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Z세대 시간관을 이해하자
글.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소장
Z세대의 특징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열심히 사는 세대라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가 ‘갓생’이다. 갓생은 청소년들에게 물으면 모를 사람이 없는 단어이지만 어른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은 그런 단어이다. 갓생은 신이라는 뜻의 갓(GOD)과 인생의 생(生)을 합친 단어로 신과 같은 삶을 뜻하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한 삶’이 아니라 ‘과정적으로 부지런히 사는 삶’을 말한다.
소셜빅데이터에서 ‘갓생’의 언급량은 2020년 월평균 2만 1천여건, 2021년 3만 2천여건, 2022년 4만1천 여건으로 월평균 값을 기준으로 3년 동안 1만건씩
상승하였다.(갓생-데이터 별첨. 출처:생활변화관측소, 트위터·블로그·커뮤니티, 2020.01.01~2022.11.30) 신조어는 언제나 0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단어가
상승한다는 것은 주의를 해야 하지만, 갓생은 해를 거듭하여 3년 이상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단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절대적인 건수로도 월평균 4만건 이상의 높은
볼륨을 기록한다. 갓생은 이런 식으로 쓰인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촘촘한 계획표로 채우고 이를 실천할 것을 선언하고 실천한 뒤 인증을 한다. 갓생은 타인에 의해 주어진 숙제를 검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갓생은 스스로의
시간에, 스스로 정한 규칙을 적용하고, 스스로 뿌듯해 하고, 스스로 인증하는 시간 관리다. ‘열심히’ 사는 삶을 자랑거리로 삼은 것은 아마도 지금의 Z세대가 처음일 것이다.
‘열심히’는 일견 답답하고 고리타분해 보여서 자유분방하고 개성 넘치는 젊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과거에 ‘열정’은 사용자가 비사용자를 착취하는 당위로 쓰인다는 의미의
부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열심히 살겠다’, ‘갓생 가자’ 라고 할 때는 ‘열정페이’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에 있었던 비꼼이 없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고, 열정이 착취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성실하지 않고는 그 많은 과제를 해낼 수 없는 오늘날 고등학생,
대학생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다.
핵심은 시간의 운용이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시대가 아니라 개인의 시대가 되었을 때, 개인은 시간의 주인성을 획득한다. 좋은 점은 개인이 시간 운용의 주체라는 것이고, 안타까운 점은 그리하여 개인이 시간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시대에 중요한 변화는 시간관이다. 특히 코로나는 공간은 제약하고 시간은 확장했다. 주52시간제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정점을 찍은 시간관의 변화는 우리 사회 많은 변화의 근간이다. 개인의 시간이 증가했고, 시간의 주도권을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쥐게 되면서,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선언적 키워드 ‘루틴’이 늘었다. 주52시간제 시행 때부터 증가하였고, 코로나로 그 증가세는 더 커졌다. 2020년을 지나 23년을 시작하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욕망과 이를 도와주는 도구가 뜬다. 열품타는 그 대표적 예이다. 열품타는 ‘열정 품은 타이머’의 줄임말로 공부 시간을 기록해주며 다른 앱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앱이다. 열품타를 켜고 공부한 시간을 기록하고 인증할 수 있어서 타인과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자극을 주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우리 아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계속 딴짓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도 시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부모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늘 성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강하다.
‘갓생’과 ‘루틴’은 이 시대의 성취와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론을 대표한다. 이 시대의 성취는 꾸준함 그 자체다. 결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는 세상인데 효율적인 성취가
중요하다. 하여, 달성 가능한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성취 과정을 기록함으로 나의 효능감을 획득한다. 꾸준히 하는 행위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면 그 목표는 달성 가능하다. 어려운
것은 꾸준히 할 수 없다. 마라톤이 아니라 즐겁게 30분 걷기,달리기 코칭앱 런데이가 뜨는 이유다. 마라톤 완주가 목표이고 완주하기 위해 3달을 연습한다면 3달은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남고 마라톤 완주는 실패와 성공 두 가지 갈래로 판가름 난다. 하지만 3달동안 30분 달리기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면 매일 매일이 오늘의 성취다. ‘과정’이 ‘결과’보다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달성 가능성은 높다. ‘성실’이 ‘창의’보다 우위에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성실은 증명이 가능하다. 100점짜리 창의성은 사진 한 장으로 보여주기 어렵지만
100일짜리 성실함은 논쟁 없이 확인 가능하다. 효율적인 성취라는 열망과 성취할 것이 없다는 현실 사이의 갭은 매일 매일 행하는 루틴을 통해 메워진다. 루틴의 궁극적 목표는 마음의
안정과 평화다. 트렌드는 특정 연도 이후에 태어난 Z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먼저 알고, 먼저 받아들이고, 먼저 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시대의 흐름은 누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미라클모닝챌린지 1일차, 2일차, OO일차로 카톡 프로필 메시지를 매일 바꾸는 사람들, 특정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관리를 위해서 피부과를 방문하는 사람들, 정해진 기간
동안 꾸준히 한 줄이라도 블로그를 쓰기만 하면 성공이라고 말하는 네이버블로그 챌린지. 모두 정해진 기간 동안 매일 매일, 대단한 일이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몇 등 안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행동한 사람에게 박수를 치는 방식이다.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효율적 성취라는 가치와 얻을 수 있는 성취가 없다는 현실 사이의 갭을 메워야 한다. 관계의 피로,
노동의 강도, 실패 가능성은 줄이고,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과 서비스가 되자. 꾸준한 과정 자체가 가시적 목표가 될 수 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상을
주어야 한다.
꼭 기억할 단어. 효율! 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