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심층칼럼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글.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국장

경제한파 밀려온다

2022년 글로벌경제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억눌려왔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며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지속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한 지정학적 불안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되면서 경제성장은 둔화되거나 침체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구제금융에 나섰던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의 압력이 커지자 고강도 통화긴축에 돌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9.1%까지 치솟은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세 번의 자이언트 스텝(0.75%p)을 밟으며 정책금리를 4.25%로 인상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달러 초강세로 환율은 1400원대까지 치솟았다. 한국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로 주식시장은 그동안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으며, 외환시장도 강달러 기조 속에서 변동 폭이 확대됐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2023년 글로벌경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은 가운데 통화긴축과 성장둔화로 경기회복으로의 전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한국경제는 글로벌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경제한파가 밀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을 2.0%로 예상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 1.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1.7%와 1.8%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더 낮춰 잡았다. 지난 6월에 내놓은 전망치 2.5% 대비 0.9%포인트 낮은 수치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 경제 환경이 결코 우호적이지 않고 만만치 않다는 신호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망: 불안정 속 회복 기대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될 때까지 고금리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기준금리는 5.1%(중간값)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 달러화는 2022년 초강세를 견인한 요인들이 점차 약화되면서 완만한 약세가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연준의 통화긴축 사이클 종료, 고물가·고금리 정점 통과 등이 약달러 시나리오의 배경이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 가치를 비율로 산정해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2023년 1·2분기 동안 현재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한 후 연말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20년간 주가는 금리가 고점에 도달하고 상당 기간이 지나 저점에 도달한 이후에야 반등했다. 2023년 미국 주식시장은 하반기 고물가의 점진적 하락세와 통화정책 기조 전환 기대에 상저하고(上低下高, 상반기 하락장·하반기 상승장) 흐름을 보이며 올해보다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와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BI), 포브스 등에 따르면 16개의 주요 투자 은행들은 2023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전망치를 3,675~4,500선으로 제시했다. 2022년 S&P500 지수가 연초 대비 약 20%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2023년에는 소폭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금융시장 전망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고강도 긴축, 물가·환율 안정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2023년에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최종 예상 기준금리는 3.75%다.

한국은행은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현재 연 3.25%인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종 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와 이 금리 수준의 유지 기간에 대해서는 “물가 흐름과 경기, 금융·외환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내외 추가 금리인상이 상반기에 종료되고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을 나타내면서 시중금리가 상반기 4.08%에서 하반기 3.88%로 하락하면 장단기 금리차 역전 현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금융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2023년 원/달러 환율은 ‘상고하저’(上高下低)의 곡선을 그리며 연평균 1,320~1,370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무리된 이후 내년 하반기부터 미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제에서다. 그러나 변수도 있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미 물가 상승 장기화 등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023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로 산업연구원이 1,320원, 한국금융연구원이 1,360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370원으로 전망했다. 2022년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게 치솟아 지난 9월 22일 종가 기준 1,409.7원으로 1,400원선을 넘어선 바 있다. 12월 23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1,280.8원이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오현희 연구위원은 “국내 수출 위축과 서비스 적자 확대, 대외 불확실성 심화 등에 따른 외환시장의 변동성 위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12월 23일 현재 코스피 지수는 하락세를 이어가며 2,400선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2023년 코스피 지수가 2,700~2,800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코스피 상단 평균을 2,600으로 제시하는 것보다 크게 웃돈다. 모건스탠리·JP모건·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3대 IB들이 2023년 코스피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배경에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큰 폭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2023년 한국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코스피 지수를 2,750선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코스피지수가 2023년 상반기 경기침체 여파로 2,250~2,550 사이에 머무르다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2,750으로 제시하며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 지수 상단을 2,600수준으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이 2,800으로 가장 높은 예상치를 내놨고, SK증권이 2,450으로 가장 보수적인 예상치를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3년 한국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둔화, 국내외 통화 긴축, 환율 및 물가 불안 등과 같은 리스크 요인들이 상존한 가운데 성장세 둔화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시의적절하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