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심층칼럼

2023년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주목하다

글. 남연정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연구원

지난해 9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 개시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바이오기술과 같은 필수 산업에 대해 외국의 재료와 생산에 너무 많이 의존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디지털전환에서
‘바이오 대전환’으로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National Biotechnology and Biomanufacturing Initiative)’를 통해 바이오기술의 혁신은 물론 건강, 농업,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미국 바이오경제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일본, 중국 등도 바이오경제를 주도하기 위한 육성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기술은 팬데믹을 거치며 기존의 역할인 인류 보편의 건강과 복지를 넘어 안보, 통상/공급망 관점에서 국가 생존 차원의 전략성으로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최근 바이오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넘어서 ‘바이오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한 단계 더 진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 데이터는 빠르게 통화(currency)화 되고 있으며, 디지털기술(AI, 모바일, IoT, 블록체인 등)과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R&D 및 산업적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과 변이 바이러스 유전체 분석, 신속진단기술 개발 등을 통해 가시화된 바이오 대전환에 대해 기대를 품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세계 각국의 기술 패권주의 및 블록화가 심화되는 환경변화로 우리 고유의 바이오 혁신기술(원천기술, 플랫폼기술)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국내에서는 미래 먹거리 창출과 경제안보에 기여할 국가 차원의 전략기술을 선정해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을 종합해 공급망·통상, 신산업, 외교·안보 등 기술주권 관점에서의 전략적 중요성을 토대로 첨단 바이오를 포함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발굴했다. 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혁신의 원동력이 될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을 올해로 8번째 발표했다.

올해 발표된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에는 세포 역노화(플랫폼바이오), 임상 적용 가능 유전자편집기술(레드바이오), 배양육/대체육 고도화(그린바이오),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및 생체영향평가(화이트바이오) 등이 선정됐다.

‘세포 역노화’ 기술은 세포 리프로그래밍 등을 통해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고, 세포의 재생 능력을 복원, 세포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퇴행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건강수명 연장과 노년 삶의 질을 향상시켜 초고령화 시대에 대응할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레드바이오 분야에 선정된 ‘임상 적용 가능 유전자편집기술’은 유전자편집기술을 환자 치료 등 임상에 적용하기 위한 고도화 기술로 높은 유전자 편집 효율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희귀, 난치질환에 대한 임상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고 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기후변화와 환경이슈와 팬데믹 대응을 위한 ‘배양육/대체육 고도화’와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및 생체영향평가’ 등이 그린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에 각각 선정되었다. 이외에도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필수적인 AI기술을 활용해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유용한 기능을 보유한 인공 단백질을 설계, 생명공학과 의약, 소재 분야 등에 폭넓게 활용 가능한 ‘AI 기반 인공 단백질 설계’가 선정됐다.

과학과 기술의
상호혁신 시너지

몇 년 전 사이언스(Science)지에서 과학과 기술을 파워커플(Power couple)이라 지칭하며, 특히 바이오 분야에서의 과학과 기술의 상호혁신 시너지를 강조했다. 혁신기술이 발명되면 이를 활용,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가속화와 함께 폭발적인 지식 확장으로 학문의 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바이오 연구에서는 현미경을 통한 미생물학의 도약을 예로 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최근 미국 한림원에서는 연구개발 혁신의 모델이 인공지능이나 바이오, 양자컴퓨팅과 같은 혁명적 도구와 기술의 등장으로, 과거의 과학 이후 기술개발 순으로 진행되는 선형(linear)모델에서 과학과 기술이 상호 협력하여 혁신을 창조하는 경로 파괴형(path-breaking)모델에 기반한 ‘Technoscientific 트렌드’로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경로-파괴형 혁신을 추구하는 미래유망기술 발굴의 중요성과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경로-파괴형 미래유망기술은 다양한 바이오 기술과 산업 전반(레드, 그린, 화이트바이오)에 걸쳐 파급력을 나타내는 플랫폼적인 특성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플랫폼바이오는 생명현상을 해석/이해(Real, 생명분석)하고, 이러한 현상을 실제 세포나 장기에 도입/검증/활용(Artificial, 인공생명)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유용한 기능을 설계, 예측(Virtual, 가상생명)하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Real, Artificial, Virtual’ 간의 선순환 혁신을 통해 방대한 바이오 데이터가 축적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발전의 사이클이 가속화되어 바이오산업 전반 및 타분야까지 혁신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엔진으로 작동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