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HEME 인터뷰

자연으로 나가
‘나’를 만났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은하캠핑’ 박은하

글. 김태민 자유기고가 사진 제공. SFPK

깊어진 가을, 캠핑의 계절이다. 색을 바꾼 나뭇잎이 떨어지고 풀벌레 소리가 귀를 간질이는 계절. 여기 맨몸으로 자연으로 들어가 필요한 물과 불을 얻고, 잠잘 곳을 하나하나 제 손으로 만드는 캠퍼가 있다. 특수전사령부 제707특수임무단 출신, 세 아이의 엄마, 구독자 수 55만 명에 육박하는 유튜브 채널 ‘은하캠핑’의 주인공, 박은하다.

자연으로 한 발짝

군대를 전역하고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며 여느 때보다 바쁘게 지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하나씩 ‘나’를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세 아이를 키우면 24시간이 모자랐어요. 그러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글귀를 보고 캠핑을 시작했죠. 계절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달라지는 자연이 좋았어요. 자연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죠.”

어느 날 캠핑 장비가 점점 늘어나 방 하나를 가득 채운 걸 보고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는 칼 한 자루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그래서 군 생활에서 체득한 생존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와일드 캠핑과 부시크래프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부시크래프트는 최소한의 장비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캠핑이에요.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며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자연에 있는 돌과 나무, 흙으로 쉘터와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다 보면 어느덧 나만의 공간이 생기고, 그 공간에 누웠을 때는 자연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점점 부시크래프트의 매력에 빠져들었죠.”

나이프, 도끼, 파이어스틸, 로프 외 나머지 장비는 모두 자연에서 얻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제대로 된 부시크래프트를 즐길 때의 남다른 성취감과 즐거움을 이야기하면서도 무작정 떠나는 건 위험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부시크래프트는 오히려 사전에 더 계획하고 철저히 준비해야 해요. 꼭 필요한 장비와 식량, 물을 준비하고, 숙련자라도 자잘하게 다칠만한 상황이 많기에 응급키트를 챙겨야 해요. 장소에 대한 지리적인 정보와 날씨 예보 확인 또한 필수죠. 불을 지필 때는 그 규모를 최소화하고 반드시 지정된 구역에서만 불을 피워야 합니다. 산불이 발생하면 안 되니까요. 부시크래프트의 기본 원칙인 ‘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와 주의사항을 꼭 숙지하고 남을 배려하는 캠핑을 즐기시길 바라요.”

‘나’를 찾는 여정

매년 진행하는 얼음물 입수 콘텐츠는 그의 시그니처 콘텐츠가 되었다. 꽝꽝 언 얼음을 깨고 차디찬 물속으로 첨벙 들어가는 그를 보며 구독자들은 용기와 희망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굳이 추운 날씨에 얼음물에 들어가는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얼음물 입수는 활력을 북돋아 주고 근육 회복과 피로 회복에 좋아요. 처음 물에 들어갈 때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죠. 온몸의 감각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온전히 몸을 담그면 오히려 몸이 따뜻해져요. 그러고 물에서 나오면 온몸에 혈액이 돌아 아주 개운하죠. 매년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행하는 저만의 도전의식이라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목적지 없이 오프로드를 달리고, 마음에 드는 곳에 자신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다는 그. 자연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캠핑을 거듭하며 환경 문제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버려지는 캠핑용품들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캠핑용품들을 모아 리사이클 또는 업사이클 상품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도전이죠. 이젠 용기와 도전이 제 일상이 되었어요. 캠핑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게 됐죠. 삶의 활력을 찾았고, 덕분에 건강도 좋아졌어요. 다양한 구독자들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고 있고요. 삶은 누군가 대신 살아주지도 바꿔 주지도 않아요. 다 자신이 마음먹기 달린 것이죠. 캠핑은 자연으로 나가 스스로를 찾는 여정이에요. 여러분도 자연으로 나가 ‘나’를 찾아보세요.”

드넓은 대자연 앞에 서면 큰 고민도 별거 아닌 듯 느껴져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는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연 속을 유영하는 박은하의 다음 캠핑이 기다려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