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인생사진관

그 남자 다정
그 여자 애정

전북본부 전략경영부 두승원 대리
전북본부 경영지원부 오다솜 대리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김태화

두승원 대리와 오다솜 대리는 캠퍼스 커플로 시작, 8년의 연애를 거쳐 올해 결혼 2년차 부부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연애사에 다 녹여내고도 남은 삶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 “지금도 변함없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알콩달콩한 부부를 대학캠퍼스에서 만나 보았다.

봉사활동에서 만나
캠퍼스 커플로

남자는 다정하고 여자는 웃음이 많다. 요구하는 포즈도 착착, 웃음도 따로 주문할 필요가 없으니 촬영을 위해서 모인 게 아니라 신혼부부의 데이트에 촬영팀이 낀 모양새다. 오늘의 주인공, 전북본부에서 어쩌다 보니 위아래층에서 근무하고 있는 두승원 대리·오다솜 대리 부부다.   “저희는 대학 시절, 베트남 해외봉사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때 다솜 대리는 2학년, 저는 군대를 제대하고 3학년에 복학한 상태였습니다. 봉사활동을 갈 때는 각자 임무가 있었는데 저는 사진팀, 다솜 대리는 K-팝 댄스나 태권도를 가르치는 문화팀이었습니다. 각자 맡은 일이 달라 초반에는 친할 기회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가까워졌어요.”  첫 만남을 묻자 두승원 대리가 실타래 같은 인연의 시작을 둘둘 풀어놓는다.   “사실 각자 역할이 있기 때문에 자기가 맡은 책임을 다하면 굳이 일을 더 하지 않아도 됐어요. 그런데 승원 대리는 저희가 잡초 뽑기 같은 봉사활동을 하면 옆에서 그걸 다 촬영한 뒤에 혼자 땡볕 아래서 잡초를 뽑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참 괜찮다고 생각했지요.”  혹시 다솜 대리에게 잘 보이고 싶었냐는 질문에 두승원 대리가 파안대소 한다.  “다들 고생하는데 옆에서 사진만 찍고 있기가 좀 미안하더라고요. 어쨌든 같이 일을 하러 왔으니까요.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 같이 어울리면서 다솜 대리의 장점이 보였어요. 정말 성격이 좋았거든요. 밝고 긍정적이다 보니 저도 옆에 있으며 덩달아 밝아졌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와 캠퍼스 커플이 되었다. 선배들은 5살이나 많은 복학생이 어린 후배를 낚아챘다며(?) 부러움 반, 질투 반의 시선을 받았지만 커플은 꿋꿋하게 캠퍼스를 누비며 사랑을 키워나갔다.

연애+결혼=10년

보통 장기연애를 하는 연인들이 몇 번씩 헤어졌다 만났다를 되풀이 한다지만 두 사람은 한 번도 헤어진 적이 없었다. 비결을 묻자 의미심장한 웃음을 터뜨린다.   “제가 대학 다니면서 교환학생을 자주 나갔다 왔어요. 일본에도 다녀오고, 영국과 미국에도 있었고요. 이탈리아에서는 1년 가까이 있다 보니 그런 시간들이 장기연애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미울 만하면 한 번씩 떨어져 있으니까 상대에 대해 애틋한 마음도 들고 더 소중해지는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오다솜 대리의 말에 두승원 대리가 “각자 어느 정도 자기 생활을 보낼 수 있었던 게 오랜 연애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고 동의한다.  그렇게 알콩달콩 긴 연애를 이어가는 동안 두 사람은 졸업을 했고 취업 시즌이 닥쳤다. 어떤 취준생들이 그렇지 않았겠냐만은 두승원 대리 역시 취업준비 기간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수렁 같은 시간이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움츠러듭니다. 초조해지고 내가 정말 원하는 곳에 취직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이 생겨요. 그때 다솜 대리가 정말 큰 역할을 해줬습니다. 제가 포기하지 않도록 늘 북돋아 주고 힘을 줬지요. 물론 옆에서 잔소리도 하고 쓴소리도 했지만 보통 여자친구와 달랐던 부분은 자기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었어요. 자신의 생활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솜 대리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아, 저 친구는 나를 점프업 시켜줄 수 있는 존재구나’하고 그때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두승원 대리의 말에 오다솜 대리가 일견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후 두승원 대리에 이어 오다솜 대리까지 한전에 합격하면서 두 사람은 캠퍼스커플에 이어 사내 커플까지 그 맥을 이어갔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행복하길

두 사람의 결혼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프러포즈 이야기다. 오다솜 대리는 평소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서 야간 불꽃놀이를 하는 그 순간, 프러포즈 반지를 받고 싶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종종 한 적이 있는데, 기회를 노리던 두승원 대리가 함께 떠난 미국 여행 중 디즈니랜드에서 프러포즈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날 하필 다솜 대리의 외국인 친구가 저희와 동행을 했어요. 영어가 부족해서 제 계획을 설명할 수도 없는데다 설상가상 날씨 때문에 불꽃놀이가 취소가 된 겁니다. 결국 디즈니랜드를 빠져나오면서 쓰레기통 옆을 막 지나는 순간, 주머니에 든 반지를 꺼내주며 ‘결혼하자’고 했어요.(웃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받은 프러포즈였다고 오다솜 대리가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저는 사실 비혼주의자였어요. 어차피 결혼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프러포즈는 말 그대로 그냥 동화 속 얘기 같은, 이루어질 없는 꿈같은 얘기였는데 너무 뜻밖의 상황에서 프러포즈를 받아서 그만 웃음이 터졌지요. 비혼주의자였던 제가 결혼을 결심했던 이유는 특별할 게 없었어요. 10년 뒤에도 20년 뒤에도 계속 이 사람을 만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오래 만난다면 굳이 결혼이라는 걸 안 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오다솜 대리는 여기에 더해 자신은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반면, 두승원 대리는 늘 진중하게 차분한 스타일이라 그것이 주는 안정감과 믿음직스러움 또한 결혼을 결심하게 한 이유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했다. 대학 친구들은 물론, 한전 식구들, 양가 어르신들까지 누구하나 축복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는 이가 없었던 말 그대로 지역이 들썩거렸던 야외 결혼식이었다.   “오래 연애를 했지만 함께 사니 새롭게 알게 되는 점이 있더라고요. 사소한 생활습관이라던가, 승원 대리가 게임을 이렇게 많이 하는 줄 몰랐다거나 그런 것들이요.(웃음) 사내커플이 주는 장단점도 고스란히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 얘기를 할 때 밑 작업이 필요없다는 것, 대신 감출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것 등등이요. 하하.”

“뒤를 돌아봤을 때 모든 순간에 상대방이 있었다는 게 참 고마워요.
지금 정말 행복한데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다퉈도 하루를 넘기지 않고 충분히 대화로 푸는, 업무분장은 확실해도 상대가 일을 시작하면 가만히 앉아있는 일은 없는 부부. 서로 상대방의 임계점을 잘 알아 아슬아슬한 순간이 되면 멈추는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를 돌아봤을 때 모든 순간에 상대방이 있었다는 게 참 고마워요. 지금 정말 행복한데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약속이라도 한듯 똑같은 소망과 바람을 이야기하는 두승원 대리와 오다솜 대리.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했지만 남은 시간에 대해 더 큰 애정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