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우주 속 별 하나 둘…
취향은 무수히 많은 요소를 융합시켜낸 결과물이다. 나의 개인사, 내가 살아가는 시대 배경, 사회 분위기, 가치관, 환상과 이상, 문화적 향유. 그러니 내 취향을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는 행위는 결국 복잡하게 얽혀있는 수많은 요소를 자신이 세운 기준으로 판단해나가는 과정에 가깝다. 한 예로 올여름 <외계+인>, <한산>, <헌트>, <비상선언>이 여름 시장을 겨냥한 ‘텐트폴 BIG 4’로 치열한 대전을 벌일 거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관객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블록버스터 작품을 찬사하는 동안 비평가들이 신랄한 평가를 내놓았던 반면, 올해는 그와 180도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영화의 지지부진함을 지적했고, 오히려 비평가들이 좋은 점을 설명한 것. 위축된 극장가를 위한 관대한 대변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은 꼼짝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한 마디의 말로 일관된 태도를 고수했다. “내가 봤는데 내가 별로라니까?”
이러한 태도는 관객 스스로를 조금씩 해방시켰다. <헤어질 결심>이 초반 성적이 예측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영화 홍보에 박차를 가한 건 다름 아닌 관객이었다. 영화의 주옥같은 포인트를 별점평으로 매겨 SNS에 공유했고, 같은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온 <한산> 별점평에도 <헤어질 결심>의 명대사를 재치 있게 인용하여 하나의 밈으로 만들었다. 전문성을 인정 받은 사람에게만 허락된 듯한 별점이 온라인 놀이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주도적 평가와 판단을 내세우며 타인의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이제 더 이상 관객은 영화의 객체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논리를 펼쳐나가며 고차원적인 영화 감상 문화를 형성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현상 중심엔 과거에 관객을 은연중 배제했던 별점이 있다.