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찾아가는 현장강의

하늘을 나는
고래처럼

안산지사 사우들의 선캐처 클래스

글. 이경희 자유기고가 사진. 이원재 Bomb스튜디오

봄기운이 완연한 날, 안산지사 사우들이 태양의 기운을 집으로 불러와 좋은 기운을 퍼뜨려준다는 ‘선캐처’ 만들기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했던 현장을 공개한다.

빛을 담은 고래 만들기

오늘 선캐처를 만들기 위해 안산지사 북카페에 자리를 함께 한 직원은 총 3명이다. 요금관리부의 박서희 대리와 박태연 대리, 고객지원부의 김소정 대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눈에 봐도 두터운 친분과 우정을 자랑하는 세 사람이 미소로 등장한다.

세 사람에게 오늘 선캐처 클래스는 일종의 도전이다. 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기로 여가시간을 보낸다는 세 사람이, 유리를 이용해 공예품을 직접 만든다는 건 마치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것과 같다. 처음 선캐처 클래스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선캐처에 관한 검색을 했단다. 클래스의 결과가 어떨지 당사자와 강사 모두가 궁금하다며 입을 모은다.

“클래스 주제는 ‘혹등고래 선캐처’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해 더없이 친숙한 혹등고래를 스테인드 글래스로 제작할건데요. 창가나 방문에 걸어놓는 아이템입니다.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빛이 투과한 아름다운 매무새로 기분까지 좋아질 거예요.” 강의는 안산에 위치한 디오션라이트하우스 공방의 김덕현 강사가 맡았다. 김 강사가 먼저 고래 몸통을 어떤 유리로 하고 싶은지 고르라고 설명한다. 다들 다양한 유리샘플들을 아주 신중하게 살펴본다. 세 사람 모두 자신이 마음에 드는 걸 바로 고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선택지를 살펴가며 조심스럽게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알록달록한 유리로 이루어진
고래가 당장 태양빛을 품고 하늘을 헤엄칠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는 모양새다.

몰입하고 힐링하는 시간

각자 고른 유리는 먼저 다이아몬드칼을 이용해 커팅을 해야 한다. 유리를 자른다는 말에 다들 “실수하면 어떡해요?”라며 겁을 먹는다. 김덕현 강사가 “괜찮습니다. 다시 하면 되죠”라는 말로 안심시킨다.

확실히 힘이 좋은 박태연 대리가 깔끔하게 자른다. 박서희 대리와 김소정 대리는 좀 더 힘을 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아몬드칼을 유리에 대고 긋는다. 모두의 걱정과 달리 깔끔하게 잘린 고래의 몸통에 다들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그라인딩 작업을 할 차례. 잘린 고래의 몸통을 매끄럽고 곱게 만들어야 후속작업이 원활하다.

본격적으로 공구를 이용할 순서가 되자 박태연 대리가 신명을 낸다. 처음 다뤄보는 그라인딩 장비임에도 배운 대로 능숙하게 작업을 하니 강사와 동료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제일 걱정이 많던 김소정 대리도 점차 긴장을 풀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작업을 해나간다. 클래스 참가를 앞장서 주도했던 박서희 대리는 소리 없이 강한 모습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다. 특히 김소정 대리는 그라인딩 작업에서 강사한테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는 찬사를 받아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한창 작업 중인데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 생겼다. 바로 뜻밖의 방문객이 찾아온 것. 강의가 열리고 있는 곳이 사내 카페였던 탓에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 몇몇이 문을 쓱 열고 들어서더니 이내 눈이 똥그래진다. 그리곤 대번에 분위기가 왁자지껄해졌다. “어?? 뭐야?”, “무슨 작업을 하는 거예요?”, “아, 그래서 서희 대리가 오늘 화장을 했구나!”, “화이팅!” 다양한 격려와 웃음소리가 한데 뒤섞이니 유쾌한 분위기가 한층 더 올라갔다.

새로운 도전, 그 안에서 느끼는 성취감

세 번째 단계는 그라인더로 곱게 간 고래몸통과 꼬리지느러미 등에 동테이프를 감아준다.

“동테이프는 유리면의 가운데 정확히 붙여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유리의 양면으로 접힌 동테이프도 같은 폭으로 정확히 붙여지니까요. 테이프를 길게 잘라 한 번에 다 붙여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다들 꼼꼼하고 신중하게 동테이프를 붙이는데 유리 조각에 동테이프를 감을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동테이프가 감긴 혹등고래가 생각보다 너무나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 고지가 보이는 느낌에 박태연 대리와 박서희 대리, 김소정 대리 모두 서로의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흥분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다 감은 동테이프를 플라스틱 도구로 꾹꾹 눌러 매끈하게 붙이니 더욱 더 근사해 보인다.

다음 순서는 모두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납땜이다. 먼저 강사의 지도에 따라 플렉스를 이용해 납땜이 흐르지 않고 이쁘게 발라질 수 있도록 사전 작업을 한다.

“저희가 사용하는 것은 납 성분이 없는 무연납입니다. 일반 납에 비해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강사들과 수강생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무연납을 쓰고 있어요. 그러니 안심하고 이용하세요.”

전용 장갑을 끼고 일찌감치 온도를 뜨겁게 올려놓은 인두를 이용해 납을 녹인다. 액체처럼 녹은 납을 고래의 꼬리, 지느러미 등 모든 조각난 라인 부분을 따라 바르면 된다. 마지막으로 장식을 달아주자 완성된 혹등고래 선캐처! 직원들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알록달록한 유리로 이루어진 고래가 당장 태양빛을 품고 하늘을 헤엄칠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디든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는 모양새다. “상상 이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소품까지 가져갈 수 있어서 진짜 보람차네요.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TIP. 강사가 들려주는 선캐처 이야기

선캐처는 드림캐쳐와 함께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템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구슬이나 유리 등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지금은 자개, 스테인드 글래스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합니다. 유리 커팅, 그라인딩, 납땜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잡념 없이 몰입할 수 있고 유리제품이라 빛을 받으면 무척 아름다워서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와 힐링의 수단이 되기도 해요.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선캐처에 도전해 보세요.

오늘 현장강의, 어땠나요?

요금관리부 박서희 대리

처음 클래스 공지를 봤을 때 동료들과 같이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일단 신청했어요! 생각 이상으로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품이 굉장히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고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납땜 작업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요. 잠시나마 업무나 잡다한 생각을 다 잊은 채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클래스 참가를 위해 말씀을 드렸을 때 흔쾌히 허락해주신 부장님과 양해해준 동료들에게 감사드려요.

요금관리부 박태연 대리

처음 서희 대리가 이걸 해보자고 했을 때 흔쾌히 수락했거든요.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긴장이 조금 되더라고요. 다행히 많이 도와주신 덕분에 즐겁게 끝내서 좋았습니다. 선캐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접근성이 굉장히 좋은 취미 같아요. 수작업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해본 건데 그라인딩을 하면서 제가 원하는 대로 곡선을 만든다는 게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에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서희 대리님, 다음에 밥 살게요!

고객지원부 김소정 대리

사실 직장인들 일상이 매일매일 비슷하잖아요. 이렇게 새로운 작업에 도전할 수 있어서 무척 신선했어요. 공구들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든다는 게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잘 됐고 점점 뭔가가 완성돼가는 느낌이 뿌듯했습니다. 완성품은 당연히 마음에 들었고요. 최근에 부서이동을 하는 바람에 예전처럼 자주 동료들을 못 봐서 아쉬웠거든요. 오늘 내내 함께 하니, 이 또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