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송연경 인지학습전문가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란 티베트 속담처럼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불안 사회다. 그러다보니 걱정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몸과 마음에 병까지 유발한다. 번아웃 증후군이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 어느 때보다 외부 자극 요인이 넘쳐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 마음을 챙겨야 할 때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는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최근에는 우울증뿐 아니라 공황장애, 불안장애, 강박장애 등 정신건강 장애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최근 4년간 33.9% 증가, 불안장애 환자도 29.2%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강박장애 환자는 연평균 5.4%씩 증가하고 있으며, 성인ADHD 증상으로 진료 받은 환자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현대인들이 세상이 요구하는 수많은 논리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과다한 경쟁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에 따라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극복하려는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람들과의 교류가 크게 제한되면서 스스로 자신의 멘탈 건강을 점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습관 챌린지’나 생산적인 일상에 휴식까지 챙기며 삶의 조화를 추구하는 ‘겟생’ 등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음 건강의 루틴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떠오른 것이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걸을 때는 오직 걷는 행위에만, 먹을 때는 오직 먹는 데만 집중해 번뇌망상이나 판단분별 없이 자신의 행위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마음 챙김은 명상적 접근일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마주하는 습관을 통해 우리의 마음과 몸을 이완시킴으로써 긴장을 완화시키고 생각의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형태로는 참선, 명상, 요가를 비롯해 걷기, 산책, 반려동식물 키우기 등 일상 곳곳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특정 소리를 듣는 ASMR, 동그라미 안에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만다라 그리기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기질적 문제의 근원에 대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이때는 질환에 맞는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신건강 관련 상담은 우울증이나 불안 증상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불편을 느낄 수 있는 섭식장애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데이트·학교폭력이나 장애인 상담, 아동 관련 상담이 될 수도 있다. 그보다 사회적·심리적 원인이 더 크고 상담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해 약물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직접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상담사를 찾고 있다면 비대면으로 심리, 정신건강의학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를 이용해볼만 하다. 마음을 돌아보고, 관리한다는 의미는 꼭 심리적 질병이나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만 쓰이는 개념은 아니다. 평소 자신의 심리와 건강 상태를 잘 인지하고 좀 더 질 높은 일상생활과 삶을 추구하려는 일종의 자기 관리이자 웰니스의 한 가지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레스나 고민이 많다거나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 더욱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수면 시간이 자꾸 뒤로 밀리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불면증과는 또 다른 고통을 안긴다. 늦게 잠들고 아침에 출근해야 하니 식욕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생길 수 있다.
Solution.우선 수면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안에 수면을 취하는 것을 1주일만 실행해 볼 것. 낮잠도 금지하고 일조량을 파악할 수 없는 암막 커튼도 금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을 통제하려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족과 친구, 회사 동료가 생각대로 행동하지 않아 힘들다면 자신의 통제 욕구에 대해 확인해봐야 한다.
Solution.타인의 대한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폭식증과 거식증으로 나뉘는 식이 장애는 다이어트의 일상화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매일 음식 섭취량을 기록하는 데 골몰하는지, 식욕억제제나 변비약을 너무 가볍게 먹는 건 아닌지 체크해 봐야 한다.
Solution.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되도록 멀리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자. 심할 경우 전문 상담도 도움이 된다.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거절당할 가능성을 어떻게든 알아챈다. 이 기질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고, 누군가 언짢아 보이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등 거절을 자신에 대한 큰 공격으로 느낀다.
Solution.누군가 실망하거나, 떠난다고 해서 끔찍하거나 무서운 일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나를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려는 노력을 내려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