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ing Stick
아름다운
마침표를 위하여! 문수찬 지속성장전략처 정책조정실 차장
어느덧 한 해의 끝인 12월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항상 시간은 석화광음과 같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다. 이런 아쉬움이 커서 그런지 아니면 새해의 기대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연말이 되면 전 세계는 모두 축제 분위기로 만연해진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연말에 온 가족이 모여 한 해의 안 좋았던 일을 털어낸다는 의미로 대청소(すすはらい)를 하고, 중국에서는 성대한 폭죽놀이를 즐긴다. 그리고 독일에서는 12월 31일을 ‘질베스터(Silvester)’라고 부르며 파티를 벌이고, 납을 촛불 위에 녹인 후 찬물에 넣어 만들어지는 모양에 따라 새해 운세를 예측하는 ‘블라이기센(Bleigiessen)’을 즐긴다고 한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국가답게 연말에 지인들과 함께 남아있는 술을 모두 마시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도 연말의 의미를 기리며 흥겹게 보냈던 것 같다. 궁중에서는 가면을 쓰고 주문을 외며 귀신을 쫓는 나례(儺禮)와 함께, 자바라와 북을 치며 연종포(年終砲)를 쏘는 연종제를 했는데 이는 구한말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또 민간에서는 섣달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고 해, 집안 곳곳에 불을 밝히고 화롯가에 모여 잠을 자지 않는 수세(守歲) 풍속이 있었다. 이는 다산 정약용의 차남 정학유가 쓴 농가월령가 중 12월령의 “새 등잔 세발 심지 장등하여 새울 적에 윗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명랑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 세배 하는구나”라는 묘사에서도 나타난다.
개인적으로는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한 연례행사가 있었는데, 바로 대학 시절 동안 풍물을 함께 하던 지인들과 12월 31일 밤에 종각으로 나가 송구영신(送舊迎新)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묵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는 송구영신의 뜻처럼,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를 잘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망년주(忘年酒)를 마시며 한 해 동안 좋았거나 아쉬웠던 일들에 대해서 서로 얘기를 나누었다. 이러한 반추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바뀌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앞으로 배워 나가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가며 새해를 맞았었다.
2022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한 달여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가거나 또 보다 나은 새해를 보내기 위해 신년 계획을 미리 세우는 것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지난해를 기억하고 본인 나름의 방법으로 기념하며 마무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표를 찍기 전 문장을 제대로 썼는지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듯이, 2022년 임인년의 마침을 위해 잠깐 시간을 내어 돌이켜본다면 2023년 계묘년 첫 시작을 예년과는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