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상생생태계조성처 빛가람에너지밸리추진실
‘폴댄스’라고 하면 화려한 조명아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스트리퍼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폴댄스는 예로부터 봉을 이용한 다양한 묘기들을 변형하고 발전시킨 것이다. 폴댄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폴댄스를 새로운 장르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폴댄스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누군가 “봉춤 배우냐?”라고 물으면 거부감을 느낀 적이 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스트리퍼들. 이런 인식때문에 나 역시 처음에는 스트립쇼에서 파생된 ‘이그조틱 폴’ 이미지를 먼저 떠올렸으니 말이다. 흔히들 폴스포츠가 스트립쇼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차이니즈 폴’이라는 서커스의 한 종류에서 파생되었다. 예로부터 봉을 이용한 다양한 묘기들이 있었고 다른 여러 기술을 변형하고 발전시킨 것이 폴댄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세계 폴댄스 협회에서는 ‘이그조틱 폴댄스’와 예술성을 가진 ‘폴스포츠’를 구분 짓고 있다. 한국폴스포츠협회 역시 ‘폴댄스’보다는 ‘폴스포츠/폴피트니스’를 정식 명칭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작 취미생활로 폴댄스를 하는 내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보려는 대단한 사명감을 가진 건 아니지만 폴댄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폴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며 새로운 장르들이 많으니,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 취미에 대해 들은 사람들이 곧잘 하는 질문이다. 폴댄스는 필수적으로 폴과 살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운동이기에 목, 겨드랑이, 팔다리 오금, 무릎 등 심지어는 발끝까지 전신을 활용해야 한다. 물론 긴 소매와 바지를 입고 추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청난 근력을 가진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마찰력이 필요한 고난이도 동작에선 짧은 의상이 필요하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화려한 의상을 입기도 하지만, 폴댄스 역시 예술성이 필요한 종목이므로 의상 또한 춤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작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어느 한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나온 댄서의 말처럼 1점짜리 동작을 하면서 0.5점짜리 의상을 입으면 1.5점이 될 테니까.
폴을 기본적으로 다루려면 밀당(밀고 당기기)이 중요하다. 한쪽 팔은 당기면서 또 다른 팔로는 밀어야 한다. 밀고 당기는 그 힘의 접점에서 근력들을 활용하여 내 몸을 들어 올린다. 팔·다리 오금이나 무릎 혹은 팔만으로 몸을 지탱하고, 코어의 힘으로 버텨내면서 무브먼트를 만들어낸다. 돌아가는 폴이 주는 원심력을 버티다 보면 마찰력 부족으로 힘없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시작 전,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10분 정도 강도 높은 스트레칭으로 몸을 데우기도 하고, 손과 몸을 건조하게 만들어 홀딩을 도와주는 보조용품을 이용하기도 한다. 폴댄스는 근력과 유연성을 겸비하는 것도 관건이지만 동시에 어지러움을 이겨내야 한다. 그럼에도 폴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는 폴이 나와 ‘밀당’을 하기 때문이다. 팔의 힘이 다 빠지고 숨이 차도록 연습해도 쉽게 되지 않던 동작들이 어느 순간 내공이 쌓이고 다른 동작과의 연계가 수월해진다. 결국 해내고 나서야 느껴지는 성취감, 이 짜릿함이 자꾸만 폴에 매달리게 만드는 것이다. 고통은 잠시지만 성취감은 오래가니까.
폴댄스의 매력은 내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몸이 얼마나 준비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다른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클라이밍이나 서핑같은 새로운 시도도 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운동을 경험하다 보니 나에게 맞는 운동루틴들이 만들어지고, 마음이 맞는 운동메이트들도 생겨났다. 폴댄스를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많은 관심들을 보이지만 몸 여기저기 생겨난 멍들을 보여주면 대부분 겁을 먹는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몸은 쓰면 쓸수록 더 튼튼해지고, 하면 할수록 내 몸의 쓰임에 대해 알아가면서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도전하지 않은 종목을 시도해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것이다. “Hang in there!” 일단 매달려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