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이유
나도 할 수 있다!
참 쉬운 탄소중립 실천 김현정 경북본부 기획관리실 차장
텀블러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김현정 차장
습관의 이유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야 이 코너의 이름이 <취향의 이유>라는 것을 알았다. 과월호에 게재되었던 글들을 읽자니 내가 참 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취향이라고 내세울 만한 무언가는 도통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취향 이전의 그것, 습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그것도 아주 작은 습관.
삼십대 초반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게 되면서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적이 있었다. 언제든 다른 치명적인 질병을 겪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가장 컸는데, 그로 인해 건강한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일반 친환경 매장을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생활협동조합의 지역 생협을 뜻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사는 지역(경북북부)에 설립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생협 활동을 십 년 넘게 이어가면서 자연스레 환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 역시 이기적인 이유에서였다. 이 세상 가운데 내가 있으니, 그 세상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 역시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가 대단히 큰 사람 같지만, 놉! 나의 친환경 생활 습관이란 무척이나 소소하다.
번거로움을 넘어서는 뿌듯함
환경을 위해 습관으로 삼은 일 중 하나는 텀블러 사용하기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준비물은 텀블러 전용 가방과, 큼직한 텀블러, 실리콘 재질의 접이식 빨대,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보통 플라스틱 대신 종이 빨대 혹은 스테인리스 빨대를 이용하지만, 종이 빨대는 수분에 약한 편이고, 스테인리스 빨대는 세척이 번거로운 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말아 쓰는 실리콘 빨대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사무실 책상 한 켠에 이 살림살이들을 챙겨두고, 밖에 나갈 일이 생기면 가방을 챙겨 어깨에 둘러 메주기만 하면 끝! 매일 버려지는 일회용 커피잔과 빨대의 양을 생각하면, 그중 하나야 티도 나지 않겠지만,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여기에 더해 일회용 나무젓가락 사용하지 않기(전용 젓가락이 사무실에 있다. 간식타임은 절대 놓칠 수 없지!), 멸균팩이나 우유팩은 잘 씻어서 말린 후에 재활용이 가능한 생협으로 보내기, 휴지, 키친타올은 우유팩을 재생하여 만든 제품으로만 구입하기,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여주고 계면활성제 등 화학성분을 최소화하여 피부에도 좋은 샴푸바, 바디바 쓰기, 합성세제 대신 과탄산소다 등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고, 인위적인 가온재배를 하지 않은 제철 음식 먹기 등이 있다. 또 내가 직접 하지 못하는 더 큰 일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환경운동단체에 대한 정기기부도 1년쯤 전부터 시작했다. 이 모든 습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씩 늘어난 것들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샴푸 대용 비누
세척이 용이한 실리콘 빨대
가볍게 챙길 수 있는 텀블러 전용 가방
참 쉽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을 꼭 사야할지, 물을 좀 더 아낄 방법은 없는지, 전기사용량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될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 많이 번거로울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렇게 생각만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개선해야 할 습관들도 나는 여전히 많이 가지고 있다.
숲에서 오두막을 짓고 사는 자연인이 아닌 다음에야 완벽하게 환경을 위한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나의 작은 습관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나도 바뀌고 아주아주 조금씩 세상도 변화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핵심 현안 중 하나가 ‘탄소중립’이니 친환경 생활 습관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 셈이다.
나보다 더 열심히 실천하고 계신 사우님들이 많을 텐데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어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내 이야기가 ‘친환경 생활 습관,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이다. 픽사 애니메이션 <월-E>를 보신 분이라면 주인공 로봇 월-E가 홀로 남아 수백 년 동안 청소를 하고 있던 곳이 쓰레기 행성, 지구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딱 한 가지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시라. 나도 환경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뿌듯함은 덤이다!
우유팩과 멸균팩도 재사용을 위해 깔끔하게 모은다.
재생 원료로 만든 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