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구지사 고객지원부 윤성민 사우
글. 김진 자유기고가 사진. 카라멜스튜디오
모던가족으로 변신한 윤성민 사우의 삼대가족
두꺼운 겨울 외투는 잠시 벗어두고 옷장 안으로 여행을 떠난다. 우아한 블루원피스와 망사장갑, 레드립이 더해지니 눈앞에 완벽한 모던걸이 등장한다. 쑥스러운 표정으로 모던걸을 바라보는 사이 브라운수트에 나비넥타이를 맨 모던보이의 코디도 끝났다. “와! 정말 예쁘고 멋져요!” 개화기 시절로 돌아간 부모님을 보자 어린 부부는 환호를 했다. 평소와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가 낯선지 엄마 아빠 뒤로 몸을 숨기는 두 아이도 회색수트 착장 완료! 드디어 윤가네 삼대가 사진관 나들이를 시작했다.
윤정원 아버님(우)과 이숙자 어머님(좌)
마주보는 부모님곁에 나란히 선 성민씨 부부
50여 년을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온 노부부. 그 부부를 닮은 어린 부부가 옆으로 나란히 섰다. “어느 날 집에 걸어둔 50여 년 전 부모님 결혼식 사진 속의
아버지의 모습이 요즘의 저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더라고요” 윤성민 대리는 문득 핸드폰 속 사진첩을 가득 채운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이들 사진은 참 많은데 부모님
사진은 찾기 힘들더군요. 부모님과 함께하는 사진을 꼭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민씨가 인생사진관에 사연을 보낸 이유다.
특별한 오늘을 기억하기에 요즘 유행하는 개화기 콘셉트가 안성맞춤.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마음에 드는 의상을 갖추니 1900년대 멋쟁이 모던가족으로 변신 완성이다.
“이숙자 여사님 오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아들의 말에 얼굴에 웃음꽃이 피는 어머니. 아버지도 화려하게 단장한 어머니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동안 SNS에서
자주 보던 레트로 의상을 직접 입어보니 ‘인싸’ 느낌이 난다며 아름씨도 신이 났다.
서문시장에서 연애를 시작한 부모님. 회사에서 만난 어린 부부. 일터에서 만나 일과 사랑을 함께 만들어온 모습도 두 부부는 닮았다. “부모님은 60년 가까이 대구에서
지내셨어요. 젊은 시절 서문시장에서 커튼 가게를 하셨습니다. 한 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올곧게 해내 오신 그 길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노부부를 바라보는 어린 부부의
눈길에는 존경이, 그들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눈길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아들이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했을 때 정말 좋았어요.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중추 역할을 하는 전력산업 일에 아들이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전기 전자에 관심이 많던 아들의 한전 선택은 한 가지에 뜻을 두고 뚝심있게 걸어온 아버지의 직업 철학과도 닮아있었다.
윤성민 대리는 연상연하 부부다. 한 달 30일의 프러포즈로 시작한 로맨스 커플이다. “1일 1고백을 한 달 동안 했어요”라는 성민씨의 너스레에 “1일
1설렘이었어요”라고 센스 있게 받아치는 아름씨. 누가 봐도 어울리는 천생연분 천생배필이다.
6년 반 사랑을 키워온 성민씨와 아름씨는 2017년 겨울 결혼을 했다. 겨울은 부부에게 더욱 특별하다. 그래서 올해 겨울은 삼대가 모여 리마인드 웨딩을 하기로 했다.
“웨딩 촬영 이후로 처음 하는 기념사진 촬영이라 뭔가 특별하게 준비하고 싶었어요.” 성민씨의 말에 “메이크업하고 의상 고르면서 어머님이 정말 즐거워하셔서 저도 더
기분이 좋았어요.” 라고 아름씨가 답한다.
우리사랑 5년째 다시 태어나도 오늘 지금처럼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이 신기한 서준이(우)와 하준이(좌)
“결혼기념일은 혼자가 아니라 부부로 함께한 시간을 기억하는 만큼 부부와 가족 모두가 축하하는 자리잖아요. 이렇게 부모님과 아이들과 다 함께 기억하는 5주년이라 더 잊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아름씨가 덧붙였다.
포즈를 취한 채 가만히 있어야 하는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아이의 관심을 잡아끌기 위한 장난감의 개수가 늘어났다. 말하는 그림책, 붕붕이, 로봇, 비누방울, 뽀로로까지
동원했지만 오후 1시, 낮잠 시간을 이기기는 힘들었다. 준 브라더스(서준, 하준)의 잠투정에 사진관 식구들까지 나섰지만 역부족.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아이들과 예쁘고 멋진 사진을
찍어야 되는 어른 간의 재밌는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쭈나 이리온~ 초코 먹을까?” 할머니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다. 초코 과자를 손에 든 익숙한 할머니의 목소리에 조르르 달려가는 아이들. 마지막 콘셉트의 사진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터. “아이들이 평소 어린이집에서 오후 4시쯤 어머님 댁으로 하원해요. 저희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시는데 죄송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하죠.” 성민씨와
아름씨는 육아를 도와주는 부모님 덕분에 맞벌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다며 언제나 부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부모님께 감사함을 전했다.
동그란 눈에 하얗고 작은 코, 우리는 삼대 붕어빵
이날의 베스트 사진은 단연 ‘윤씨네 붕어빵 3대’다. 카메라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다 빵 터지길 수 차례.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와 아름씨도 시트콤같은 이 순간을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른다.
“주변 지인들께서 저와 저의 아버지, 그리고 저의 아들은 멀리서 봐도 붕어빵이라고 자주 말씀하시더라고요. 똑 닮은 3대의 가족사진을 만들어 보여드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성민씨의 상상은 현장에서 이미 현실이 되었다. “초음파 사진부터 닮아서 깜짝 놀랐었는데 세상에 나와서는 더 놀랐어요. 너무 똑같이 생겨서요.” 아름씨도 붕어빵
에피소드를 보탠다.
“아들과 손자 중에 누가 더 예쁘냐”는 물음에 질문도 끝나기 전에 “손주”라고 대답하는 할아버지. “손주가 자식보다 더 귀여워요. 자식 본 것처럼 신기하고. 내 아이들 낳았을
적에는 먹고살기 바쁘고 여유가 부족했는데 손주들 태어나서는 육아도 하면서 더 즐겁다”며 행복한 표정이다. 성민씨는 “제가 아빠가 되어보니 부모로서의 역할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제가 장성할 때까지 돌봐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이 하루라도 젊으실 때 함께 사진을 남기고 싶었습니다.”라며 오늘의 인생사진을 기억한다.
성민씨와 아름씨가 “부모님의 건강한 모습과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함께 10년마다 찍어서 남기는 게 윤씨가족의 소망입니다”라고 하자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아들아 고맙다.
한국전력에도 감사드립니다.”라고 아버님이 답했다. 윤브라더스는 할머니품에서 그 사이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