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2만3천여 한국전력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계묘년 새해 모두 건강하시고 소망하는 것 다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 모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지난해가 호랑이해여서 그랬는지, 마치 깊은 계곡에 빠졌는데 바로 눈앞에 호랑이를 맞닥뜨린 것과 같은 두려움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공급망을 흔들었고 연료비가 폭등하면서 곧바로 우리 회사의 재무적 어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우리 회사는 무척
큰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전력 도매가격 긴급상한제를 비롯하여 전력시장 제도를 개선하고 강도 높은 자구노력도 펼쳤습니다. 또 세 번에 걸친 전기요금 조정도 있었습니다만, 한마디로
역부족이었습니다.
기후재앙이라고 할 만큼 지난 한 해 날씨도 정말 변덕스러웠습니다. 울진과 동해 산불, 그리고 서울과 포항, 경주의 역대급 폭우와 태풍 등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거센 불길과 빗줄기
속에서, 또 혹한과 한파 속에서
우리 전력설비를 지키고 되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노고를 잊을 수 없습니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기후변화와 전쟁,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견디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우리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지난해 초 저는 여러분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탄소중립과 같은 시대적
과제나 미래 비전을 우리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기 때문에 불확실성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우리는 하나씩 눈에 보이는 성과로,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력을 생산하고 운송해서 소비에 이르는 소위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서 기술의 개발과 실증, 투자와 제도의
혁신에 우리 한전의 목소리와 역할, 그리고 리더십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거둔 성과도 자랑할 만합니다. UAE 바라카에서 원자력발전소 1기가 추가로 상업 운전에 돌입했고, 세 번째 발전기도 금년 초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다른 많은 프로젝트의 경우 공기가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추진한 응이손2 프로젝트는 오히려 준공을 앞당겨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지난 연말 정부에서 78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건설공사 안전관리 실태 평가가 있었는데 우리 회사가 최고 등급을 받는 기쁜 소식도 접했습니다.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신 임직원 여러분 모두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저는 여러분께 회복과 희망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맞닥뜨리기 어려운 그런 깊고 깊은 계곡을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곡의 어두움이 우리를 두렵게 하고 힘들게 하였지만, 우리는 함께 이겨내고 다시 정상을 향해 길을 오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 봅시다. 다함께 회복과 희망의 한 해로 만들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우선 금년 한 해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우리 한국전력의 노력과 역할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과 인정,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다 같이 최선을 다해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업과 조직, 인력 운영 측면에서 효율을 더 끌어올리고 다양한 편익을 높이는 데 더욱 박차를 가했으면 합니다. 효율과 편익, 이 두 가지가 금년 우리들이 집중해야 할 핵심
가치이자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에 우리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늦어도 내년까지 흑자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되, 2026년까지는 누적적자를 모두 회수해서 재무 상황을 위기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로 한 것입니다.
금년 1분기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조정을 시작으로 요금 정상화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아마 여러 차례의 단계적 조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요금조정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고, 추가적인 제도개선과 자구노력, 그리고 정부의 재정지원 등을 통해 메워가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들도 비용증가와 경기침체로 사실상 긴축 경영, 비상 경영에 돌입하였습니다. 우리도 경제위기 대응은 물론이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국민에게 약속한 혁신과 재무
건전화 계획을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낭비 요인을 없애고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도록 합시다. 무조건 다 줄이자는 것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필수 설비투자, 우리 직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 훈련, 기술개발 투자는 지속할 것입니다.
전기요금이 점차 정상화되면 당연히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고객들이 소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보강해야 합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이 소비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합니다. 효율 혁신을 우리 회사가 주도해 봅시다. 전력 소비를 감축하고 시간대를 이동시키고, 대용량
고객을 공간적으로 분산시키는 데 우리 한국전력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봅시다. 이를 통해서 우리 회사의 설비 신증설 부담은 최소화되고 설비 운영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 효용, 편익도 더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봅시다. 금년 상반기까지 우리 서비스를 100% 모바일로 구현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의 대고객 서비스 전달체계를 한번 제대로 정비해봤으면 합니다. 지난
연말에 본사의 전력혁신본부와 전력솔루션본부의 구성과 임무를 정비하여 효율과 편익을 높이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도록 하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내부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우리 직원들의 업무효율과 직무 만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봅시다. 업무효율을 높이는 작업은 우리 회사를 더 유연하고 민첩하게 만들
것입니다. 개개인의 근무환경과 직무 만족은 우리 회사를 더 보람 있는 일터로 만들 것입니다.
우선 불필요한 일들은 정말 과감하게 줄여 봅시다. 그래야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아직도 주간업무계획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불필요한 문서작업부터
없애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은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얼마 전 카타르 월드컵이 우리를 즐겁게 했습니다. 유연하고 빠른 전술 변화에 능한 그런 팀이 경기의 주도권과 흐름을 바꾸고 승리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우리 회사의 조직과 인력
운영도 더 유연하게 바꿉시다. 사업소간의 인력 불균형을 해소하고 모바일화, 비대면화 추세에 맞게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찾아봅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하고, 시간이 필요한
것은 로드맵을 만들어서 하나씩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갑시다.
최근 공공기관 에너지다이어트 캠페인 때문에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직원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에너지 위기에 소비를 줄이고 효율화하는 노력에 우리 한전이
솔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각 사업소장들께서 세심하게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무리 효율과 편익이라는 가치가 중요해도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바로 우리 회사의 핵심 역량이자 자산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 경영 체제가 뿌리내리도록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개선할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만, 다행스럽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큰 성과입니다. 금년에 안전 시스템을 조금
더 보완하고 협력회사들까지 안전 경영을 실천하고 정착시켜 나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해 봤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국내외 한전 가족 여러분,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똑같이 답습하면서 과거와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금년을 회복과 희망의 한 해로 만들기 위해서 과거와 다른 노력을 한번 해 봅시다. 또 새해에는 코로나를 우리 주변에서 쫓아 버리고 모두 더 자주 보고 자주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전력공사
2023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