로 깨닫고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조직이 살아난다. 더 먼 곳을 보고 다다를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통찰이다. 쉽지는 않지만 일상 생활에서 통찰을 기르는 훈련법이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 보라. 그는 무엇을 원할까? 그가 미처 전하지 못한 걸 내가 알아챌 수 있을까? 그가 나로 인해 만족해 할 때 내가 행복해지지 않던가? 바로 그거다. 매일 나와 같이 있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보자. 통찰을 위해 대단한 지식을 추구하기보다 늘 주변을 살펴야 한다. 내게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지의 것, 이면의 것을 발견하려 노력하자. 이보다 더 좋은 훈련은 없다.
위의 상형 문자를 다시 보자. ABBA가 보인다. 모르겠는가? 뚫어지게 바라보라.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라. 이제 보이는가?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상형문자를 보자. 지금부터는 삼각형이나 원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냥 ABBA만 눈에 띈다. 깨우친 순간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 지식은 잊히지만 통찰은 평생을 간다. 주변을 둘러보자. 지식으로 똑똑한 사람보다는 앞과 뒤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그런 사람의 마음을 읽고 따르다 보면 언젠가 내가 그 사람이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