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성미 AMS개발부 차장
자산관리의 사전적 정의는 자산을 운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지출의 균형을 제어하며 자산으로부터 더 많은 가치를 창출시키는 활동이다. 설비관점에서의 자산관리도 마찬가지로 설비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효율적인 설비투자로 자산가치를 창출한다. 이러한 개념은 산업화를 먼저 시작한 유럽 및 북미 등의 국가들이 산업설비 및 사회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급격한 비용 상승과 예산 부족을 경험하면서 설비투자 시 경제성을 고려하게 되면서 생겨났다.
지금까지는 고품질의 전력공급을 위하여 예방적으로 설비를 교체해왔다. 그로 인해 전기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전력설비의 노후화로 설비투자 비용은 높아지고 전기품질의 개선은 둔화되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최적의 설비투자를 위해서는 설비의 고장 위험도와 투자비용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한 적정한 교체 규모와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설비가 증가하고 고품질의 전력공급이 요구되면서 설비교체방식도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고장이 발생하면 교체하는 CM방식,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괄 교체하는 TBM방식, 설비진단을 통해 교체하는 CBM방식, 그리고 설비 고장발생 확률과 고장 시 파급영향을 종합 분석하여 경제성까지 고려한 리스크기반의 RBM방식이 있다.
CM : 설비 고장 발생 시 교체 → 고장 예방 곤란, 안정성 결여
TBM : 정기적인 주기에 의한 교체 → 과도한 비용 발생, 불시 고장 예방 곤란
CBM : 진단을 통한 상태 판정 → 설비관리(Managing Asset) 관점
RBM : 성능 평가 + 경제성을 융합하여 리스크 기반 관리 → 투자효율 중심, 다양한 관점 적용
RBM방식인 전력설비 자산관리시스템은 전력설비의 점검, 고장이력 등 생애주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장발생 확률과 그에 따른 고장영향 비용을 종합 평가하고 최적 교체대상 우선순위를 제공하여 효율적 투자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의 교체방식이 설비 사용연수와 상태를 주로 고려했다면 AMS는 고장데이터를 분석하는 통계기법을 기반으로 한다. 전 설비를 제조사, 설비타입 등 제원별로 그룹화하여 각 그룹별 통계수명을 산출하고 설비의 사용연수를 반영하여 통계잔여수명을 산출한다. 상태 및 운전잔여수명은 통계잔여수명을 기반으로 진단, 부하데이터를 반영하여 산출하고 각 잔여수명을 비교하여 최종잔여수명을 결정한다. 최종잔여수명(=고장확률)과 고장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설비교체 우선순위를 선정한다. AMS 대상설비는 배전 변압기(주상/지상), 배전 개폐기(가공/지증), 전력용변압기, 가스절연개폐장치 약 250만 대, 배전 지중케이블, 가공송전선로(ACSR), 지중송전케이블(OF/XLPE) 약 8만 C-km이다.
우리 회사는 2018년 10월 AMS 구축 T/F를 발족하고 RISK평가 알고리즘 개발(2020년 4월∼2022년 2월), 시스템 구축(2021년 11월∼2023년 4월), 리스크 평가 결과 및 활용성에 대한 검증을 거쳐 2023년 11월 본격 운영에 이르렀다. 개발 초기 국내에는 전력설비 자산관리 기술력과 노하우가 전무한 상황에서 사내외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대상설비 10종에 대한 고장확률과 고장영향 평가 알고리즘 151건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였고 이와 관련된 지식재산권도 특허 11건, 논문 47건에 이른다. 또한 송·배전 13종 운영시스템에 분산되어 있는 1,150억 건의 데이터를 통합·정제하고 운영시스템 정비·개선을 통해 입력데이터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시스템 구축 시에는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검증된 상용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탑재하고 우리 회사의 업무환경과 사용자 요구사항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여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였다.
전력설비가 보유한 생애주기 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리스크를 평가하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교체 대상 설비를 선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장발생 가능성이 있는 설비를 적기에 교체하여 계통 신뢰도를 높이고 기존 방식대비 연간 약 400억 원의 교체비용 절감효과도 예상된다. 또한 수기로 관리해오던 업무를 시스템화하여 업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통계·분석 보고서, 데이터 현황 등을 바탕으로 설비관리를 고도화할 수 있다. 전력설비 자산관리 업무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업무담당자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 AMS의 핵심은 입력데이터인데 시스템적인 데이터 정제는 분명 한계가 있고 업무담당자가 가장 정확하게 정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AMS는 데이터 취득, 정제현황 등을 제공하여 설비 운영시스템의 데이터 개선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앞으로 현업에서의 보완점과 개선사항 등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추후에는 대상설비 확대 및 투자가치 평가모델 개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적의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AMS가 KEPCO에 연착륙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